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2023.11.16 ▶ 2024.05.19
2023.11.16 ▶ 2024.05.19
전시 포스터
변영원
합존 97번 1969, 캔버스에 유채, 91×116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단성주보』 제300호 표지, 단성사 1929년 2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및 제공
김충선
무제 1959, 캔버스에 유채, 43×58cm, 개인 소장
이준
송-유향 1985, 캔버스에 유채, 130.5×9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문복철
작품 67-102 1967, 캔버스에 유채, 163×131cm, 유족 소장
서승원
동시성 67-2 캔버스에 유채, 162.3×130.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승조
핵 G-999 1970, 캔버스에 유채, 192×111cm(3),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최명영
오(悟) 68-C 1967, 캔버스에 유채, 195×132cm, 작가 소장
윤형근
69-E8 1969, 면천에 유채, 165×14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유영국
산 1970, 캔버스에 유채, 136.5×136.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유영국미술문화재단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국내에서 제작된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를 조망하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전을 11월 16일(목)부터 2024년 5월 19일(일)까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점과 선, 원과 사각형 등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회화의 한 경향이다. 서구에서는 몬드리안, 칸딘스키, 말레비치와 같은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각광을 받고, 20세기 내내 현대미술의 주요한 경향으로 여겨졌다. 국내에서도 기하학적 추상은 1920-30년대 근대기에 등장해 1960-70년대에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등 한국 미술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각기 다른 양상으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장식적인 미술 혹은 한국적이지는 않은 추상으로 인식되며 앵포르멜이나 단색화와 같은 다른 추상미술의 경향에 비해 주변적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지닌 독자성을 밝히고 숨은 의미를 복원함으로써,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한국 대표 추상미술가 47인의 작품 150여 점을 통해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를 조망한다. 특히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건축과 디자인 등 연관 분야와 접점을 형성하고, 당대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연동되면서 한국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시는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시대별 주요 양상을 따라 5개 섹션으로 구성했다.첫 번째 “새로움과 혁신, 근대의 감각”에서는 근대기에 미술과 디자인, 문학의 영역까지 확장된 기하학적 추상의 사례를 살펴본다. 1920-30년대의 경성에서는 기하학적 추상이 새로움과 혁신을 상징하는 감각으로 인식되었다. 1930년대 김환기와 유영국의 최초의 한국 기하학적 회화 작품 〈론도〉(1938), 〈작품 1(L24-39.5)〉(1939)을 비롯, 1930년대 단성사와 조선극장에서 제작한 영화 주보와 시사 종합지의 표지, 시인 이상의 기하학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잡지 『중성』(1929)의 표지 등을 소개한다.
두 번째 “한국의 바우하우스를 꿈꾸며, 신조형파”에서는 바우하우스를 모델로 하여 1957년 한국 최초로 결성된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의 연합 그룹 ‘신조형파’의 활동상과 전시 출품작을 소개한다. 이들은 현대사회에 적합한 미술은 합리적인 기준과 질서를 바탕으로 제작된 기하학적 추상미술이라고 보았고, 이것을 산업 생산품에도 적용해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하고자 하는 이상을 보여주었다. 건축가 이상순이 당시 촬영한 《신조형파전》 작품 및 전시장 사진과 김충선의〈무제〉(1959)를 포함한 변영원, 이상욱, 조병현의 출품작 등을 소개한다.
세 번째 “산과 달, 마음의 기하학”에서는 김환기, 유영국, 류경채, 이준 등 1세대 추상미술가들의 작품과 이기원, 전성우, 하인두 등 2세대 추상미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기하학적 추상의 특수성을 살펴본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에서는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 추상을 제작하거나, 자연을 대하는 서정적인 감성을 부여한 작품들이 발견된다. 엄격한 기하학적 형식을 탈피하여 한국적 특수성을 담아낸 유영국의 〈산〉(1970), 전성우의 〈색동만다라〉(1968) 등을 선보인다.
