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와정
2184 2024, 아크릴에 UV 인쇄, 57x40x3cm
로와정
AIM 2024, 나무에 아크릴릭, 65x65x3cm
로와정
HAT 2024, 채색된 나무에 아크릴릭, 40x40x51cm
로와정
imago 2024, 원료를 알 수 없는 기념품, 26.5x26.5x25cm
로와정
MAT 2024, 고무판에 아크릴릭, 45.2x61.3x3cm
로와정
MIA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40x40x3cm
로와정
salt of the earth 2024, 회전모터, 알루미늄 파이프, 소금, 빗자루, 타이머, 합판, 가변크기
로와정
shadow of shadow 2024, 나무에 미끄럼방지 테이프, 180x175cm
로와정
undecidable 2024, 나무에 수채, 실리콘, 30.6x45.6cm
로와정
untitled (19May2024), 비디오 설치,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TV 2대, 각목), 가변크기
1. 기획 의도
학고재는 한국 현대미술의 젊은 에너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로와정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현대미술사에 개념미술의 전통은 오래다. 미국에서 개념미술이 1960년대 시작되었다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도 개념미술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도입하였다. 그 후 다수의 작가가 성과를 냈다. 김구림(1936-)ㆍ주재환(1941)ㆍ성능경(1944-) 등 쟁쟁한 작가가 개념미술의 토대를 닦았고, 박이소(1957-2004)ㆍ김홍석(1964-) 작가는 포스트모던 시기의 특성을 파악하여 개념미술을 심화시켰다. 개념미술의 전통에서 삶의 상식을 뒤엎는 발상으로 세계적 호응을 얻은 김범(1963-) 역시 우리나라 현대미술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후 로와정(1981-)은 백정기(1981-) 등과 함께 개념주의 전통에서 신진 개념미술가로 뚜렷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미래에 회자될 만한 성과를 지속하여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개념미술은 현대미술에서도 상식과 관습을 깨는 진보적 발상으로 미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추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신진 작가가 기존의 문맥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때, 그 문화 토대는 더 확장되며 탄탄해진다. 2024년 학고재가 로와정의 예술세계를 전면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우리나라 개념미술의 미래를 예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 전시 개요
로와정(RohwaJeong)은 노윤희(1981-)와 정현석(1981-)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컬렉티브의 명칭이다. 로와정은 불과 20대 중반인 2007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사유로 미술계의 주목을 이끌었다. 국내외 주요 공간에서 개인전을 통해 호평을 받아왔다. 그들의 작품은 주제나 형식이 반복되지 않고 거의 모든 작품이 새롭게 펼쳐진다. 로와정은 무한한 지평을 달리는 수평적 사유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홀(David L. Hall)은 『중용(中庸)』을 ‘일상적인 것에의 초점(focusing the familiar)’이라고 번역한 적이 있다. 그간 ‘심리적 평형’이나 ‘중도’라는 관점으로 보았던 기존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탁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로와정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일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여 난해하고 건조한 개념미술을 생생하게 살아서 숨 쉬는 시학으로 승격시킨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실재와 이미지(가상)의 철학적 구분을 무효화시키며 언어와 사물의 상하, 전후 관계를 뒤집는다.
속옷 두 벌을 교차하여 안으로부터 조명을 비추어 별을 만들어 〈밤마다 행복했으면〉(2010)이라는 제목을 부여한 작품, 집안의 모든 일상 사물을 원형으로 배치한 후 조명의 빛을 마스킹테이프로 형상화하여 다시 원뿔형으로 연결한 〈생활의 발견〉(2010), 오래 써 흠집이 난 도마에 안녕을 고하며 ‘bye - bye’라는 두 단어를 새긴 〈 Bye - Bye 〉(2014), 인쇄물 곳곳에서 수집한 나무가 있는 사진(이미지)에서 나무를 도려내고 그 위에 실재 나무 모양을 일으켜 세운 작품, 관객에게 이미지와 사물의 위계(位階)를 재고하게 한 〈 Souvenir of somewhere (tree) 〉 (2013) 등 대부분의 작품이 일반 관람객과 미술 전문가 모두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놀랍게도 18년 동안 쉼 없이 활동했음에도 작가의 새롭고 명료한 아이디어와 청신하고 깊은 시적 감수성이 마르지 않고 솟아난다.
작가는 동서고금의 구분 없이 철학, 언어학, 역사, 예술, 문학, 매체학, 미술사를 쉼 없이 연구하며 작품에 반영한다. 이번 학고재의 전시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 또한 마찬가지이다. 눈길은 ‘눈이 쌓인 길(snowy road)’이라는 뜻도 있지만 ‘시선과 관심(eyes, attention)’이라는 뜻도 있다. 지나치는 일상이지만 우리의 시선과 관심도 훈련과 공부를 통하여 쌓이며(깊어지며), 그렇게 쌓인(깊어진) 시적 사유야말로 예술의 샘(origin, 根源)이라는 것이다. 진정성(authenticity)을 뜻하는 독일어 ‘Eigentlichkeit’의 어원 역시 소유한다는(eigen, own) 뜻을 지니지만 눈길(Augen)의 소유와 연관성이 있다. 로와정이 추구하는 길은 예술에 대한 진정한 마음에 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하는 〈 imago 〉는 출처와 재료를 알 수 없는 기념품에 ‘이것은 공상적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This was inspired by an imaginary story)’라는 문구를 써 완성했다. 모든 사물을 비추는 카메라 렌즈를 연상시키면서도 때로는 모든 이미지를 삼키는 깊은 우물이나 세숫대야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지를 뜻하는 라틴어 ‘imago’는 많은 의미를 지니는 단어로, 모든 상상과 개념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인 동시에 미지에 갇힌 공간이다. 〈 undecidable 〉은 언어의 위상을 도치한다. ‘평면성’을 뜻하는 영단어 ‘flatness’는 실리콘으로 입체화시켰으며, 외장(外裝)ㆍ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ㆍ대면(對面)을 뜻하는 ‘facing’에 명사형 어미 ‘-ness’를 붙인 ‘facingness’라는 미술학 용어는 오히려 인쇄하여 평면화한다. 회화(그림)의 본질은 대면이라는 인간의 행위와 평면이라는 물리적 조건에 있다. 작가는 변치 않는 영원한 본질을 통찰력 있게 관찰한다.
