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진
Red Evolution Stainless Steel,할로겐, 70X60X173, 2010
최한진
Red Evolution Stainless Steel,LED2009, 50X50X90, 2009
최한진
Red Evolution Stainless Steel,할로겐, 60X60X33, 2010
최한진
Red Evolution Stainless Steel, 110x60x174, 2008
‘Red Evolution’ transform
2007년‘변화를 넘어선 진화’라는 슬로건 아래 선보인 H회사의 S자동차 광고를 기억하는가? 미모의 여인 앞에서 버티고 있는 자동차가 영화‘트랜스포머(transformer, 마이클 베이 감독, 2007)'의 유명 장면처럼 멋있게 변신하는 것 말이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운전자 남성의 변신은 미모인 여인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슬로건처럼 변화가 아닌 진화이기에 가능한걸까? 변화가 단순한 상태의 변화라면, 진화는 그것을 뛰어 넘은 원초적인 상태까지의 변화이며 이를 생물에 비유해 말하자면, 하등(下等)한 것에서 고등(高等)한 것으로 발전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이처럼 진화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기에 미래지향적인 의미가 강하며, 진화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이에게는 기대감까지 갖게 한다. 최한진 작가에 대한 필자의 마음 역시 그렇다. 사실, 그의 작업 주제가 진화와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작업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진화’된 모습을 최근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 테마 안에 시리즈 별로 변화하는 그의 작품을 보면 ‘미술은 인간의 진화를 위해 존재한다.’는 문구가 생각난다.
그에게 있어 진화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이다. 입에서 심장으로, 배꼽으로, 또는 몸의 구석구석으로 이어져 있는 호수, 경직된 자세로 서 있어 SF영화 속 인물을 캡쳐(capture)해 놓은 듯한 모습의 방독면을 쓴 인간, 머리카락인지 또 다른 신체 기관인 지 알 수 없는 귀에서 뿜어져 나오는 회오리 모양의 길다란 그 무엇. 이러한 것들이 진화라는 단어와 함께 작가의 상상력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에게 있어 진화는 이러하다. 인간의 목적에 맞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으로, 이는 여러 환경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이러한 문제는 또 다른 진화를 불러 일으키며 순환하게 되는데, 작가는 이와같은 진화의 과정을 그리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런 환경적 문제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는 진화를 대학 졸업 후, 지난 3년 동안 보여주고 있다. 이제까지 보여줬던 그의 작품은 인간에게 국한되며 조금은 자극적인 것들을 다루었다. 피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입/성기(性器) 등의 자극적인 곳에 연결되어 있는 호수, 그 호수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살집의 표현, 커다란 볼트로 박혀져 있는 입 등 작가의 열정과 함께 원초적이며 직접적으로 그의 생각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2010년에 제작되어지고 있는 그의 작품은 또 다른 종(種, species)을 과거와 다른 형식으로 진화를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과거와 일맥상통하나, 형식적인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를 주로 사용하던 것이 스테인리스를 사용하면서 형상이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한 기성품(旣成品)을 다시 분해하고 조립해 재료의 진화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신작의 주 소재는 바다생물로 작가의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생물들을 그 테마로 잡았다(이는 작가의 고향이 통영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일이다.).특히,작품의 제목인 ‘기계적 돌연변(Mechanical Mutation)’가 말해주듯 진화의 형태가 추상적인 형태로 변형이 되고, 각 구성의 결합이 디테일 해 졌음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단적인 예로, 2009년까지 진행된 작품들은 면의 분할이 대체로 골격에 따라 크게 나뉘어져 있고, 그가 사용한 전구, 소화기 등의 재료도 직접 FRP로 제작해 놓은 형상에 어떠한 분해 및 조립 없이 더해져 작품화된 반면, 최근의 작품은 기성품인 조각난 스테인리스를 쓰다보니 각각의 재료를 그가 의도한 형상에 맞게(기성품의 재료이다 보니 때에 따라서는 의도와는 다른 작품이 나올 때도 있다) 재 조합되거나 변형된다. 볼트로 면과 면을 잇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용접도 하는 등 더욱더 기계적인 느낌을 준다. 거기에다 재료 자체에서 주는 광택으로 인해 그가 의도한 미래적인 느낌은 더한다. 이는 그가 초기 작품에서부터 사용해오던 빛과 관련이 있다. 그는 2008년 후반부터 빛을 통해 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려 하였다. 그 움직임을 통해 작품의 가장 근원이 될 수 있는 생명을 나타내려 하였는데, 이는 생명의 시작이 ‘빛’이라는데 기초한 것이다. 이번 신작도 재료적인 특성으로 인해 광택에서 오는 빛에 대한 느낌이 오히려 과거의 작품보다 더 가까이 다가온다. 특히, 작은 단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기에 빛의 반사로 인한 반짝거림은 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2010년 신작들은 상상력과 함께 그의 손재주를 여지없이 발휘해 보여주고 있다. 그의 테크닉(technic)도 빛을 발하지만 기존의 재료를 그가 원하는 결과물로 만들어 내기 위한 상상력이 더 돋보인다. 그래서일까? 이번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묘미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 묘미는 아마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것 뿐만 아니라, 작가의 발전되어져가는 모습 속에서도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미술은 인간의 진화를 위해 존재한다.’라는 그 말이 진화되어 가는 최한진 작가에게, 그리고 그의 작품을 통해 진화되어가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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