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서용선
23-1130 Brooklin 자화상 30.5 x 22.9cm, Felt -tip pen, watercolor on paper, 2023
서용선
자화상 41x32cm, Acrylic on canvas, 2023
서용선
자화상, Self-portrait 2018-04 91 x72.8 cm, Acrylic on canvas, 2017, 2018
서용선
두개의 몸 130 x 96.7cm, Acrylic on canvas, 2019
서용선은 풍경, 역사, 신화, 자화상 등 폭 넓은 인문학적 주제를 회화로 풀어내는 작가이다.
사람-도시-역사라는 커다란 주제로 급성장하는 자본주의 도시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에 몰두하는 작가의 다양한 작업 가운데에서 ‘자화상’만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작가는 자화상은 실패한 그림이라고 말한다 :
“자화상은 실제로 그리는 순간 실패하는 그림이에요. 선을 긋는 순간부터 안 닮아요.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모습은 절대 안 나와요. 그래서 화가로서 가장 비극적인 그림 중의 하나가 자화상인 거죠. 그런 점에서는 앞서 애기했던 시지프스 신화와 같은 점이 있어요.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그려나가는 거죠. 그래도 먼저 그린 그림과 다음에 그린 그림은 차이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하는 거예요. 그리고 부분적으로 조금씩 뭔가가 담겨 나가는 느낌이 있어요.” (이영희, ‘화가 서용선과의 대화’ 중에서)
자신을 그림 그리는 노동자라 말하는 서용선은 자화상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바라본다.
화면에서 표정 없는 얼굴로 정면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작가의 모습을 마주하는 관람객은 그 그림과 말없는 대화를 나누며 자기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미술대학에 합격하고 처음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라고 한다. 캔버스 앞에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의 자화상은 점차 세상을 응시하고, 대면하고, 좌절하며, 받아들이며, 또한 흥분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 모습은 격렬하게 그리는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화상을 통해서 자신이 해체되고 다시 결합되며 새롭게 탄생한다. “자화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갖고 있는 운명의 핵심이 자아이고, 이것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까… 인간 연구를 하는데 자화상은 기본 단위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이미 한국현대회화에서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국내외 주요 미술관들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 독일, 일본, 호주 등에서 전시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95년부터 2024년까지의 자화상을 그린 회화 작품 35점, C 프린트 8점, 입체 1점이 출품된다.
거울에 비친 몸과 그림이라는 상징, 서용선 자화상의 의미 (발췌)
글 : 김민
서용선의 자화상은 그가 수십 년 간 이어온 회화들이 한국에서 흔히 추상의 대척점으로 일컬어지는 ‘구상’이나, ‘리얼리즘’, 혹은 ‘역사화’라는 카테고리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의 자화상이 살아있는 몸과 그 감각을 다루기 때문이다. 구상, 리얼리즘, 역사화 등의 카테고리는 작품 속 내용이나 형태만을 이야기할 뿐, 그것을 만들어내는 작가와 작가가 만나는 세상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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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은 새로운 상징의 구심점이 되는 몸을 감각하고 단련하는 도구로 자화상을 이용한다. 1990년대 자화상이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작가의 모습을 배경 속 하나의 오브제처럼 그렸다면, 후기로 갈수록 이 자화상은 점점 시선, 표정, 몸짓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는 필자에게 자화상은 내가 보는 것과 동시에 그곳 내부의 감각을 (나의 몸이기 때문에) 스스로 느낄 수 있어서 흥미로운 주제라고 밝힌 바 있다.
“나는 인간의 모습 자체가 문학성, 이야기, 역사 등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자화상은 그러한 누적된 사실과 내용을 이미 내재되어 있는 몸을 생생하게 느끼며 그릴 수 있는 주제이자 소재입니다.”
2016년 대형 자화상은 심지어 팔과 다리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움직임에 집중을 하고 있고, 2016년 ‘그려지는 손’ 역시 그리는 감각에 몰두해 나왔다. 2008년 ‘남자’, ‘자화상’ 등 연작은 옷을 입지 않은 모습을 표현했는데 이는 살갗, 표면에 느껴지는 감각을 표현했다. 2009년 화려한 색채의 자화상 역시 세포의 동물적 감각을 포착하려는 노력이다. 그는 이러한 자화상 그리기에서 ‘거울’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거울이라는 사물을 통해서만 그 부분을 볼 수 있는 (나라는) ‘대상’과 ‘그림 그리기’라는 신체적 감각 속에서 예술이라는 인류 보편적 상징체계가 작동한다고도 봅니다.”
서용선은 실제로 자화상을 그릴 때 잠에서 막 깨어나 무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그리기를 시도한다. 이런 점에서 인물의 순간적인 감각에서 포착되는 시대성을 표현한 마를렌 뒤마의 초상과 비슷한 맥락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서용선 자화상의 차이점은 ‘선’이다. 뒤마가 다량의 물을 이용해 물감이 번지는 효과로 즉흥성과 무의식적 감각을 드러내려 한다면, 서용선은 아주 과감하게 그어 나간 선과 색을 통해 이성 작용을 거치지 않은 감각을 끄집어내고자 한다.
이런 몰입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진실한 상징이다. 이 상징은 결코 작가의 몸을 벗어날 수 없지만, 작가는 그 몸을 끊임없이 단련하고 확장함으로써 넓은 세계를 담고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고자 하며, 그것이 결국은 진실과 가장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믿는다. 서용선은 “내가 생각하는 자화상의 대상으로서 내 몸은 보편적 인간적 공통성을 지닌 (삶의 흔적을 지닌 신체, 생생한 감각의 실체) 형상이며, 그것이 이미 예술행위로서의 상징이라고 본다”고 했다.
서용선의 자화상은 역사도 구상도 리얼리즘도 아닌 인문학적 시각에서 인간과 세상을 담는 다는 예술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상징의 현장이다. 서용선의 작품 세계가 한국의 중요한 동시대 미술의 일원임을 그의 자화상이 증명해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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