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무지와 교활이 범람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진리를 논하고 엄한 원칙을 따지는 것은 피하고 있다. 주위에 이러한 말을 주고받을 교우도 거의 없어졌거니와 때와 곳을 얻지 못한 고담준론(高談峻論)이 일에 방해가 되고 신변을 고독하게만 만드는 것 같다. 차라리 자성(自省)과 명상을 벗 삼아 일에 몰두하는 편이 나으리라. 대체로 예술가를 훈련시키는 것은 제작과 반성으로 족하다. 겸양과 용기와 사랑의 미덕을 길러 주는 것은 오직 제작의 길뿐이다.” _우성 김종영
이 글은 김종영 선생이 50대 초반인 1960년대 중반에 썼습니다. 선생은 50이 되는 새해 첫날 그동안의 실험을 종합해서 본격적으로 본인 작업을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글의 기조는 매우 외롭고 쓸쓸합니다. 내용으로 봐서 주변에 함께 삶과 예술을 진지하게 논의할 벗이 없기 때문인 듯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선생이 무지와 교활이 범람하는 세태라고 인식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는 ‘조국 근대화’라는 기치 아래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하던 때였는데, ‘근대화’는 ‘산업화’로, ‘산업화’는 ‘서구화’로 인식했습니다. 따라서 ‘근대화’는 곧 ‘서구화’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지난 세기 한국 사회는 주체적으로 서양 문물을 수용하지 못한대서 ‘옛것은 나쁜 것, 새것은 좋은 것’이라는 일종의 ‘서양 콤플렉스’가 형성되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 것을 경시하고, 서양 것을 서둘러 따라가고자 하는 사회 분위기였습니다.
미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915년에 조선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이 도쿄(東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게 신문에 게재될 만큼 대단한 뉴스였습니다. 당시 동양화가는 선인들 작품을 그저 복사(複寫)하며, 낡아빠진 예술 형식만 고수하기 때문에 동양화에서는 시대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혹평했습니다. 하지만 서양의 화가는 시대정신을 담아내므로, 서양화가는 예술인이 아닌 지식인으로 분류했습니다.
해방 후에는 ‘서양 콤플렉스’가 세대 갈등이라는 양상으로 등장합니다. 1958년 일군의 청년 화가들이 소위 ‘앵포르멜’이라는 동시대 서양의 추상표현주의 화풍을 도입하며, 유일한 작가 등용문인 ‘국전(國展)’의 고답적인 화풍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몇몇 미술사가들은 이러한 청년 작가들의 움직임을 한국현대미술의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박서보가 1966년에 ‘앵포르멜’ 화풍을 “한국동란 중 유엔군의 군화에 묻어 들어온 구미의 새로운 회화 사조”라고 회상한 점에 주목합니다.
1966년 김종영 선생은 해부학 수업 시간에 “자기를 개척하고 표현하려면 우선 남의 일을 이해해야 한다. 자기를 비옥하게, 사고를 풍부하게, 대등한 처지에서 이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제작과 반성」도 그때 쓴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번 《김종영의 조각과 글 part 3_제작과 반성》 전에는 김종영 선생이 당시 작가로, 교육자로 지향한 바를 짐작할 수 있는 단상과 인터뷰를 모아봤습니다. 여전히 우리도 고민하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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