전시 포스터
김현석
Untitled 80.3x116.8cm, conte on canvas, 2023
김현석
Untitled 80.3x116.8cm, conte on canvas, 2023
갤러리 분도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창작에 매진하여 40년간 붓을 놓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중견작가 김현석을 초대한다. 1984년 수화랑에서 황현욱 선생님이 기획한 [젊은 세대전]을 통해 작가로 데뷔하여 수화랑과 태백화랑, 갤러리댓, 인공갤러리, 미술회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거나 단체전에 참여하여 작품 활동을 선보여왔다. 1990년대까지 각목이나 나뭇가지를 사용한 설치작업이나 크고 작은 사물들을 패널에 붙이고 그림자를 표현한 입체작업을 발표하였고, 2000년 이후에는 나뭇조각이나 철사, 노끈 같은 사소한 재료들을 패널에 붙이고 끼우고 배치해서 그림자와 그림자의 일루전(illusion)을 그리고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백색 캔버스에 철사로 드로잉과 목탄 같은 진한 흑색으로 드로잉한 작품들을 통해 대상과 그림자, 그림자를 그린 드로잉으로 오로지 경험의 익숙함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감각을 속이고 교란하며 도발하였다. 진실과 허구의 이분법적 경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김현석 작가는 이번 분도 전시에서 캔버스 위에 그려진 신작 회화들만 선보인다.
김현석 작가는 미술이 “실존의 다른 이름” 이라고 한다. 그의 작가 노트를 보면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 실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념의 익숙함에 기인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것들은 단순한 그림자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익숙한 것은 늘 생각 없이 바라보는 관습에 대한 나의 고발이다. 이 과정을 통해 물체와 빛, 물체와 그림자, 물체가 놓여있는 공간, 그 공간과 그림자의 관계를 돌아볼 뿐 아니라,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 모두, 내 생각을 현혹하는 사건들을 따지고 아우르는 작업을 나는 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한다. 이 세계는 실체와 배경이 동시에 존재하고 주목하는 대상은 명제로 드러나고 주목하지 않은 것은 배경으로 숨을 뿐, 근본적으로 실체와 배경이 분리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동일 선상에 존재한다.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거짓 또는 시각과 개념 사이에 대한 이분법적 논리는 그의 작업에 영향을 미친 사유의 근간이다.
김현석 작가가 펼쳐 보이는 회화 작품을 보고, 그의 50년 지기 친구 박두영 작가는 “김현석이 제출한 것은 빈 것과 채워진 것, 빛과 어둠, 존재와 비존재, 나타남과 숨겨짐 등 언제나 대상을 구분하고 경계를 짓는 인식의 과정에 대한 질문지였다. 그것은 쏟아지는 빛의 판타지 속에서 대상을 분리하고 의식하는 감각의 기원에 대한 각성이며, 의미체계와 세계상을 구축해가는 마음의 구조에 대한 깨달음이며, 마침내 그 일에 가치를 부여하고 레이블을 붙이는 미술의 관습을 성찰하는 고독한 제의(祭儀)며 수행(修行)이었다.”라고 설명한다.
9월 갤러리분도 전시공간은 담백한 백색 캔버스 위에 콘테와, 아크릴 물감으로 드러난 물체와 그림자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품 20여점이 채워진다. 이 작품들의 제목은 모두 ‘무제로’ 일관하여 작가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절제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작품을 마주한 우리가 각자의 삶의 존재를 사유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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