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
2023.12.07 ▶ 2024.03.03
2023.12.07 ▶ 2024.03.03
전시 포스터
이우환
항(項)―대화 2009, 철판, 자연석, 200×400×1.5cm(×2개), 50×87×60cm, 50×77×6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12-77.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아만다 헹
대화를 합시다 1996, 현장 퍼포먼스와 설치, 가변설치.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소장, 2020-00353.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2017년에 진행된 퍼포먼스 이미지. 이미지 제공: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미술관
안젤리카 메시티
미래완료 진행형 2022, HD 비디오, 16:9. 흑백, 서라운드 사운드, 8분8초, ed.5/5. 이미지 제공: 작가 및 안나 슈워츠 갤러리. 촬영: 크리스티안 카푸로.
디 하딩
함께 숨쉬다 2017, 유리에 오커, 목탄, 합성 안료, 22×542cm (12개의 패널, 각 22×45cm). 이미지 제공: 작가 및 디 하딩 컬렉션. 촬영: 롭 리틀.
키리 달레나
지워진 슬로건 2014, 포토래그 바리타 면섬유의 광택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91.4×141.3cm. 이미지 제공: 작가.
게리 로스 파스트라나 & 조이 둘레이 & 임정수
메아리증 2009, 복합 매체 오브제(톱밥, 접착제, 레진, 재, 가짜 눈, 미백 비누, 텍스트, 불롤 인형, 오르골 기계 장치, 목재, 목재 충전재 및 기타, 조이 둘레이의 단편 소설집), 가변설치. 싱가포르미술관 소장, 2012-00727. 이미지 제공: 싱가포르 국립문화유산위원회.
브라이언 푸아타
벗어난 교육(실수의 기회) 2021, 3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58분35초. 2021년 6월 23일, 8월 31일, 9월 30일에 퀸즐랜드주립미술관에서 진행된 즉흥퍼포먼스 기록 영상. 촬영: 제레미 비라그, 디에고 아퀼리잔. 포스트 프로덕션: 매튜 맥기건. 프로듀서 겸 촬영: 데니 라이언. 제 10회 아시아 태평양 현대 미술 트리엔날레 커미션. 2021년 제니퍼 테일러 유증금을 통해 퀸즐랜드주립미술관에 소장됨. 퀸즐랜드주립미술관 소장, 2021.47. 이미지 제공:
홍미선
Code 10 1994 (2020 프린트), 디지털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6×120.6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20-103.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히만 청
기하학에 관한 단편 소설 2009, 단편소설과 장기 현장 퍼포먼스. 싱가포르미술관 소장, 2021-00291. 이미지 제공: 작가.
이미래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섬들 2017, 내부에 스티로폼을 넣은 시멘트 덩어리, 먹물로 붓질한 표면처리 후 투명 무광, 40×50×5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20-22. 이미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히만 청 & 르네 스탈
읽지 않은 책의 도서관 2016, 개념 작업과 퍼블릭 프로그램. 작가 제공
에밀리 플로이드
문제가 곧 해결책(무제 모음) 2008, 브리즈번 현대미술 갤러리 ‘하비스트’설치 전경, 2014, 에밀리 플로이드와 안나 슈워츠 기증(2010년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 재단). 호주 정부의 문화 기증 프로그램. 퀸즐랜드주립미술관 소장. 작가 및 안나 슈워츠 갤러리 제공. 촬영: QAGOMA.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손혜민_유소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프로덕션: 회사소개 2023, 혼합매체(우뭇가사리, 글리세린, 물, 피복전선, 식용색소, 식물염료), 종이에 펜과 색연필, 싱글채널 HD 비디오, 가변 설치. 공생체: 알티비피얼라이언스(주), 오픈스페이스 배, 자연과학서점 책방동주, 어밴던드 샌드위치, 나인퍼센테이지, 방기철, 윙윙홈, 왕융안, 모스피글렛, 이주영, 계택곤 + α. 우무키트 협업: 윙윙홈, 해민해, y!. 구조물 설계 및 제작 협업: 신익균. 애니메이팅: KAY. 서울시립미술관 커미션. 이미지 제공: 작가
김홍석
사랑의 구멍 2007, 종이에 펜, 연필, 21×3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2019–63.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관객 여러분께,
늘 어렴풋이 짐작했던 여러분께 처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전시를 보는 것, 미술관에 방문하는 것은 여러분께 어떤 의미인가요? 여러분이 미술관에 오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작가나 기획자는 보통 여러분께 말을 건네는 마음으로 작품과 전시를 만듭니다. 이번 전시는 특히나 대화가, 언어와 생각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기에 그 마음을 담아 여러분께 말을 건네는 일로 전시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3년 기관의제인 ‘공유’의 관점에서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을 생각해 보는 전시입니다. 전통적으로, 미술관은 작품을 소장하고, 연구하고, 전시하는 공간이었죠. 하지만 오늘날의 미술관은 다양한 군집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소통하며 공동의 경험과 가치를 짓는 사회적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상호성’, ‘연결’처럼 관계를 향한 개념은 미술관 활동의 주요한 가치가 됩니다. 그리고 가진 것을 나눈다는 의미의 ‘공유’는 상대를, 또 그와의 만남과 접촉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관계’를 중심에 둔 동시대 미술관의 실천을 재고해 보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술관에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나누고, 혹은 나눌 수 있을까요?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는 미술관의 대표적인 공공재인 소장품을 공유의 중심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싱가포르미술관, 퀸즐랜드주립미술관 등 세 기관의 소장품을 씨앗 삼아 만든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나고 대화하는 자리입니다. 미술관이 실천하는 공유란, 의외의 만남 속에서 오해와 차이, 놀라움을 발견하며 공통의 이해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이를 통해 각자의 앎의 반경을 새롭게 그려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은 감상의 수동적인 대상을 넘어, 서로 다른 우리를 잇고 교차시키며 또 다른 공유의 실천을 만드는 도구이자 촉매제가 됩니다.