이 작품들 외에도 지적 유머와 탄성이 절로 나올 법한 작품이 다수 출품된다. 작가는 그간 국내는 물론 프랑스ㆍ독일ㆍ덴마크ㆍ중국ㆍ대만 주요 미술관의 관심을 받아 초대되었다. 이번 학고재에서의 개인전은 11번째이다.
3. 전시서문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
구나연 | 미술비평가
학고재의 로와정 개인전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는 이미지에 대한 그의 오랜 사유가 담겨 있다. 이것은 특정 이미지를 맥락화 하거나 도구화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의 요소와 텍스트의 요소를 동시에 발화할 때, 언어와 세계 사이에서 유실된 것들을 회복하게 되는 '이미지성'에 관한 것이다.
입구에서 제일 처음 우리를 맞이하는 〈 2184 〉는 2184년의 달력과 세포의 이미지를 투명하게 중첩하여 몽타주 한 작업이다.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달력의 시간은 수많은 오류를 지니고 있고, 그 어긋남의 축적은 무엇도 확언할 수 없는 양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청되는 확언으로 우리를 이끈다. 로와정은 모든 인간에게 진리만큼이나 강력히 적용되는 어휘마저 그저 진리를 가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투명하게 겹쳐져 알아볼 수 없는 숫자의 이미지로 드러낸다. 그 대신 달력에는 의례 붙어 있기 마련인 위편의 '보기 좋은 이미지' 자리에, 분열하고 변이하며 연결되고 통합될 때만이 생동할 수 있는 세포 이미지들의 몽타주가 있다. 그리고 언어라는 특권 없이, 미시적 생명의 단위인 세포의 유기체적 세계가 2184년이라 불릴 그때 그날의 풍경에 관한 적확한 예감이 된다.
한편 이미지가 된 텍스트는 직접적인 독해에 노출되어 고정된 의미로 가두어진 석회화의 위험을 갖는다. 텍스트가 이미지로 온전히 발현되고, 이미지가 텍스트로 유연히 발화될 때 이미지성은 위계 없는 관념과 결행하고, 경계 없는 메타포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커튼〉은 텍스트를 둘러싼 의미의 망을 주름으로 대체하여 기표에 잠재하는 이미지를 외양화 한다. 텍스트이면서 동시에 주름인 〈커튼〉은 그 자체의 사물성으로 끊임없이 자기를 지시하면서도, 결코 맞아떨어질 수 없는 무한한 언어의 퍼즐을 갖게 된다. 언어가 지닌 의미의 망을 그대로 지닌 채 텍스트의 형태가 이미지로 탈바꿈되는 것은, 언어의 고정된 의미와 더불어 자유로운 이미지의 가역성을 동시에 보유하는 일이다. 로와정의 작업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수많은 우연성과 그 변이들의 결과이며, 이렇게 도출된 잠정적인 결과가 '이미지성'의 새로운 메타포가 되지만 이는 재차 새로운 변이로 이행될 준비를 한다. 이 과정은 인과나 위계가 아닌 일종의 자기의 배치와 자기의 극복이라는 문제와 관련된다.
이렇게 인과나 선후가 없이 포용되는 대응의 구조는 〈 untitled(19May2024) 〉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 구축주의의 엄밀한 구조적 매커니즘과 연계하며 제작된 이 작품은 구조물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위한 지지대이자 영상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순환적 일원화의 구조는 양립불가한 개별과 보편의 공존과 같은 이상적이며 역설적인 존재의 메타포를 구축한다. 자아의 치밀한 논리와 타자의 예리한 반론, 그리고 자유와 구속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상태는 "공동의 위험에 대한 느낌"을 공유할 때 가능하며, 영상의 구조물 혹은 구조물의 영상은 각기 다른 존재 이유를 지탱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자아의 반영과 은밀한 연대성을 통해 세워진다. 이것은 이를테면 '눈길(gaze)'의 두께와 밀도 같은 것이다. 이것은 확고한 연대이면서 서로에게 현혹되지 않는 공동의 우연성을 통해 더듬어가는 메타포들로 볼 수 있다. 언어를 필요로 하면서도 이미지로 나타나는 이러한 이미지성은 마치 '눈길(snowy road)'과 같이, 풍경을 하얗게 덮어 눈부시면서도 그 아래 모든 것을 가린 것이기도 하다. 모자처럼 보이는 하얀 그것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품은 것일지 모르는 것처럼. 로와정의 작업은 언어를 이미지의 표면으로 이전시킬 때, 또 이미지를 언어의 마술로 끌어들일 때 발견되는 수많은 메타포의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로와정이라는 기표에 관한 어떤 아이러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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