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배 작고 22주기 기획초대전: 괴산의 그림쟁이
2023.12.15 ▶ 2024.01.28
2023.12.15 ▶ 2024.01.28
전시 포스터
독자적 예술 ‘헝창배 화풍’ 을 탄생시킨 천재화가 황창배
글 / 쉐마미술관 관장 김재관
황창배 화백은 한국화의 영역을 확장하며 작업했던 작가로 이번 기획초대전시는 작고 22주년을 지념하며 1990년부터 2000년 작가가 작고하기 전까지 충북 괴산에서 작업한 성화와 꽃 작업을 중심으로 황창배 화백의 발자취와 정신을 느껴보고자 한다.
황창배 화백은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대학까지 마친 서울 작가이다. 그가 서울 화실을 정리하고 작업실을 충북 괴산 외딴 사과나무 골 옆으로 옮긴 것은 1990년이다. 그리고 그의 화가로서의 인생이 마지막 10년을 충북 괴산에서 지내고 운명하였다. 황 화백은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녔으며, 서울미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엘리트 화가이다. 황 화백은 대학 졸업 후 8년째 되던 1978년 31세의 약관의 나이에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 에서 대망의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당시 미술계는 서양화 화단에서는 반 국전 운동이 일어나며 전위미술 운동이 한창 전개되고 있었지만, 한국화와 조각은 국전을 통하여 화단에 진출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했던 시기였다. 어쨌든 당시에 동양화가의 대통령상 수상의 부상으로 유럽미술관 순방이라는 혜택을 받게 되어 일찍이 서양의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그 후 그는 동덕여대 교수로,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이화여대 미대 교수로 몇 차례 직장을 옮기더니 이화여대 교수라는 영광의 자리마저 불과 5년 만에 포기하고 전업 화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의 의지의 첫 번째 실천이 충북 괴산 산골로의 작업실 이전이었다. 불과 54의 나이로 운명하기 전까지 그의 인생에 가장 많은 걸작을 남긴 것도 괴산 화실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청주대학교 대학원에서 잠시 강의하게 되면서 청주와의 인연을 갖게 되었다.
황 화백은 한국화 <秘51> 로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지만, 그 후 자신을 화려하게 아마추어 화단의 정상에 올려놓았던 동양화의 화법을 모두 버렸다. 한국 화단의 대부분 작가가 고리타분한 기법을 고수하면서 변함없는 매너리즘에 빠져버리는 것이 통례이었던 당시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의 태도는 대단한 용단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황 화백이 이제부터 진정한 창의적 작품을 하겠노라는 자신을 향한 일종의 선언이라 하겠다. 그 후 황 화백은 보수적인 한국화의 현대화를 위해 가장 앞서나간 한국 화가의 선두주자였다. 그동안 대상의 표현에 있어서 대상의 가치를 묘사하는 데 역점을 두었던 한국화의 전통적 방법을 과감히 버리고 서양화의 현대 회화에서 볼 수 있는 방법, 즉 대상을 재해석하고자 대상을 해체하고자 하였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변형시키고, 재분석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였다. 그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자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부적 재능의 필력이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형상들-인간의 모습, 나무, 꽃과 새 같은 자연의 이미지-는 구상과 추상의 특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만큼 매우 독창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독보적 조형 세계를 가리켜 미술평론가 최광진 교수는 이것을 “황창배 화풍”이라고 지칭하였다. 미술사적으로 볼 때 그의 화풍은 서양화의 신표현주의적이기도 하면서, 우리 전통의 민화적 요소를 현대화시키는 방법을 차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본 전시는 54세의 일기로 운명한 뛰어난 천재 화가를 회상하며 괴산에서 10년의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성화 작품과 자연 시리즈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이다.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해요. 계절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보노라면 끝내 경탄을 금할 수 없어요. 아 저토록 신비로운 꽃, 봄이면 싹이 돋는 풀 하나에서도 생명의 신비로움에 가슴 떠는 것. 막연히 짐작하는 것과 실제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너무 달라요. 너무 신기해 작업이 안 될 지경이었어요. ( 황창배 [여성백과], 1992년 4월호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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