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신
Transplantate acrylic on canvas, 100x100cm, 2009
주영신
Transplantate acrylic on canvas, 120x120cm, 2010
주영신
Transplantate acrylic on canvas, 1120x120cm, 2010
캔버스 위의 이미지는 눈으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신체 속의 기관 혹은 세포들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신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몸 속 안에 웅크리고 있는 내부의 것들을 기계의 힘을 빌려 외부로 끄집어낸 것들, 의학적으로 해부 되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의학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은 원래의 것처럼 사실적이지 않다. 결국 신체의 장기이지만 신체에 뿌리를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이 완전히 신체 내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아니다. ‘유사한’ 것들만이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신체 없는 기관들은 몸에서 떨어져 나와 서로 엉키어 결합하기도 하며 조각조각 해체되기도 한다. 이 유기적인 형상들은 작가의 신체도 아니고 그 누구의 신체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을 비롯한 누군가의 신체도 되는 채로 떠돌아다닌다. 이미지들은 캔버스 위에서 딱히 어떤 것이라고 명확히 규정지을 수 없는 상태로 부유한다.
이미지들은 작가의 몸에서 나와 손을 통해 캔버스 위에 기록된다. 내부의 것을 외부로 표출하는 것은 일종의 균형 잡기를 시도하는 것이기도 한 동시에 작가 자신의 일상의 기록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사회는 육체와 정신의 경계를 지워내며 끊임없이 어지럼증을 선사한다. 어지러움을 이겨내고 곧게 서려면 두 발을 땅에 곧게 디디고 서서 고르게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의 몸과 이성은 끊임없이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우주 또한 그러하다. 우주는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시키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멸시킴으로써 일종의 균형을 유지한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모든 부분들은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그 결과 몸과 정신의 균형, 곧 생물학적으로 바로 서려는 몸 자체의 균형을 위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생물학적 물질을 소멸시키기도 한다. 더 이상 몸은 껍질-물질, 정신의 본성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이해될 수 없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성과 감성을 조절하듯이 몸 또한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스스로의 결합과 해체를 통해 자신의 균형을 유지해 나간다. 결국 몸은 정신의 본성, 욕망의 논리를 벗어난다. 결국 작가의 몸은 자아와 동일시된다. 그리하여 단순히 어떤 명제로 이해될 수 없는 이 이미지들은 결국 일상의 기록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작가와 몸은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 그것은 몸이 동일한 작용을 수행하기에 가능하다. 우리의 삶, 이 모든 영역이 이성이 포함된 우리의 몸 안에 깃들어 있다. 그래서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기관들은 단순한 생물학적 의미 이상의 것이다. 이들이 서로 결합하고 해체하는 과정은 사회에서의 균형 잡기와 다를 것이 없다. 캔버스 위에 신체 기관을 그려 나가며 작가는 신체와 정신, 외부환경과 내적 자아의 균형을 잡아 간다. 캔버스 위의 이미지는 매 순간마다 균형 잡기를 시도하여 넘어지지 않으려 하는 작가의 노력이며 일상이다. 이 이미지들은 매 순간 균형을 잡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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