미술관에서, 넓게는 삶 속에서 공유를 실천하고자 할 때 선행되어야 할 움직임을 이번 전시는 실천어를 통해 상상합니다. 나의 안전한 반경 너머의 누군가를 마주하는 일(사랑하기),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의지(번역하기), 언어 이면의 의미를 발견하고 관계 맺는 과정(추상하기와 침묵하기), 공통의 감각과 경험을 세우려는 움직임(세우기), 이를 다방면으로 잇는 실천(섬하기), 그로써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보는 시도(물갈퀴만들기)가 구체적인 상황과 운동, 그리고 작품들의 관계망 속에서 펼쳐집니다. 여러분은 작품들 사이에서 연쇄하는 이 실천의 흐름을 따라가 볼 수도 있고, 자신만의 관계망을 재구성하며 공유의 의미를 재검토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움직임을 도모합니다.
우리가 서로 만날 때에야 비로소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또 무엇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지를 서로의 방식을 통해 배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모여 산을 이루는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상황과 모임을 제안하며, 여러분과 함께 ‘공유’의 의미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긴 시간과 참여를 요하는 전시입니다. 작품이 추동하는 실천을 천천히 따라가며 우리가 미술관에서 나누고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실천을 요청하는 이 전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여 작가 아만다 헹의 작품 제목으로 우선 편지를 맺겠습니다.
대화를 합시다!
실천어 소개
사랑하기(Love-ing)
사랑은 세계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아주 일상적인 태도이자 삶을 향한 내적 동기입니다. 나와 나(타자)의 대면이고, 타자와의 만남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나아가 타자의 경험을 자신에게 포개어 세계를 탐색하는 전도의 경험을 유발하는 동력이자 그 과정 속에서 행동과 사유의 변화를 이끄는 의도적인 배움의 실천입니다.
사랑하기는 추상적이거나 신비로운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우리가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입니다. (...) 사랑하기는 세상을 이해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생존 이상의 의미를 찾는 일상적 투쟁입니다.
다양한 읽기와 의미 만들기의 가능성이 외부를 향해 열려있을 때 더 많은 ‘사실’이 발견됩니다. 우리는 신화를 상상하고 환상을 창조하고 그것이 쓰일 수 있게 허용하나요?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타인을 사랑하고 타인이 함께, 타인을 위한 행동이 될 수 있을까요?
추상하기와 침묵하기(Abstract-ing and Silence-ing)
‘추상하기’와 ‘침묵하기’ 사이에는 이미지를 축적함으로써 느껴지는 ‘제3의 힘’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적인 특성이 아닐까 합니다.
추상은 결코 구상의 반대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발화되지 않고 가시화되지 않는 것들을 건져 올리는 언어이며,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관계 맺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입니다. (...) ‘추상하기’와 ‘침묵하기’는 소통의 연쇄를 만드는 (가능성의) 언어이자 잠재성의 영역입니다.
번역하기(Translate-ing)
몇몇 사물은 “의사소통과 접근이 불가능하며 조용하거나 심지어 소리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들은 일상적인 물건의 친숙한 모양과 형태를 반영하지만, 말이나 소리를 통해 제공되는 것은 거의 없다. 완전히 굳어버린 접착제로 만들어져 영원히 닫혀버린 책, 시멘트로 채워진 캔 안의 오르골, 잊히고 감춰지며 억압되거나 비밀로 간직된 이야기를 암시하는 카세트테이프.”
‘추상’과 ‘침묵’은 되려 구체적인 것(이야기, 설명 등)을 제공하고 번역을 통한 해석과 의미의 순환이 다른 접선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펼쳐냅니다.
