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는 서로들 Weaving Relations

2024.04.10 ▶ 2024.07.07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1층 야외, 2층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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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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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어

    Sophia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193.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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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우

    우두커니.1 2022, 시멘트, 목재, 쇳가루, 유리, 빨간 벽돌, 깬돌, 165×25×18.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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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수

    길들이고 길들여지고 2024, 퍼포먼스 기록영상;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약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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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이재나

    원과 원 마디 2024, 종이,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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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박

    소리의 시선 2024, 사운드 설치; 4채널 사운드, 영상 설치; 2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사운드 7분, 영상 10분

  • 작품 썸네일

    안진선

    흔들리는 땅 2023, 검은 천, 겔 미디엄, 자바라 다리, 60×120×90cm(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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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우

    양해바랍니다협조부탁드립니다불편을끼쳐죄송합니다 2024, 플라스틱 가판 패널, 철제 스탠드, 가변크기

  • Press Release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 중구 회현동, 지금 우리은행 본점이 있는 자리이다. 나는 1905년 대한제국 시절 벨기에영사관으로 지어졌다. 건축물로서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사람으로 치면 올해 119살이 된 셈이니 100여 년 동안 나의 삶, 내가 목격한 사회, 역사의 변화는 너무 긴 이야기라 접어두겠다. 짧게 말해 1982년, 우여곡절 끝에 사대문 안에서 서울과 경기도의 남쪽 경계라 할 수 있는 지금의 남현동으로 옮겨졌고, 2004년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40여 년 전 내가 옮겨질 때 불가피하게 사소한 물리적 변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외형적인 모습은 최대한 유지된 편이다.

    흥미로운 것은 나의 겉모습은 그대로일지라도 이축(移築)을 통해 내가 있던 장소가 달라지고, 나의 용도가 달라지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달라지면서 나를 매개로 맺어지는 관계들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술관이 된 지 20년째인데 하나의 미술관이라도 어떤 전시, 즉 어떤 작가들과 작품들이 내 안에 담기느냐에 따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형태도 조금씩 달라진다. 사람들은 나의 이국적인 겉모습만 보고 매력적인 건축물이라 일컫는데 이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나의 진짜 매력은 내 안에서 ‘나’라는 건축을 매개로 일어나는 관계맺기이다.

    지금부터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한 혹은 지켜본 다양한 관계맺기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는 구 벨기에영사관이었던 내가 미술을 만나게 되면서 새롭게 갖게 되거나 두드러지게 된 정체성, 성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굴뚝, 그리고 번개와 천둥 - 고등어
    지금은 사용되지 않아 막혀있고 흔적만 남아있지만 나는 굴뚝을 갖고 있다. 지붕 위로 솟은 4개의 굴뚝은 과거 실내의 벽난로와 연결되어 있었지만 사실 장식적인 목적이 더 크다. 대신 외부에 별도로 만든 큰 굴뚝이 실제 난방에 사용되었다. 남서울미술관이라는 건축물을 인간의 신체에 비유한다면 이런 굴뚝, 창문, 계단, 샹들리에 등 나를 구성하고 있는 건축 요소들은 인간의 손, 발, 머리카락 같은 신체 일부로 볼 수 있다. 건축물에서 본래 기능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용도가 달라지고 변화하듯, 인간의 신체도 변화를 경험한다. 단순히 생리적으로 늙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는 신체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들과 사건들, 예를 들어 특정한 신체활동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직업이라든가, 엄마가 아기, 혹은 연인 사이처럼 신체적 관계가 얽혀있는 가까운 인간관계의 영향을 받으며 그 흔적들을 드러난다. 물론 외부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에서 시작되는 변화도 있을 것이다.

    기상학자들은 굴뚝의 연기의 형태를 보고 대기의 상태를 읽어낸다고 한다. 굴뚝의 연기처럼 어떤 사건이든 그것을 드러내는 단서들이 있기 마련이다. 소설가 지망생인 K에게는 번개와 천둥이 그랬다. K는 어린 시절 동생과 홀로 집에 있을 때 번개가 치는 날이면 침대 밑에 동생과 들어가 숨을 죽이고 천둥소리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흔히 '천둥번개'라고 묶어서 말하지만 '번개'는 빛이 번쩍이는 현상이고 '천둥'은 '우르르 쾅쾅'하는 소리의 현상이다. 빛과 소리의 속도 차이 때문에 번개가 먼저 치고 그다음 천둥소리가 들리는데 가까이서 치는 번개일수록 번개와 천둥이 발생하는 시간 차이가 줄어든다. 성인이 된 K는 문득 번개가 과거에 자신이 경험한 것들, 그리고 천둥은 그것이 어떤 식으로 현재의 자신에게 발현한 흔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K는 파편화된 과거의 기억들, 그리고 입안에서 맴도는 단어들을 연결해 현재와 연결되는 내러티브를 만들어 본다. 그 내러티브 안에서 달라져가는 자신의 신체를 복기한다. 아직 자신에게 오지 않은 천둥소리를 기다리며.

    전시제목길드는 서로들 Weaving Relations

    전시기간2024.04.10(수) - 2024.07.07(일)

    참여작가 고등어, 김봉수, 도이재나, 서지우, 안진선, 전재우, 지박

    관람시간화~금요일 10:00am - 08:00pm
    토~일, 공휴일 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휴관

    장르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운드, 건축, 퍼포먼스 등 40여 점

    관람료무료

    장소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SeMA, Nam-Seoul Museum of Art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1층 야외, 2층 전시실)

    주최서울시립미술관

    주관서울시립미술관

    연락처02-598-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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