네 번째 “기하학적 추상의 시대”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엽까지 기하학적 추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양상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우선, 1967년에 개최된 《한국청년작가연립전》을 계기로 ‘청년 미술로서의 기하학적 추상’이 등장하게 된 상황을 소개한다. 앵포르멜 이후의 미술을 모색했던 최명영, 문복철이 《한국청년작가연립전》에 출품했던 작품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재공개된다. 이승조의 1970년 《제4회 오리진》전 출품작도 53년만에 재공개된다. ‘미술, 건축, 디자인의 삼차각설계도’에서는 당대의 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서울의 현대성과 미래적인 국가의 면모를 재현하는데 적합한 미술로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상정한 상황을 소개한다. 최초로 공개되는 윤형근의 1960년대 기하학적 추상작 〈69-E8〉(1969)을 포함해 박서보, 하종현 등 한국 추상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기하학적 추상 시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우주시대의 조감도’에서는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시작된 우주시대와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접점을 소개한다. 변영원의 〈합존 97번〉(1969)을 포함해 이성자, 한묵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다섯 번째 “마름모-만화경”에서는 창작집단 다운라이트&오시선의 커미션 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이 지닌 마름모와 같은 반복적 패턴에 주목하고 이를 디지털 만화경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그룹은 아티스트, 디자이너,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순수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탐색한다.
전시 기간 중 ‘전문가 강연 및 토론’과 ‘학예사 대담’ 등 전시 연계프로그램이 개최된다. <기하학적 추상미술과 디자인>을 주제로 미술사,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학술적 의의를 심층적으로 논의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더욱 활발한 연구와 논의를 끌어내어 한국 미술의 줄기를 더 풍성하게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전시 구성 및 주요 출품작 소개
1. 새로움과 혁신, 근대의 감각
1920~30년대의 경성에서 극장을 찾은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은 영화 주보에서 기하학적인 표지 디자인을 볼 수 있었다. 『제일선』이나 『신인간』 같은 시사 종합지를 구입한 지식인 독자들도 기하학적인 추상 디자인의 표지를 심심치 않게 발견했다. 시인 이상은 미츠코시 백화점 내외부의 기하학적 외형을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과 같은 문장으로 묘사한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1930년대 말 김환기와 유영국은 동경과 경성에서 전위미술로서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실험했다.
1920~30년대의 경성은 서구의 기하학적 추상이 직간접적으로 유입되면서 미술과 디자인, 문학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시대이다. 당대의 창작자들에게 기하학적 추상은 새로움과 혁신의 감각으로 여겨졌다. 동시에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순수미술과 디자인 사이의 위계를 구분하는 경계로 처음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근대기 경성은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처음 등장해 이를 둘러싼 여러 논점이 촉발된 출발점이었다.
2. 한국의 바우하우스를 꿈꾸며, 신조형파
1957년 화가, 건축가, 디자이너의 연합 그룹인 신조형파가 결성되었다. 이 그룹은 건축을 기반으로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예술과 기술을 통합하고자 했던 독일의 건축,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를 모델로 삼았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과정에서 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던 바우하우스처럼, 신조형파는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기에 미술, 건축, 디자인의 새 역할을 모색하고자 했다.
신조형파 작가들에게 있어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현대사회에 적합한 미술은 합리적인 기준과 질서를 바탕으로 제작된 기하학적 추상미술이었다. 이것을 미술품으로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산업 생산품에도 적용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전쟁 복구에 여념이 없었던 국가의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것이 신조형파의 최종적인 목표였다.
3. 산과 달, 마음의 기하학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에서는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 추상을 제작하거나,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서정적인 감성을 부여한 작품들이 발견된다. 이와 같은 특징은 미술을 대하는 작가들의 태도와 연관된다. 특히 김환기와 유영국 같은 1세대 추상미술가들은 그림이란 그리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 심지어 인격의 반영이라고 보는 문인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미술에 입문하였다. 이들은 자연 역시 단순한 그림의 소재가 아니라 그리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담아내는 매개이자 그 자체로 그림 속에서 살아 생동하는 기운생동의 존재로 여겼다. 이 작가들의 기하추상 작업이 완벽한 질서와 균형에 기반한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를 취하기보다, 자연이 지닌 부드러운 선과 형태에 기초하는 것도 그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한편 전후의 한국 미술계에서는 전통적 소재와 현대적 양식을 결합한 한국적 현대미술의 창출이 주요한 과제였다. 이에 한국 미술의 전통 혹은 한국적 정체성과 관련한 주요 소재인 자연과, 현대미술의 양식인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연계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관찰된다.
