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배: 부유/현실/기록
2023.12.07 ▶ 2024.03.03
2023.12.07 ▶ 2024.03.03
전시 포스터
오원배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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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미술 올해의 작가
‘2023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는 인천문화재단-인천아트플랫폼이 올해 처음으로 운영하는 전시 제도로서 지난 5월 오원배를 그 첫 번째 작가로 선정하였다. 인천 연고의 작가들 중에 선정된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에게는 예술창작을 지원하며 동시대의 시각으로 작가의 작업 세계를 폭넓게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인천미술의 현재를 가늠해보고 미래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심사는 지난날의 공로나 업적의 평가가 아닌 현재의 예술성을 가장 높은 기준으로 삼았고 심의위원회는 ‘변화는 형식의 차용이 아닌 치열한 자기 극복’임을 자신의 예술의 태도로 견지하는 오원배를 선정하는 데에 이견은 없었다.
오원배
오원배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일관된 작업의 주제로 하여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인간의 ‘몸’을 통한 발언이다. 그의 대학 시절인 1970년대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유신 체제와 산업화, 도시의 빈민층 문제, 사회의 부조리 등 어두운 현실이 존재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으로 실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군복무 후 인간 형상에 대한 표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익명성을 드러내는 탈을 쓴 인간의 형상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반인반수의 형상과 역동적인 저항의 몸으로, 획일적이고 기계화된 군중의 몸으로 나타났으며 그는 현재까지 시대의 흐름에 반응하며 변화하는 다양한 몸의 형상을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작가는 “예술은 살아있는 생물”이며, “예술은 현실과 부딪치고 반응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것”이라는 예술 철학을 바탕으로 작업에 천착해왔다.
<부유/현실/기록>
오원배 작품의 제목은 모두 ‘무제’이다. 현실 속에 부유하는 수많은 존재들과 관계 맺고, 이를 예술적 사유를 통해 기록하는 과정들은 결코 한 단어나 문장으로 귀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부유/현실/기록>은 이러한 현실과 관계 맺는 작가의 예술적 태도를 은유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전시공간을 그의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장엄한 무대 같은 서사적 풍경을 연출한다.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네 개의 벽면을 에워싸는 대형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오늘의 일상적 현상인 대립된 진영의 구호가 크레인에 매달려있는 대형 스피커를 통해 광장에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듯하다. 이는 이념에 경도되어 다양성이 무시되는 현실을 상징한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기술적 발전으로 찬란한 성과를 이루어 냈지만 합리와 이성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혼란을 겪기도 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존엄성을 위협받는 인간, 덧없는 욕망을 쫓거나 현실의 깊은 구덩이를 피하기 위해, 사회의 새로운 시스템과 제도 사이를 살얼음판 걷듯 나아가는 현실의 힘겨운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좌절과 절망에서 벗어나려는 희망의 몸짓들은 외부 현실로 인식되는 4점의 대형 작품 사이에 존재하며, 격정적이고 역동적인 몸으로 표현된다.
2층 전시장에는 작가가 ‘사유와 상상을 자극하는 일체의 행위와 기록’이라고 정의하는 드로잉 작품들이 펼쳐진다. 작가는 드로잉을 수시로 일어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표현 욕구와 변화를 방법적으로 모색하고 양식화 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작가의 거칠고 강한 표현적 경향에서부터 감성에 의존하는 감각적, 추상적, 기하학적, 재현적 표현과 재료의 속성과 효과를 이용한 다양한 드로잉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오원배의 드로잉은 넓고 거친, 한없이 아름답지만 격정의 파도를 감춘 바다의 모습과 닮아있다.
2층 전시장 한편에는 1970년대의 청관(인천차이나타운을 부르던 옛이름)의 주변 풍경을 그린 드로잉들과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로 분류한 스케치북에 담은 드로잉들이 아카이브 형식으로 전시된다. 매립되기 이전의 항구와 옛 건물들, 지금은 문을 닫은 당시의 고급 호텔과 정박해있는 어선들의 모습은 잊고 있던 따듯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향수를 자극한다. 이제는 표지석만이 남아 소문처럼 떠도는 낙섬과 예전 청관으로 함께 불리던 장소인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더 이상 바다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오원배의 오래된 드로잉들은 역사적 기록이 되어 여전히 비릿한 냄새와 함께 옅은 기억을 선연히 불러들이고 있다.
뜨거운 몸
오원배가 국립현대미술관 ‘이달의 작가’에 선정된 1989년부터 ‘인천미술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 2023년까지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2023년 현재는 국가 간의 일촉즉발의 긴장과 크고 작은 전쟁이 진행 중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국가와 사회의 체제, 종교, 정치, 인종 간 이념의 대립과 전체주의적 경향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비극적 갈등의 상황을 초래한다. 또한 문명의 발전이 수반하는 재난과 안전사고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생활화는 우리에게 인간의 근원적 가치와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이야기들은 작가의 변함없는 작업 주제이며, 현실을 거니는 오원배의 예술적 행보는 여전히 뜨거운 몸으로 진행 중이다.
작가소개
오원배는 1953년 인천 중구에서 출생하여 인천 창영초등학교, 송도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파리국립미술학교를 수료했으며,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교수로 재임하며 오랜 기간 교육과 작업에 매진했다.
2017년 OCI미술관, 2012년 금호미술관, 1998년 조선일보미술관, 1989년 국립현대미술관 <이달의 작가전> 등 20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1997년 이중섭 미술상, 1992년 올해의 젊은 작가상, 1985년 프랑스 예술원 회화 3등상, 1984년 파리국립미술학교 회화 1등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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