세우기(Statue-ing)
미술관에서 우리는 어떤 운동성과 공동성을 만들 수 있을까요?
동상, 기념비, 혹은 예술 작품은 어떤 관점이나 취향을 반영해야 하는 걸까요? 대중의 합의는 과연 가능한 명제일까요? (...) 완벽한 공공 기념물이란 대중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창출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미술관이 기념비라면 사회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그 의미도 필연적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확고하게 존재를 주장하는 공공에 세워진 동상처럼, 고정된 정의나 합의에 도달할 수 없더라도 의미 만들기는 항상 집단성에서 등장합니다. (...) 기념비가 집단 기억이나 가치의 물질적 증거라면, 여기에는 잠정적이고 미약한 관계에 관한 살아 있고 걸어다니는 기념비가 있습니다.
섬하기(Island-ing)
‘섬하기’는 이질적인 것들 간의 유연한 연결과 관계를 통해 우리 안에 공통된 토대를 만드는 일, 확장된 관계를 추동하는 도구와 매개체로서의 작품이 갖는 실천적 의미를 제안합니다.
물의 유연성과 해양의 조수 변화는 역동성의 한 모델로, 정적인 객체를 주변의 움직임에 따라 새롭게 위치시킵니다.
물이 어떻게 울타리 치는지에 따라 섬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 자체로 풍부한 기반인 유동적인 땅으로서의 바다가 어떻게 섬들을 연결하는지를 통해 ‘물갈퀴만들기’가 제안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작품이 섬이라면, 미술관과 전시 공간은 바다입니다. 그리고 소장품은 대양입니다.
물갈퀴만들기(Webbed-ing)
연결과 창발적 진화의 관점 속에서 고안된 실천어 ‘물갈퀴만들기’는 섬과 섬, 이질적인 것들 사이를 오가기 위한, 혹은 기존의 경로를 벗어나 새로운 공동의 모습을 그려보는 방법입니다.
동시대 미술관의 가장 주요한 역할은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더 많은 공동체와 나누는 것입니다. 스스로 조직될 수 있는 공통의 지식이나 정동, 기억의 맥락에서 본다면, 생태계의 다종다양한 일원들을 통해 공동이 조직되고 이를 다시 순환하고 재분배하는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분배 문제를 최우선에 두는 것은 불평등의 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 안전하고 자유가 허락된 배움의 공간을 생각합니다. 배움의 공간은 지식을 전달하고 다양한 형태의 지식에 노출되는 공간입니다. 생산적인 나눔의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조화와 상호성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불일치, 저항, 분열, 카타르시스, 그리고 아마도 도피의 공간일 것입니다.
예술이 반드시 ‘생산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예술적 지식의 잠재적인 불명확성, 다른 형태의 지식 전달이 효율적이지 않은 경우, 그리고 공동체 내에서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예술을 흥미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랑하기(Love-ing)
소장품도 기념비로 생각할 수 있을까요? 수집의 실천은 현재를 위해 과거를 수집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 현재를 수집하는 것도 아닙니다. 소장품은 항상 현재에 위치합니다. 소장품의 영속성은 그것이 현재에서 구현하는 인식론적 체계의 변화로 표시됩니다. 소장품을 발화를 통해 활성화되는 기념비, 살아 있는 순간의 증언, 집단적 혹은 주관적 지식, 인류의 기록 혹은 아카이브라고 생각해 봅시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장품은 항상 어떻게 보여지는지 혹은 잠재적으로 어떻게 보여질지에 의해 정의되고 위치 지어집니다. 말하자면 특정 순간에 혹은 특정 순간을 위해 특정 대중에게, 특정 목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알려주든, 행동을 촉구하든, 살아있거나 공유된 의식을 표시하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이러한 위치 지움은 소장품을 통해 ‘공유하기’와 ‘사랑하기’의 공간을 만들고, 공동의 꿈을 꾸는 일입니다.
* 실천어 소개글은 전시와 함께 발간된 소책자 속 대화에서 발췌했습니다. 전문은 미술관 웹사이트와 전시장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1963년 서울출생
1964년 서울출생
1936년 경남 함안출생
1948년 평남 평양출생
1960년 서울출생
1958년 경상북도 문경출생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 초상
리움미술관
2024.07.18 ~ 2024.11.24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서울대학교미술관
2024.09.12 ~ 2024.11.24
Mindscapes
가나아트센터
2024.10.16 ~ 2024.11.24
부산 청년예술가 3인전 《응시: 세 방향의 시선》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2024.10.26 ~ 2024.11.24
송준: Blue Eclipse Episode 3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2024.11.14 ~ 2024.11.24
Wherever : 순간이 새겨진 곳
이응노의 집
2024.10.29 ~ 2024.11.24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
이천시립월전미술관
2024.09.26 ~ 2024.11.24
송영규: I am nowhere
갤러리 그림손
2024.10.30 ~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