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백: 앉음과 일어섬의 상(象)에 대하여
2023.09.08 ▶ 2023.11.05
2023.09.08 ▶ 2023.11.05
전시 포스터
연기백
당김과 밈 한옥 목재, 정제목재, 와이어, 낚시줄, 수집된 벽지 500*500*357(H)cm, 2023
연기백
당김과 밈 (부분) 한옥 목재, 정제목재, 와이어, 낚시줄, 수집된 벽지 500*500*357(H)cm, 2023
연기백
두 개의 구축 나무 벤치, 나무 화장대, 가변크기, 2023
연기백
시간의 지연 3채널 사운드, 장판,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1
연기백
대지 속으로 흙, 수집된 사물 외, 가변크기 (400*160*160cm), 2022
연기백
대지 속으로 (부분) 흙, 수집된 사물 외, 가변크기 (400*160*160cm), 2022
연기백
<앉음과 일어섬에 대하여> 아카이브 전시실 김종영미술관 2전시실
■ 전시개요
김종영미술관은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김종영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2004년부터 그동안의 작업을 통해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를 선정하여 매년 <오늘의 작가>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07년 『‘遲遲’ 더딤과 기다림』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개인전 이래 일상에서 무관심하게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오브제로 독특한 설치작업을 선보인 연기백 작가를 초대했습니다. 그는 이후 열두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이번에는 『앉음과 일어섬의 상(象)에 대하여』라는 낯선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 불혹을 갓 지난 연기백을 만나 그의 대학 졸업 후 약 오륙 년간 방황하던 시절과 지금까지의 작업 여정을 듣고 그의 작품들을 보니 바로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가 떠올랐다. 그의 그동안의 여정이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는 여정과 무척 흡사했다. 그러나 연기백의 이야기는 아직 끝에 다다르지 않았고, 진행형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
2015년 연기백의 아홉 번째 개인전 『곁집』을 보고 쓴 글 일부입니다. 당시 저는 작가 연기백이 찾아 나선 보물은 당연히 ‘예술의 의미’였다고 봤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와 인터뷰하고 두툼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며, 지난 개인전을 보고 내린 저의 판단이 섣불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개인전의 부제 혹은 해제인 ‘더딤과 기다림’이 작가 연기백의 선언이자 다짐이었음을 간과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는 단순히 ‘예술의 의미’를 찾아 나서지 않았습니다. 훨씬 큰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연기백은 조각을 전공하며 개념이 앞서는 작품에 주목하는 세태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고민은 점차 그동안 학습한 지식 전반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장고 끝에 그는 그동안 습득한 지식을 백지화하고, 선입관 없이 사물과 사태를 대면하며 생활세계를 알아가기로 마음먹고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마치 한 알의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던 세잔이 상투적인 사과가 아닌 ‘사과성(appleyness)’을 그리고자 전념했던 바와 일면 유사하다고도 하겠습니다.
연기백이 선택한 방법은 우연히 발견한 사물에 목적을 배제한 행위를 반복하는 겁니다. 지난한 수작업 중간중간, 직관적 판단에 따라 작업 방향을 결정하고, 최종 결과물을 관조했습니다. 작업 여정을 돌이켜보며,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를 살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자각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도배 프로젝트>를 예로 들겠습니다. 비가 새서 도배를 새로 하기 위해 뜯어내다가 우연히 가려졌던 도배지를 발견하였습니다. 문득 겹겹이 쌓인 도배지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발견된 흔적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확인하게 되었고, ‘근대(近代)’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연기백은 작업이란 “철학적 성찰과 자각을 어떻게 삶과 일상에서 실천할 것인가와, 여기 소외된 것들과 어떻게 공감하며 함께 살 수 있는지를 살피기 위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2021년 모 미술 잡지의 조각 특집기사에서 연기백을 ‘혼성 조각, 장르의 경계를 넘어’ 즉, 포스트 모던 한 작가로 분류했습니다. 아쉽게도 내용은 배제한 채 형식에 치중한 분류라고 생각합니다.
연기백은 ‘근대’라는 키워드로 준비한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자신의 태도와 방법론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식민지 경험과 동족상잔의 상처,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의 부작용을 포괄한 ‘가까운 과거’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기백 역시 ‘근대’를 ‘앉음’과 ‘일어섬’이라는 상반된 술어를 나란히 놔서 ‘다의적’이면서도 ‘중층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 작가 노트
이번 프로젝트에 주목하는 주제인 근현대(1800~1980)는 대항해 시대와 산업혁명, 식민지 시기를 가로질러 한국의 근대화와 조각의 영향들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실재 그 시간을 가로지른 사물과 기록을 소재로 조각에 기본적인 요소인 ‘중력(힘)’에 주목하며 그 안에 주변화된 이야기들을 살피고자 한다. 중력(힘)은 조각 이 실재의 장소에 놓이기 위해 작용하는 기본적인 작용이다. 물리적 끌어당김과 의지의 끌어당김. 이는 근, 현대의 세계화 과정에서 불균형했던 힘의 관계에 대한 함몰과 저항의 문제와 유비 되며, 중력(존재)과 반중력(사유)을 고민하던 근현대 조각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이자, 일원적 관점과 다원적 관점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근현대의 시간을 가로지른 실재의 사물들과 기초적인 물리적 작용에 대한 주제를 통해 조각과 미술, 개인과 사회 사이에서 고민했던 그동안 본인의 작업 태도와 관점들이 지속해서 확장되었던 일들을 일시적으로 맥락화 하고자 한다. 2023년에 정리될 자료들과 함께 본인의 작업을 다각적으로 그동안 확장하던 창작과정들을 되돌아보며 초발심의 근거가 되었던 ‘깎는 행위’로부터 근현대를 다시 바라보며 또 다른 창작의 확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김종영미술관에서의 전시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수집한 버려지고 주변화되었던 근현대를 지나온 실재 사물들을 소재로 삼아 조각, 설치, 사운드, 아카이빙 형식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본인의 작업 방법론으로 대상에 다가서고, 마주하고, 대면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거리를 취하기 위해 취했던 수용적(앉음)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일어섬)의 행위에 주목하며, 근현대의 시각과 조각에서 중력(힘)을 대하는 방식들을 또한 같은 관점에서 살피며 전체 프로젝트를 통해 확장된 상(象)을 더듬어 보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가 있다.
이를 위해 선택한 사물과 대상은 10년간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수집했던 ‘벽지’ ‘이주와 철거 현장에서 수집된 나무로 제작된 사물과 흙, 암석 파편, ‘런던의 60년대 지어진 철거 예정인 노동자들의 임대주택에서 기록한 사운드,’‘리모델링으로 철거되었던 일제강점기 서울역사에 설치되었던 샹들리에’ ‘강남의 철거 예정의 아파트에서 수집한 자개장 화장대’ 등이다.
- 연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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