4. 기하학적 추상의 시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엽까지 한국에서 기하학적 추상은 청년 작가들로부터 기성 미술가들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퍼져나갔다. 미술계 내부적으로는 앵포르멜 이후의 미술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그 대척점에 있는 기하학적 추상이 부상하였다. 한편 이와 같은 미술이 산업, 건설, 과학의 발전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고자 했던 1960~7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에 적합하다고 인식된 것도 당대에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확산한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4-1. 청년 미술로서의 기하학적 추상
1967년 12월 홍익대 출신의 20-30대 작가들이 결성한 오리진, 무동인, 신전동인의 연합전인 《한국청년작가연립전》이 개최되었다. 이 전시는 당대의 청년 작가들이 앵포르멜 중심으로 재편된 기성 미술계를 타개할 대안적 미술로 오브제 미술, 해프닝과 더불어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상정했음을 처음으로 구체화하였다.
1960년대 초 국내에선, 기하학적 추상미술과 옵아트가 현대미술의 새 경향으로 급부상한 국제 미술계의 동향과, 앵포르멜 이후 대안적 미술을 찾아야 했던 한국 미술계의 필요성이 맞물렸다. 이로써 새로운 주목을 받게 된 기하학적 추상은 청년 작가들의 대안 미술로 자리 잡았다.
4-2. 미술, 건축, 디자인의 삼차각설계도
1965년부터 본격화한 서울시의 도시 개발 사업은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도시와 건축물들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현대적인 도시 서울의 면모는 미술가들에게도 기하학적이고 건축적인 구조와 이미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미술가와 건축가가 함께 활동하는 일도 점차 증가했다. 특히 1967년에는 ‘회화, 조각, 건축의 종합적인 창조’에 기반해 새로운 조형 시대를 여는 것을 목표로, 미술가와 건축가가 참여한 ‘한국조형작가회의’가 창립되었다. 한국조형작가회의 참여 작가 중 건축가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했던 박서보, 윤명로, 윤형근, 전성우, 조용익, 하종현 등 상당수가 1960-70년대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실험했던 점은 당시 미술과 건축이 형성한 접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형작가회의가 결성된 다음 해에 개최된 《제1회 한국무역박람회》는 미술가와 건축가, 거기에 더해 디자이너가 연대해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국가의 발전을 상징하는 미래적 이미지로 제시하였다. ‘내일을 위한 번영의 광장’을 주제로 내세운 이 박람회는 수출 증대로 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지고 국민들에게는 발전된 국가의 미래상을 제시하고자 마련되었다. 박람회의 건축물과 디자인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기하학적인 조형과 옵티컬한 원색의 색조다. 전시장 외벽을 각각 색이 다른 다이아몬드 형태의 띠로 장식했고, 박람회 정문에도 이와 같은 형태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당대에 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가 연대해 활동하는 데 있어 기하학적 추상이 조형적 접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4-3. 우주시대의 조감도
1969년 7월 21일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들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국내에서도 남산 야외음악당에 설치된 초대형 TV를 통해 수많은 사람이 이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11월에는 아폴로 11호에 탑승했던 우주인 3인이 내한해 김포공항에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대의 한국 사회에도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역사적 이벤트였다.
미술가들에게도 우주시대의 개막은 관심과 영감의 대상이 되었다. 하종현이 “지구상의 중력으로부터 해방되려고 하는 예술가의 열렬한 욕구와 우주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1970년대의 온갖 관심은 우주미학이라고도 할 새로운 광맥을 찾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당대 작가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우주시대의 도래를 가능하게 한 밑거름이 된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역시 고조되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현대미술, 특히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연계하거나, 우주시대에 대한 반응을 이와 같이 미술을 통해 표현하려는 시도가 국내외에서 활동하던 한국 작가들의 작업에서 발견된다.
5. 마름모-만화경
중앙홀에서는 다운라이트&오시선의 〈마름모-만화경〉을 전시한다. 1, 2전시실에서 소개한 1920-70년대 기하학적 추상미술 작품들이 지닌 삼각형, 마름모 같은 패턴에 주목하고 이를 ‘디지털 만화경’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1913년 전남 신안출생
1941년 출생
1931년 경상북도 예천출생
1921년 출생
1942년 서울출생
1919년 출생
1941년 평안북도 용천출생
1916년 경북 울진출생
1928년 충북 청원출생
1941년 황해도 해주출생
1923년 출생
1918년 경남 진주출생
1935년 경남 산청출생
1914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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