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나: 검은

2024.03.08 ▶ 2024.04.27

페리지갤러리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8 (서초동, (주) KH바텍 사옥)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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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나

    <Black Pens>(2006-2024) 연작(부분) 페리지갤러리 전시 전경, 2024 (사진: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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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ck Pens>(2006-2024) 연작 페리지갤러리 전시 전경, 2024 (사진: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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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Black> 연작(부분) 페리지갤러리 전시 전경, 2024 (사진: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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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BGORRY>, <2024-BGORRY>, 페리지갤러리 전시 전경 2024 (사진: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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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나

    《검은》, 페리지갤러리 전시 전경 2024 (사진: 김상태)

  • Press Release

    페리지갤러리는 2024년 3월 8일부터 4월 27일까지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검은》을 개최한다. 박미나는 회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선과 색, 언어와 기호를 통해 회화의 본질에 대한 작업을 지속해서 해오고 있다. 그의 작업은 재료를 수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자신이 파악하고 모을 수 있는 검은색의 펜과 유화 물감을 최대한 찾아서 모았다. 이러한 검은색이라는 재료는 색이라는 범주에서 이번 그의 작업이 가진 기본적인 범위가 된다. 이렇게 설정된 틀 안에서 그는 색을 칠하고 선을 긋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한다. 이러한 그의 수집 이후에 수행하는 반복적 행위는 가능한 것의 한계를 탐구하는 본질적인 방법이 된다.

    이번 개인전 《검은》은 크게 세 개의 연작으로 나누어진다. < Black Pens >은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작업으로, 시판되는 검은색 펜을 최대한 수집하고 이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A4 용지에 일률적인 간격으로 그어 나간 작업이다. 이렇게 완성된 498개의 드로잉 밑에는 펜의 상표와 고유번호가 적혀있고, 작가는 이를 따로 목록화 작업을 해 놓았다. < 2014-Black >은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검은색 유화물감을 수집하고 27.3x27.3cm의 정방형의 화면을 온전히 칠해 55개의 검은색 면을 만들었다. < 2014-BGORRY >, < 2024-BGORRY > 두 작업은 픽셀의 크기가 다를 뿐 6가지 색을 픽셀 하나하나에 채워 넣어 검은색을 색 분해해 놓은 것 같은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여러 회사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펜과 물감은 모두 검은색이지만 하나하나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게 되면서 우리는 검은색이라는 것의 정의가 정확하게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어떤 틀로 익숙한 것에서 다른 것을 발견하는 낯선 상황을 유발한다.
    전시장에서 벽을 가득 채운 < Black Pens >연작을 보면 작가의 고통을 수반하는 집요한 기계적 수행의 과정에서 우리는 또 다른 것을 읽게 된다. 똑같은 행위를 수없이 반복하기는 어렵다. 횟수를 거듭해 나갈수록 무의식적 행동에 가까워지므로 기계처럼 정확하게 항상 동일한 결과물은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렇기에 그의 드로잉에 사실상 동일한 선은 없다. 이처럼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그의 행위는 의식적 통제와 무의식적 반복 사이에서 어떤 사고의 흐름을 드러낸다. 다른 작업 < 2024-BGORRY >을 가까이에서 보면 하나의 픽셀마다 동일한 붓질을 사용했지만, 다른 표면의 질감이 눈에 띈다. 또한 색 면 사이의 경계가 세심하게 칠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경계들은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하면서도 그 경계에 접해 있는 다른 색들을 생기 있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의 작업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은 화면 가까이에서 보이는 명확한 구분과 함께 한 발 뒤에서 보이는 서로 당기고 밀어내는 그 미묘한 움직임의 차이이다. 그리고 여기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은 정해져 있는 길을 이탈하거나 혹은 살짝 비켜날 때 그 경계의 정체가 비로소 발견되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인식과 그 틈에 스며든다.

    검은색의 관습적인 의미를 떠올려 보면 검은색은 ‘칠흑 같은 밤’이라는 표현처럼 어둠을 상징하며, 이러한 빛의 부재는 사실 색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에게 빛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죽음을 의미하며 블랙홀처럼 무엇인가가 구별되지 않는 상태의 무(無)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깊은 물 속을 볼 때나 머나먼 우주를 상상하는 것과 같이 검은색이 가진 어둠 그 자체는 우리에게 그 심연에 잠재된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렇게 본다면 검은색은 경계가 없는 무한한 잠재성을 지닌 시공간이다. 검은색의 조용한 표면은 채워짐과 비워짐, 결여와 초과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처럼 《검은》은 관객이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른 것으로 환원될 가능성으로 넘치는 전시가 된다. 결국 박미나의 작업은 우리에게 어떤 결과에 머무는 종착점이 아니라 그다음으로 가기 위한 도약대이자 출발점이다. 우리가 그가 펼쳐 놓은 작업을 충분히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자기 눈으로 그것들을 직접 들추어본다면 비로소 이미 담긴 이야기에서 벗어나 아직 발화되지 않은 낯선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전시제목박미나: 검은

    전시기간2024.03.08(금) - 2024.04.27(토)

    참여작가 박미나

    관람시간10:30am - 06:00pm
    토요일 Break time 12:00-13:00

    휴관일일요일,공휴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페리지갤러리 PERIGEE GALLERY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18 (서초동, (주) KH바텍 사옥) B1)

    연락처070-4676-7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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