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신소장품전
2023.09.15 ▶ 2024.02.18
2023.09.15 ▶ 2024.02.18
전시 포스터
김태
아야진의아침 종이에수채_34.5x49.5cm_1998
이만익
안녕 Farewell 36.5x57.5_실크스크린_1989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현재) 소마미술관은 2023년 9월 15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신소장품전 《정·중·동》전을 개최합니다. 소마미술관은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의 부대행사로 열린 <세계현대미술제> 중 <1~2차 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과 <야외조각초대전>개최로 조성된 조각 공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해 2004년 개관하였다. 미술관은 현재까지 드로잉과 조각을 중심으로 한 기획 전시, 콘텐츠 연구 및 소장품 구입을 병행하여 왔다. 소마미술관의 소장품전은 2007년, 2015년 이후 세 번째 열리며, 전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구입, 기증받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인의 마음가짐 정중동
손성진 | 선임큐레이터
‘미술관의 신소장품전 <정・중・동>은 몸을 매개로 예술과 삶을 바라보는 소마미술관의 기조에 따라 몸과 인물,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자연과 풍경을 다룬다. 제1 전시실은 김태의 인물화와 이만익의 초기 드로잉, 그리고 류인의 조각 작품으로 구성된다. 김태의 누드와 인물화들은 그가 천착한 구상화의 근간을 이루는 특유의 묘사력과 치밀한 구성력의 원천을 보여주며, 또한 작업에 헌신하는 작가로서 구도자적 마음가짐이 드러난다. 이만익의 초기 드로잉은 젊은 작가의 확신에 찬 필력을 유감 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그가 살아나간 시대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류인의 1984년 작 <파란 1>은 빼어난 동세를 품은 묘사적 인체가 상상적 공간과 관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제2 전시실은 이만익 작가가 서울올림픽의 개폐회식을 기념하여 제작한 특별 시리즈가 전시된다. 이만익 작가는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으로 헌신한 바 있다. 20점으로 구성된 연작에는 축제의 주인으로서 세계인을 반기는 설렘, 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기쁨, 고난을 극복하는 강한 의지, 역경을 탈출하는 성실한 노력, 다가올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 다름을 포용하는 정감 어린 화합, 그리고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강복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한 편의 설화와 같이 구성된 연작은 한국인이 공유하는 의식과 정서, 세계관을 명약관화하게 표현한다. 이렇게 확장된 한국인의 정체성은 세계로 열린 인류 화합의 자리에서 그 존재를 확고히 드러냈다.
제4 전시실은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신체와 의식, 자연과 풍경을 다룬다. 전윤정 작가는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자연 현상들을 노동 집약적 과정을 거치며 추상화 한다. 정헌조 작가는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서로 상대되는 개념과 행위를 병치하고 반복하며 사색한다. 하태범 작가는 매스미디어가 전하는 고통의 스펙터클을 소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백된 흰색의 사진 작품을 통해 재현한다. 김병호 작가는 극단적으로 가공된 물질을 제시함으로써 현대 문명의 질서와 논리를 구현한다. 강경구 작가는 특정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실존적 인간의 모습을 과감한 필치로 그려낸다. 지희킴 작가는 신체에 얽힌 관념과 신화를 파편화하고 재배열 함으로써 그 의미를 유동화시킨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태의 풍경화들은 그가 확립한 그만의 양식을 통해 표현된 것들로 일가를 이룬 치밀한 표현과 구성 이외에도 그의 회화에의 부단한 도전과 성취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게 하여 준다.
정중동
정중동靜中動은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과 움직임 가운데 고요함을 동시에 유지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정중동은 한국 문화에 있어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로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정돈하고 조화롭게 유지하며 그를 둘러싼 세계와 균형을 이루는데 가치를 부여한다. 예술 작품은 그것을 창작하는 작가 자신과 그가 몸담아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며, 그렇게 나타난 다양한 요소들이 작품 안에서 서로 어울리고 때로 충돌하는 가운데 스스로 완결성을 이룸으로써 가치를 갖는다. 소마미술관의 신소장품전 <정・중・동>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상반된 두 가지 개념인 고요와 움직임이 서로 어울리며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조망하고자 기획되었다.
