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이광
어머니에게 가는 대문 2023, 214x167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21세기 악어사냥 2023, 167x354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가난한자의 어머니 2023, 50x40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검은 예수-목이 마르다 2023, 50x40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블랙 피에타- 가시리 2023, 50x40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태양전사, 구해줘 2023, 50x40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사해 (Dead Sea)- 어머니라는 이름의 수호신 2023, 100x80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홍익인간 2023, 100x80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돌아온 삼족오 날개를 펴다 2023, 167x215cm, 캔버스에 과슈
이광
통곡의 벽- 신의 이름으로 2023, 167x348cm, 캔버스에 과슈
나는 너의 존재를 존중한다.
최태만/미술평론가
빛의 화살이 네 방위로 뻗어나가 심장을 상징하는 도형을 관통하는 이광의 <어머니에게 가는 대문>은 복잡하고 상징적인 도상과 다양한 색채로 구성된 ‘이야기 그림’이라고 부를 수 있다. X자로 교차하는 화살의 중심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과 함께 그녀를 둘러싼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 성모 마리아나 아이를 잡아먹는 악귀였으나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받아 가정과 아이를 수호하는 모신(母神)이 된 하리티(Hāritī)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 어머니는 회오리치는 악령에 둘러싸여 있으며, 악어의 비늘과 가시덩굴의 독초의 이파리를 가진 이 무시무시한 괴물은 사람을 집어삼키거나 물어뜯고 있다.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긴 칼을 든 인간이 어머니와 아이를 협박하고 어떤 인간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시간의 화살에 마치 깃발처럼 나부끼는 천에는 ‘약육강식’이란 글자가 뚜렷하게 적혀있는데 화면을 둘러싼 사각의 틀에는 다소 엉뚱하게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동요의 가사가 새겨져 있다. 종교회화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색채와 신비로운 화면구성, 화면을 빈 틈 없이 꽉 채운 ‘여백공포(horror vacuum)’, 교훈적인 의미를 지닌 도상 등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신열에 들뜬, 그러나 도덕적인 경고를 담은 동시대의 신화화(神話畵)라고 할 수 있다. 화면 오른쪽 위의 태양 속에서 삼족오는 이 대혼돈을 지켜보며 어머니를 향해 보호의 기운을 내뿜고 있다.
이광의 작품에 나타나는 특징은 권력의 폭력 앞에 희생당한 사람, 가난한 자, 소외된 자, 고통받는 자에 대한 동정과 연민, 더 나아가 감정이입과 공감이다. 동정 (sympathy)은 고대 그리스어 ‘심파테이아(συμπάθεια)’에서 유래한 것으로 ‘함께(syn)’와 ‘고통하는(pathos)’이란 단어를 합성한 것이라고 한다. 비잔틴양식을 차용한 <가난한 자의 어머니>나 인종을 나누는 피부색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문제를 제기하는 <블랙 피에타>, <제자의 발을 닦아주는 검은 예수> 등은 모두 밑바탕에 이러한 감정적 동화(同化)를 깔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는 마음은 유학(儒學)에도 나타난다. 유학에서는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을 사단(四端)이라 하는데 그중에서 타인의 불행을 아파하는 마음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심파테이아와도 상통한다. 사단은 도덕정치를 주장한 맹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정신으로 발현하기도 했으며, 성선설의 바탕을 이룬다.
고대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이자 인간다움의 근거이기도 한 이타적 마음과 양심을 중시했다. 그는 『명상록』에서 “신들을 존경하고 서로를 보살펴라. 인생은 짧다. 이 삶의 열매는 좋은 성품과 공익을 위한 행동이다”라고 설파했다. 공익을 위한 행동은 타자에 대한 존중이 작용할 때 발생한다. 그래서 아우렐리우스는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의 상호연결성과 상호의존성에 대해 자주 묵상하라.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으므로 서로 친화력을 가진다”고 했던 것이다. 우리 민족의 고대 신화에서 온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 곧 홍익인간은 이러한 정신의 뿌리이자 실천이라 할 수 있으며, 이광은 이미지를 통해 그것을 시각화한다.
동정이나 공감과 비슷한 마음의 상태 혹은 태도를 미학에서는 ‘감정이입(Einfühlung)’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독일어의 ‘안에(ein)’와 ‘느끼다(fühlen)’를 결합한 것이므로 ‘들어가서 느낀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이광의 작품은 ‘들어가서 느낀 마음의 상태’를 회화로 표출한 결과이다. 그래서 제자의 발을 닦아주는 검은 예수는 ‘내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동일한 것으로 된다. 신화는 그의 작품에서 단지 ‘옛날 옛적에’로 그치지 않고 동시대의 모순과 질곡을 고발하는 도상 속에서 부활한다. 전쟁과 테러는 물론 차별과 혐오가 만들어내는 심리적 폭력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온갖 폭력이 일어나는 21세기의 지구를 내려다보는 태양은 자멸의 길로 치닫는 인간에게 마지막 남은 희망인 빛을 비추고 있다. 그 속의 삼족오는 천지인(天地人)의 합일을 상징하므로 인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함을 웅변한다. 결국 이광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서 살아있는 모든 생명으로 향한 경외이며, 그것은 나는 너의 존재를 존중한다는 태도로 나타난다.
