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유현미
Self-replicate(Stone cloud No.7) 101x70cm, Oil and inkjet print on canvas
유현미
After The Show Ends No.2 194x130cm, Oil and inkjet print on canvas 2023
유현미
Enemy(Self-replicate No.2) 194x130cm, Oil and inkjet print on canvas, 2022~
(故)박동준 선생의 유언의 뜻을 이어가고자 만들어진 박동준기념사업회는 매년 갤러리분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을 초대하는 < Homage to 박동준 > 전시를 기획한다. 2020년 이명미 작가를 시작으로, 임현락, 이진용, 서옥순 전시 이후 올해의 주인공은 매체와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유현미 작가다.
작가는 사진, 회화, 조각, 설치, 영상을 교차하는 작품들과 그것이 시, 소설과 같은 문학으로 연결되는 지점까지, 특히 각각의 매체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려 혼합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작업은 현대인의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이미지를 구현하였다.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업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는 2010년 분도 첫 개인전에서 테이블, 공, 캔버스, 돌 혹은 숫자나 퍼즐 조각 작품의 모든 사물들이 우주를 구성하는 별과 달 그리고 행성으로 변신하는 < Cosmos 우주 >시리즈의 여러 평면 작품들과 단편영화 < Bleeding Blue 블리딩 블루 >를 상영하였다. 이후 2014년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1,2,3층 전관에 32점의 사진과 1점의 비디오를 보이는 < Physical Numerics > 숫자 시리즈가 열려 대구지역에 작가의 역량을 알리는 기회를 가졌다. 고 박동준 선생님께서는 많은 애정으로 유현미 작가와 깊은 인연을 이어 갔다.
갤러리스트와 작가의 만남이 깊은 믿음의 연속성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역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 Homage to 박동준 >은 예술과 예술가를 사랑했던 (故)박동준 선생의 뜻을 따라 갤러리분도와 ‘박동준 기념사업회’는 앞으로도 변화를 추구하며 실험을 멈추지 않는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를 이어나갈 것이다.
전시구성
최근에는 작가로서의 삶과 동시대 사회상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창작한 뒤 다시 그를 소재로 파생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2022년에 출간한 소설 < 적 Enemy >과 <그림없는 퍼즐>으로부터 텍스트가 회화공간 안에서 어떠한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먼저, 3층 갤러리분도 메인 공간에는 자작 소설 < 적 Enemy >에서 시작한다. 창작과정에서 느끼는 자기복제에 대한 두려움을 주제로 하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과거 작업 속에서 파생된 돌과 캔버스, 테이블 등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내며 초현실적인 상상의 공간을 표현한다. 작가는 “과거에 좋았던 작업이 왜 좋은 평가를 받았었는지를 다시 살피고, 더 새롭게 깊게 다가가야 할 필요를 느껴서”라고 말한다.
작가의 작업은 실제 공간에 오브제 조각을 배치하여 붓터치를 가미한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 사진을 다시 캔버스에 프린팅한 후 유화로 리터치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한다. 따라서 이번 신작들은 그 동안의 사진작품과 달리 에디션이 없고 모두 한점의 유니크한 작품으로 제작된다. 조각과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작품은 동시대 가장 중요한 매체를 넘나들면서 실제와 환영을 구별해내는 우리들의 불완전한 인식체계에 대한 유머러스한 통찰을 경험하게 한다.
<적_자기복제>작품에서 상징적으로 무게감이 있는 돌덩이와 천으로 싸인 테이블이 공중에 부유하는 초현실적 화면을 담아낸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영적인 이미지들은 보는 이에게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준다.
2층 공간에는 작가의 긴 시간 지속하는 <퍼즐>시리즈의 신작들이 전시된다. 아무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퍼즐이 존재한다는 모순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시리즈는 1998년부터 약 26년간 작가와 함께 성장해 왔다. 조각과 설치작업으로 시작되었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쌓이는 과정을 거쳐, 2022년에 <그림 없는 퍼즐> 소설로 완성되었다. 퍼즐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림이 없는 흰색 퍼즐 ‘블랭크’가 가진 고뇌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이 소설에서 작가는 주인공의 자아 성장 과정을 본인의 퍼즐시리즈의 흐름과 유사하게 표현하였다. 거기서부터 다시 입체와 평면 그리고 영상 등으로 확장되어 가면서 오랜 시간 진행된 작업이 쌓인 만큼 작가의 삶의 흔적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솔직하게 담아낸 가장 근본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랑퍼즐> <파랑퍼즐> <자화상>등 다양한 소재의 퍼즐 작품을 통해 작가의 내면이 더 자유롭게 자라나고 단단하게 성장하는 상상의 세계로 끌어 들인다.
“나의 블랭크 퍼즐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깨어나 보니 잘 생각나지 않는 꿈의 한 장면을 기억이 지워진 그림 없는 한 조각의 퍼즐이라고 설정하여 나 자신만의 언어 혹은 기호로 상상해 보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나의 상상 속 세계는 아름다운 그림이나 조형물이 아닌 퍼즐 뒷면 그 자체에 가깝다. 새로운 창조 혹은 유형이 만들어낸 즐거움보다 연속적으로 반복되거나 뒤집힌 퍼즐 그 자체를 그냥 다시금 관객에게 제시한다. 나의 퍼즐의 뒷면은 의식의 뒷면이자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로 치환된다. 형태만을 가질 뿐 ‘그림 없는 퍼즐’은 하나의 퍼즐 전체 안에서 무의식의 논리 구조가 되는 것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유현미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공상과 무의식과 우리가 영위하는 물질적 현실간, 그 사이의 모호한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객관적 지표와 디지털 데이터에 파묻혀 사는 지금의 현대인들이 여전히 꿈을 꾸고, 환영에 잠기는 것은 상상력 덕분이다. 갤러리분도 공간에 펼쳐진 초현실적 풍경을 보며, 우리의 상상력을 촉발함과 동시에 인식을 전환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1964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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