고요함 속의 움직임’과 같이 서로 다르거나 심지어 논리적으로 존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감정이나 의미들이 하나의 예술 작품에 동시에 표현되는 것을 양가성 ambivalance이라 부른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긍정과 부정, 존재와 부재와 같이 쌍을 이루는 개념들은 홀로 존재할 때보다 함께 나타날 때 더욱 아름답다. 루벤스의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나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감동과 공감을 넘어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유가 거기에서 온다. 인간은 과학과 논리를 넘어 스스로 인간성을 성취하기 위해 예술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미술관의 신소장품전 <정・중・동>은 몸을 매개로 예술과 삶을 바라보는 소마미술관의 기조에 따라 몸과 인물,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자연과 풍경을 다룬다. 제1 전시실은 김태의 인물화와 이만익의 초기 드로잉, 그리고 류인의 조각 작품으로 구성된다. 김태의 누드와 인물화들은 그가 천착한 구상화의 근간을 이루는 특유의 묘사력과 치밀한 구성력의 원천을 보여주며, 또한 작업에 헌신하는 작가로서 구도자적 마음가짐이 드러난다. 이만익의 초기 드로잉은 젊은 작가의 확신에 찬 필력을 유감 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그가 살아나간 시대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류인의 1984년 작 <파란 1>은 빼어난 동세를 품은 묘사적 인체가 상상적 공간과 관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제2 전시실은 이만익 작가가 서울올림픽의 개폐회식을 기념하여 제작한 특별 시리즈가 전시된다. 이만익 작가는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으로 헌신한 바 있다. 20점으로 구성된 연작에는 축제의 주인으로서 세계인을 반기는 설렘, 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기쁨, 고난을 극복하는 강한 의지, 역경을 탈출하는 성실한 노력, 다가올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 다름을 포용하는 정감 어린 화합, 그리고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강복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한 편의 설화와 같이 구성된 연작은 한국인이 공유하는 의식과 정서, 세계관을 명약관화하게 표현한다. 이렇게 확장된 한국인의 정체성은 세계로 열린 인류 화합의 자리에서 그 존재를 확고히 드러냈다.
제4 전시실은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신체와 의식, 자연과 풍경을 다룬다. 전윤정 작가는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자연 현상들을 노동 집약적 과정을 거치며 추상화 한다. 정헌조 작가는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서로 상대되는 개념과 행위를 병치하고 반복하며 사색한다. 하태범 작가는 매스미디어가 전하는 고통의 스펙터클을 소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백된 흰색의 사진 작품을 통해 재현한다. 김병호 작가는 극단적으로 가공된 물질을 제시함으로써 현대 문명의 질서와 논리를 구현한다. 강경구 작가는 특정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실존적 인간의 모습을 과감한 필치로 그려낸다. 지희킴 작가는 신체에 얽힌 관념과 신화를 파편화하고 재배열 함으로써 그 의미를 유동화시킨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태의 풍경화들은 그가 확립한 그만의 양식을 통해 표현된 것들로 일가를 이룬 치밀한 표현과 구성 이외에도 그의 회화에의 부단한 도전과 성취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게 하여 준다.
반복과 변화는 개별의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나가는 지혜로운 방법일지 모른다. 하나의 예술 작품은 스스로 완결성을 갖기 위해 창작자의 반복되는 수련을 통한 기술의 습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또한 부단히 새로워야 하는 변화를 동시에 요구받는다. 한국 문화에서 말하는 정중동은 개인이 스스로 존재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양분되는 두 가지 의미들을 자신의 마음에 새기고 조화를 유지하여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이러한 가치는 움직이는 사람이 서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반대로 서 있는 사람이 움직이는 이를 이해하는, 서로가 서로에게서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함께 기뻐하는 미덕을 알게 하여 준다.
김태(1931~2021) 작가는 일상의 풍경이나 대상을 사실적 기법으로 묘사하면서도 그것이 대상의 외형이 아닌 본질적 구조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에 노력을 지속하였다. 작가는 구상적 양식을 고수하면서도 상상적 이데아로서의 정신성을 화폭에 구현하고자 스스로 엄격한 규칙 속에서 독자적 양식을 구축했다. 작가가 즐겨 그리던 속초의 바닷가는 기실 돌아갈 수 없는 북녘땅 고향의 해변이었고, 거기 노니는 돛배며 어부들은 모두 그가 간직한 그리움의 모양이었다. 그의 필치에 묻어나는 비범함은 평범함 속에서 드러난다.
이만익(1938~2012) 작가는 따뜻하고 선명한 화려함 속에 한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담고자 하였다. 작가는 중학교 삼학년의 나이에 국전에 입선할 만큼 입증된 필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도불 전까지 후기 인상파, 표현주의, 야수파를 넘나드는 다양한 양식으로 한국인이 처한 어두운 현실을 증언했다. 그러나 재불 기간 동안 얻은 평면성에 대한 확신은 사람들과 쉬운 언어로 소통하고 공감하고자 하는 밝은 연민과 따뜻한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작가는 조르주 루오와 한국의 전통 목판화의 평면성에 착안한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을 통해 한국 사회에 드리워진 아픔과 상처를 따뜻하고도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졌다.
