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명: 저기, Over there,
2023.12.12 ▶ 2024.01.27
2023.12.12 ▶ 2024.01.27
전시 포스터
홍순명
전시전경
홍순명
전시전경
씨알콜렉티브는 2023년 마지막 전시로 홍순명 개인전 《저기,(Over there,)》를 오는 12월 12일부터 2024년 1월 27일까지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앙데팡당전에 참여했던 1981년을 그의 데뷔 연도로 하면, 홍순명의 작가 활동 기간은 40년이 넘는다. 이번 전시는 그의 일생을 빈틈없이 채운 작업 여정 가운데 중요한 시리즈인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의 의미변화를 톺아보고자 한다. 사이드스케이프는 작가가 독일 물리학자이자 양자역학의 선구자인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자서전 <부분과 전체(Der Teil und das Ganze)>를 읽고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나 사회문제에 다가가려는 경험 중심적 방식과 미시사를 지향하는 태도를 통해 시작되었다. 작가는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워지던 시기에 시대상을 반영한 사진을 취득하고, 그 이미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가장자리에 붙어있는 것을 조합하여 화면에 옮김으로써 인간 중심의 사건이 아닌 자연 같은 주변의 객체 지향적이고 사변적인 풍경을 제안해왔다. 이는 담론-언어의 구조나 주체 중심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을 해체하고 관람자들의 시선을 해방하고자 하는 유의미한 시도일 것이다.
우선 사이드스케이프적 태도는 그의 다른 시리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페인팅을 작은 조각으로 나눠 추상으로 보이는 부분의 미시사가 파장을 만들면서 전체의 구상 풍경과 이중적으로 공존하는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재난> 시리즈가 그것이다. 또한 작가 가족의 사적 기록사진들을 중첩하여 사건들 전체를 인식 불가능하게 만듦으로써 고정된 역학 관계의 전복을 모색하는 <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시리즈는 개인의 가족사를 넘어 급격하게 발전한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세대 간 갈등과 관계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사이드스케이프는 총체적인(holistic) 화면에 대해 문제 제기함과 동시에 불연속성이고 파편화로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비틀어 바라보려는 제스처로부터 의미화할 수 있다. 심상용(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에 따르면, 중심 사건을 삭제하고 주변만으로 재조합된 홍순명의 사이드스케이프는 ‘나 자신으로부터 물러선 보기의 방식’을 통해 굳게 닫힌 탐미주의, 엘리트주의적 오만의 커튼을 열어젖혀 환기하는 것이자, 근대적 주체성의 몰락과 함께 참다운 지성에 관한 객체 지향적 이야기로 채워진 중층적인 풍경/비풍경이다.
이번 전시 《저기,》는 새롭게 일상이 된 경이로운 아침 산책로의 주변 풍경을 사이드스케이프에 추가한다. 기후변화와 팬데믹 위기나 전쟁과 같은 재난 소식을 매일 접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소소한 일상은 우리 삶에 새로운 의미를 던진다. 여기서 사이드스케이프는 재난이 일상화되어 냉소와 무기력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생명의 기적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는 가족의 건강과 돌봄을 위한 산책길에 빛나는 아침 해와 주변을 사진으로 담고, 같은 날 인터넷에 떠도는 재난 이미지와 외신을 한 화면에 중첩한다. 세계시민으로서 접하는 믿기 힘든 국지전쟁과 자연재해의 파동을 일상으로 마주하며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감지한다. 저 세계 반대편에 있는 국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조리하고 비현실적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 현존하는 가족의 아픔, 기후 위기도 믿을 수 없이 비현실적이다. 작가는 미디어가 노출하는 시간의 압축과 공간의 절멸 현상에 따라 가속화되는 우연적이고 파편화된 사회관계들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작가는 자연마저 쓸어버리는 홍수 사태의 이미지 부분을 그리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보도사진에서 중심 내용이 되는 이미지를 삭제하고 나머지 부분만을 따로 그려 캔버스끼리 조합한다. 사실 관람자들은 이러한 사전 정보 없이 재현된 이미지를 통해서만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홍순명이 그려내는 화면은 구체적 형상이 제거된, 그냥 덤덤하고 소박한 붓 터치와 먼지 드리운 중간 톤으로 채워진 풍경이기 때문이다. 인간 관점의 홍수나 전쟁의 참혹함은 블랙홀처럼 캔버스 사이로 빨려 들어가 제거되고, 주변과 주변 사이 압축-삭제된 시공간은 축소된 경험과 체화 모두에 의해 대체되고 변형된 현전(現前)을 마주하게 한다. 여기엔 스펙터클한 재난의 숭고함을 평면으로 환원하려는 전략과, 주체 중심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거나 관람자의 감상을 통제하려는 의도 모두를 삭제한다. 역설적으로, 작가가 선택하는 인터넷이나 사진의 이미지, 그리고 포토샵을 통한 이미지의 변형은 진위 여부를 떠나 시각기술매체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하고 카메라 렌즈에 의해 자동화되고 조준되어 시각 중심으로 합리화된 체제와 편재성을 확인하게 한다. 하지만 페인팅으로의 전환은 시각 권력을 해체하고, 기술매체들의 속도를 무화한다. 사이드스케이프는 지금 여기가 아닌 저기, 어디쯤일지 모르는 탈공간의 감각과 테크놀로지의 가속화에 따라 변화된 시지각상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이미지를 매개해 중심성을 전복하고 일상을 되살려낸 주변 미시사는 뉴노멀의 일상을 의미 있게 하고, 억압된 주체와 관람자의 시선을 해방시키며, 카메라에 의존하여 확장-편재된 시지각장의 변화된 전체를 무화해 버린다. 홍순명은 지대한 동시대적 관심으로 인터넷 이미지를 전유하지만, 소박한 화면은 그럴듯한 재현의 기술을 고민하거나 특정 담론이나 시류에 편승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40여년을 지속해온 담담함과 딴딴함의 실천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와 공간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전면으로 배치된 사이드스케이프 작업과 오브제들을 따라 일상의 기적이 가져오는 촉각적인 산책의 과잉 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모두가 중심이 되는 주변 풍경으로 관람자들과 공명하기를 기대한다.