<작가노트>
강릉 -2023. 11. 21
나의 예술은 [사랑]에 대한 염원이다. 진심으로 나는(우리는)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가?
이러한 화두에서 출발하여 "고통받는 영혼의 정화"를 위해 연민과 용서를 예술의주제로 삼아 2022년 [블랙 피에타-검은 연민]이라는 전시를 했었고, 이번 2023년 [불멸의천민-검은예수]전을 준비했다.
나의 예술은 인류의 생존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나의 간절한 기도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고등 종교는 종교의 핵심인 사랑이나 자비, 용서를 가르쳐 왔지만, 현대사회의 문제를 리셋할 기능을 상실했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종교는 권력과 결탁하여 숱한 분쟁과 타락의 온상으로 과연 인류의 미래를 생존과 평화로 이끌 수 있을지 안타깝다. 현대인은 물질만능의 타성에 젖어 정신적 가치를 외면한 채, 타자에 대한 지배와 착취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개인의 차원이든 국가간의 관계든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착취하는 구조가지배적이다. 억눌린 계층들이 신음하는 병든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이렇듯 위태로운 현대 문명은 [사랑]이라는 백신없이는 인류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고통받는 영혼에 대한 나의 관심은 종교예술을 대상으로 삼았다. 기독교 성화뿐 아니라 신과 인간, 자연의 관계를 다룬 모든 종교화 양식에서 출발한 나의 탐구는 종교의 교리를 전달하거나, 신과 인간의 계급적 구조를 전제로 한 기존의 성화를 과감히 해체하고, [성속일여]적인 평등한 구조를 내포한다.
전지전능한 절대자로서 고급화되고 우아한 신의 이미지를 모든 생명으로 확대하여 모든 존재에 깃들은 신, 특히 가장 낮은데로, 가장 작고 약한데로 깃들은 신, 사회적 약자와 억눌린 계층, 노동자와 피지배계급들은 신의 위치와 동등하다는 ‘평등’을 내포하고 있다.
빈부의 차별, 인종 차별, 남녀의 차별등 차별이 보통인 현대사회를 사랑이라는 칼로 해체하는 작업이 나의 예술이다.
인류사에서 흑인만큼 노예화되고 억울한 인종이 있을까 싶도록 나는 흑인들과 피지배계급인 노동자, 가난한자들을 깊이 연민 한다. 이러한 연유에서 흑인처럼 검은 인물들, 검은 마리아와 검은 예수는 고통받는 계층을 상징하고, 가난한 약자들과 함께 했던 예수의 삶에서 연민과 사랑을 배우고 싶다는 바램을 함축한다. 이 번 전시는한마디로 [사랑]없이는 인류는 몰락한다는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다.
나의 이기심과 욕망이 인류 전체의 죽음을 재촉한다는 것을 무의식은 알고 있지만 이성적 머리로는 타자를 이겨버리고 마는 선택들로 우리는 날마다 한걸음 더 재앙에 다가선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반추할 수 있는지, 진짜 용서보다 복수가 더 적절한 선택일 수 밖에 없는지, 흑백논리처럼 양극단으로 나누어져 서로 물어뜯고 있는 폭력성을 보면서 우리에게 서로 다 죽이는 것 말고는 선택이 없는지 묻고 싶다.
앞으로 인류는 더 심각한 존폐의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전세계를 전쟁도미노로 끌고 들어가고 있는 거대세력에게 대항할 힘이 우리에게 있다. 내가(우리가) 바로 지금 평화를 선택하라. 그리고 예수가 그러했듯이 원수 한 명을 용서하라. 가장 미천한 그 한명을 연민하라.
나는 한국의 전통을 계승하고, 인류 생존과 평화를 지향하는 대안으로 고구려벽화에서 레퍼렌스를 가져왔다. 반인반수나 삼족오, 사신도, 용같은 미지의 수호신상을 데려와 한국인의 고유한 기질인 신명과 생명력을 율동적인 선의 춤추는 형상을 통해 드러내고,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을 되살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조상들의 위대한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데 의의를 두었다.
한국인으로 26년째 독일에서 살며 깨우친 것은 이성중심의 서양문화는 더이상 인류문명을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서양문화가 한국 전통 문화로부터 배워야 할 시대가 도래했으며, 그 진수는 우리 조상들의 위대한 [홍익인간]정신에서 나올 것이다.
천.지.인 합일의 사상은 모든 만물을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혁명적인 미래상을 제시한다.
나의 예술은 [21세기 홍익인간]으로 리셋하는 백신, "사랑"으로 다시 시작하라.
1970년 경기도 연천 학담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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