류인(1956~1999) 작가는 사실적 표현을 통해 자기만의 상상적 공간을 구축하려 하였다. 작가는 조각을 “빈 공간을 작품이 차지함에 따라 작품은 그 공간의 공기를 빼앗는 것입니다.”라고 규정한다. 또한 자신의 의도를 “어디론가 더 위로 터져나갈 듯한 힘을 덩어리 내부에 간직한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던져짐이 약해서는 이미 조각적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도 말한다. 조각에서 덩어리는 존재 자체다. 그러나 그는 덩어리가 아닌 덩어리를 둘러싼 허공에 자신의 상상을 던져 넣음으로써 그 의미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전윤정(1978~)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자연 현상들을 펜 드로잉으로 메모해 두었다가 이를 얇은 라인 테이프로 조금씩 확장시키는 노동 집약적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한다. 전개의 과정에서 구상적 형상은 노동의 과정을 거치며 추상적 이미지로 나아간다. 작가는 “풀어헤치듯 그어진 펜 드로잉의 선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감정을 검정 라인 테이프로 긋고 쌓고 자르고 떼어내기를 반복하며 드러내 본다. 이때의 감정은 마치 추운 겨울 마른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 같다. 곧 녹아 사라질 눈.”이라고 말한다.
정헌조(1971~) 작가는 긋기와 지우기, 있음과 없음, 흑과 백, 존재와 부재, 형상과 여백 등의 개념을 사색하고 그것들을 동시에 화폭에 드러냄으로써 존재와 인식의 문제에 접근한다. 작가는 극도로 정제된 자기 성찰적 드로잉을 통해 허구와 실체를 동시에 드러내는 형상을 만든다. 작가는 종이에 연필과 지우개로 선을 하나씩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빛과 그림자가 드리운 부조와 같은 형상을 그린다. 그는 자신이 나타내는 형상이 씨줄과 날줄이 하나씩 엮이는 것과 같은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고 말한다.
하태범(1974~) 작가는 사실적인 사진 매체를 통해 표백된 허구의 현실을 제시한다. 작가는 매스미디어가 실어 나르는 지구촌 곳곳의 사건, 사고, 재난의 장면들을 흰 종이나 플라스틱 오브제로 재현한 후, 이를 다시 원본이 되었던 보도사진 이미지의 각도로 촬영하여 결과물을 얻어낸다. 그의 작업 속에서 하얗게 표백된 재난의 스펙터클은 작가 자신과 우리들이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방식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써 작동한다.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생산하고 또한 동시에 소비하는 차가운 재난의 이미지는 그의 작업 속에서 정체를 드러낸다.
김병호(1974~) 작가는 극단적으로 가공되고 조합된 물질을 통해 현대 문명의 규범과 구조를 은유한다. 작가는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재료를 문명이 터득한 최신의 기술로 매끄럽고 반짝이게 마감하고, 이들 각각의 구성물들을 체계적으로 계획된 관계성에 따라 구조화함으로써 현대 문명의 질서와 논리를 드러낸다. 매끈하게 마감된 표면은 그 안쪽으로의 침투를 완강하게 거절하는 듯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반짝임이 오히려 우리를 그것의 안쪽으로 유혹한다고 믿는다. 단단한 표면의 안쪽에는 작가가 예비한 물질과 감각에 대한 질문이 있다.
강경구(1952~)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특정한 상황에 드러나는 현상적 이미지를 통해 마술처럼 쏟아낸다. 그의 육중한 회화의 두께는 차치하더라도, 빠르고 과감한 붓질로 이루어진 드로잉은 세상의 이치를 넘어서는 그림의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논리로써 스스로 존재한다. 작가는 드로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드로잉이란 직접적이고, 꾸밈이 없으며, 확실하고, 단호할뿐더러, 주저함이 없고, 눈치 봄이 없으며, 선택적 체험에서 오는 뜨거운 전율이다. 그것은 온 우주 질서에 대한 젊디젊은 통찰이다.”
지희킴(1983~) 작가는 파편을 통해 전체를 드러낸다. 작가의 드로잉에는 부서진 신체의 부분들이나 자유롭게 부유하는 사물들이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듯 채워져 있다. 하나의 화폭에 공존하는 다양한 붓질과 사물들은 흩어진 듯 늘어서 있지만 매우 세심하게 선택되고 논리정연하게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또한 하나같이 가지런한 방향으로 주제를 향한다. 작가는 동시대의 의식 속에 통용되는 다양한 상징들을 교묘히 왜곡함으로써 공동체 속에 자리 잡은 굳건한 신화를 폐기하고 유동적이며 가변적인 것으로 변형시킨다.
1938년 황해도 해주출생
1956년 출생
1974년 서울출생
1974년 서울출생
1952년 출생
1983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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