CR Collective presents Soun Hong’s solo exhibition Over there, from December 12 to January 27, 2024, as the CR Collective’s last exhibition in 2023. This year marks the 40th anniversary of Hong’s career as an artist, which began in 1983, his debut year at the Busan Youth Biennale. The exhibition aims to reflect on the changes in the meaning of “Sidescape,” a representative series of his artistic journey throughout his life. “Sidescape” began with an empirical approach and a microhistorical attitude toward inexplicable natural phenomena or social problems, especially after reading the autobiography Der Teil und das Ganze by Werner Karl Heisenberg, a German physicist and pioneer of quantum mechanics. The artist has proposed an object-oriented and speculative landscape around nature, not by focusing on a human-centered event but by acquiring photographs reflecting the times when Internet use became prevalent, combining the side of the event, and transferring it onto the canvas. It is a meaningful attempt by the artist to dismantle the reproduction of discourse/language structure, or subject-centered ideology, as well as to liberate the gaze of viewers from artist-centered ideology.
Artistic attitudes in “Sidescape” can also be found in his other series. For instance, the “Slanted Landscape -Disaster” series in which a large-scale painting is divided into small pieces and the microscopic history of each abstract small piece creates vibrations within the entire landscape. Also, the “Typical Belief, Typical Misconception” series, which seeks to challenge fixed power dynamics by overlapping disaster images with his private documentary photographs, discloses intergenerational conflicts and relationships that penetrate rapidly developed modern Korea beyond an individual family history. In this context, “Sidescape” gains its meaning from a gesture to raise a problem with the holistic scene while distorting absurd social phenomena with discontinuity and fragmentation. According to Sangyong Shim, a professor of art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Hong’s “Sidescape,” which has deleted the central event and reorganized it with marginal scenes, is an attempt to unveil aestheticism and elitism in the Korean art scene through the “way of looking distanced from oneself” as well as a multi-layered landscape filled with stories of the other to find true object-oriented intelligence in accordance with the fall of modern subjectivity.
This exhibition, Over there, adds the surrounding scenery of a stunning morning walking trail that has become a new route for the artist to the “Sidescape” series. In contemporary society, where we are exposed daily to news of disasters such as climate change, pandemic crises, and wars, small daily life might propose a new meaning in our lives. In this context, “Sidescape” allows us to discover the miracles of life in our lives that are full of cynicism and lethargy as disasters become part of our daily routine. Hong photographs one shining morning with the sun and surroundings on the walking trail for his family’s health and care and overlaps this image with disaster images and foreign media circulating on the Internet from the same day on one canvas. The artist, as a global citizen who faces the incredible waves of regional wars and natural disasters on a daily basis, perceives that the boundary between reality and unreality is blurred. The events that are actually taking place on one side of the world seem to be incredibly absurd and unrealistic for the other side of the world. The suffering of a family that exists here and now, or the climate crisis, seems exceedingly unrealistic beyond time and space. The artist portrays accidental and fragmented social relations that are accelerated by the media, exposing the compression of time and the extinction of space.
He also draws a partial image of a flood that even wipes out nature, or deliberately removes the central image from the press photographs of the war in Ukraine and draws the rest separately to combine them on the canvas. In fact, Hong’s work, filled with a static, simple brush touch and dusty tone, is difficult to understand because it is not the type of work that demonstrates perfect technique of representation unless the viewer has previous knowledge about it. The horrors of floods or wars from a human point of view are absorbed into the canvas like a black hole, and the compressed or deleted space-time between sides faces the presence that is replaced and transformed by both reduced experience and embodiment. The artist eliminates both the strategy to reduce the sublime of the spectacular disaster to the canvas as well as the intention to reproduce the subject-centered ideology or to control the viewer’s appreciation. Paradoxically, the artist’s choice of Internet, photographic images, and image variations via Photoshop, regardless of authenticity, allows viewers to see what visual technology media cannot see and to reaffirm the visual-centered rationalization and ubiquity, automated and aimed by camera lenses. However, the shift to painting dismantles visual power and negates the speed of media technology. “Sidescape” reveals a sense of de-spacing, where people are not sure of space and time as well as a changed visual perception due to the acceleration of technology.
The microhistory of marginal lives, which subverts centrality and revives ordinary life through photographic images, makes daily life of the New Normal meaningful, liberates the view of the oppressed subject and viewer, and negates the entire expanded and widespread visual perception depending on a camera. Even though Hong appropriates Internet images based on his profound contemporary interest, his simple works illustrate his forty years of unwincing and consistent practice that do not pursue specious representation skills or trendy discourses. This exhibition is a collaborative project between the artist and a space designer. It is designed to encourage visitors to focus on the excessively-textual ambulatory space displayed with “Sidescape” works and objects. We hope this exhibition will resonate with visitors as a sidescape where everyone becomes the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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