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2024.05.02 ▶ 2024.08.04
2024.05.02 ▶ 2024.08.04
전시 포스터
강홍구
서울 1985 2024, 지도에 복합재료, 56×80cm
강홍구
물고기가 있는 풍경–골목길 2002,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118×170cm
강홍구
한강 시민 공원 05 2001,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70×276cm
강홍구
미키네 집-구름 2005-2006,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90×260cm
강홍구
수련자–능공허보 2005-2006,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90×260cm
강홍구
그 집–불광3구역 2010,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잉크, 아크릴릭, 190×500cm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창신동 4 2019, 디지털 피그먼트, 아크릴릭, 200×560cm
강홍구
사라지다-은평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 흰 개 2009,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90×220cm
강홍구
컬렉션 사진집 『서울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1,2,3,4』
1. 전시 기획의 글
강홍구(1956-)는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이미지를 주 매체로 삼아 일상의 시각 환경을 채집해 현실과 허구, 진지함과 가벼움의 자장 속에서 새롭게 재현한 독자적인 작업을 전개해 왔다. 특히 그는 재개발에 따른 도시 공간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가 오랜 기간 꾸준히 관찰한 대상 중 서울의 공간은 중요한 한 갈래를 이루는데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과 은평뉴타운 재개발 지역이 대표적이다. 강홍구는 20년 넘는 기간 동안 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재개발 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작품을 제작했다. 대표 연작 <미키네 집>, <수련자>, <그 집>, <사라지다-은평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이 모두 이 지역의 재개발 과정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소장한 강홍구 컬렉션을 중심에 놓고 강홍구의 작품과 자료 전체를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강홍구가 구축한 서울을 기록한 사진 이미지는 일차적으로 그의 주요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으나 단지 이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강홍구에게 서울은 하나의 도시이면서 모든 도시를 아우르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에게 서울은 도시 공간의 재편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지평을 넓혀준 창이었고, 그의 도시 공간 탐구는 서울을 딛고 경기도 지역을 넘어 부산과 청주 등지로 확대되어 갔다. 따라서 강홍구의 서울 관련 기록 자료는 그의 작업에서 핵심적인 모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은 하나의 도시이면서 여러 개의 도시이고 여러 개의 도시이면서 하나의 도시이다. 강홍구의 사진이 담고 있는 서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서울인 동시에 지금도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도시의 모습이고, 강홍구가 목격한 서울이면서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서울이기도 하다. 따라서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는 비단 한 개인의 작품을 위한 아카이브의 차원을 넘어 읽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다. 미학적인 차원을 잠시 유예하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천과 공간의 변모, 이것이 가져오는 삶의 변화, 변화와 보존, 기억과 기록 등 미술의 경계를 넘어 인문, 사회, 도시,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가 된다. 전시 기간 중 여러 분야의 연구자, 창작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강연, 토크 프로그램은 강홍구의 작품과 자료에 대한 두텁게 읽기를 제안하면서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가 가진 다른 가능성을 실험하고 실천한다. 이 전시가 서울을, 더 나아가 도시와 우리 삶의 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섹션 1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
“내가 해온 서울에 대한 작업이란 결국 개인적인 서울에 대한 해석이고 아카이브이다. 그리고 그 아카이브는 서울에 대한 작업을 한다는 의식 없이 만들어졌다.”
— 강홍구, 「서울 이상한 도시」
신안의 한 작은 섬 출신인 강홍구에게 서울은 크고 복잡한 도시였다. 시각적, 심리적으로 꽤나 큰 충격을 안겨 준 이 도시는 그의 생활의 중심지가 되면서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을 의식하고 주제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은평뉴타운 관련 작업부터이지만 사실 서울은 이전부터 그의 작품에 자리잡고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 서울은 작품의 배경으로 슬며시 그 존재를 비치다가 점차 작품의 주제로 전면에 부각되었다.
작업 초기부터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이미지를 합성하는 작법을 구사해 왔던 강홍구에게 디지털 사진은 사실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조작이 가능한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사진의 기록성과 허구성을 충돌시키려는 그의 계획 안에서 불광동, 은평뉴타운을 촬영한 사진은 작업을 위한 이미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지역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그의 사진은 돌연 전혀 다른 맥락으로 옮아가게 된다. 재개발로 인한 도시 공간의 변화와 재편 현상을 관찰한 기록으로서의 위상이 주어졌고, 증거력과 기록성을 띠게 되었다. 강홍구가 촬영한 사진과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을 서울에 대한 아카이브로 보는 것은 ‘기록성에 반하는 사진’이라는 그의 의도와 사진 매체 고유의 속성이 길항하는 가운데 그가 보지 않았던 면면을 읽는 시도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독법은 작품과 자료 사이를 오가며 현실과 허구를 연결하는 비판적 상상력을 열어 준다.
섹션 2 기록에서 기억으로
“사진은 뭔가 뻔뻔하고 공식적인 성격이 강하다. 사진은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인 듯 보이게 하고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만든다. 사라진 집들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 오마주 등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사진에 색칠을 해 보기로 한다. 흑백 프린트를 하고 그 위에 색을 칠해 사진과 그림 사이에 있는, 사진도 그림도 아닌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것.”
— 강홍구, 「그 집」
<미키네 집>, <수련자>에서 시작해 <사라지다-은평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에 이르기까지 강홍구의 사진은 점차 기록으로서의 성격이 짙어지는 궤적을 그려 왔다. 하지만 연작 <그 집>과 <녹색연구-서울-공터>는 다소 결이 다른 변주를 보여준다. 컬러 사진을 흑백 이미지로 바꾸고 프린트한 뒤 아크릴 물감을 채색해 매체적 변모를 꾀한 이 작품들은 사진과 회화 사이를 파고든다. 공식적인 기록 어디에도 흔적이 남지 않은 재개발 지역의 철거된 주택을 기념한 <그 집>과 서울에 남아 있는 공터와 공터에 우거진 무성한 초목을 포착한 <녹색연구-서울-공터>는 일견 기법만 유사할 뿐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전시에서는 서울의 서로 다른 공간을 주제로 한 이 작품들을 병치함으로써 재개발로 사라진 집과 아직 재개발의 손이 닿지 않은 빈터가 갖는 공통의 운명, 즉 도시의 모든 공간은 잠재적으로 재개발 지역이고 권력과 자본의 사회적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환기한다. 한편 촬영한 사진 위에 그림을 덧그리는 행위는 작가가 사진의 기록성과 객관성을 누그러뜨리고 본인이 경험한 느낌과 인상을 덧입혀 기록에서 기억으로 선회하는 가운데 사진 매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의 오래된 반성적 성찰을 드러낸다.
2. 작가 소개
강홍구는 1956년 전남 신안의 섬에서 태어나 목포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육 년 동안 섬에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 다시 학생이 되어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금호미술관, 로댕갤러리, 고은사진미술관, 사비나미술관에서 스물일곱 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등에서 개최된 다수의 주요 단체전에 참가했다. 여러 권의 미술 관련 대중서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한 그는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 『디카를 들고 어슬렁』,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 등을 펴냈다. 2006년 한국문예진흥위원회 올해의 예술가상과 2008년 동강사진예술상, 2015년 서울루나포토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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