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광고가 그려내는 빛나는 상품, SNS 이미지로 만드는 정체성,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는 감정처럼 대중매체 이미지가 일상을 주도하는 이 시대, 《The Pink Moment》는 정소연의 작업을 통해 가상의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는 감각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작가는 다양한 시각 이미지가 도처에 편재하며 그것이 대중의 사회적 인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에 실재 너머에 놓여있는 신화의 구조나 특정 권력 주체와의 관계를 질문하며 그 재현 체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 1층에서 선보이게 되는 〈언캐니 가든〉(2024)은 정소연의 이러한 방법론이 시공간으로 확장된 프로젝트이자 작가가 궁극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가상과 실재의 맞물림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탐구는 단순히 가상과 실재의 차이를 넘어, 수없이 다양한 이미지가 충돌하고 부서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생성해내는 지금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작가 개인의 이야기로부터 비롯된 초기작에서는 여성, 결혼, 성과 같이 한 여성의 개인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설명하는 주요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다. 결혼 문화를 대변하는 화려한 드레스, 안주로 나오는 반짝이는 디저트, 성기를 연상시키는 눈 등으로 여성을 향한 (무)의식적인 기준과 편견을 짚어내며, 그를 강조하는 대중매체의 이미지가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미지가 기준이 되어 또 다른 여성에 대한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 즉 정소연의 작업은 각 여성의 실제적인 일상보다는 대중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여성의 삶을 고정시키는 이미지와 그를 강화시키는 무형의 모든 맥락을 ‘핑크빛’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후 2010년경부터 작가는 회화 매체를 통해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여성이라는 주제에서 가상과 그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는 현상 자체를 조망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예컨대 특정 아이콘이 추상적인 감정과 정체성, 기념일 등을 표현하고 식물도감 속 아름다운 식물의 모습이 실제의 식물을 대신하는 것처럼, 이미지를 통해 역으로 본래의 대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작가는 실재를 대신하는 이미지를 개별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화폭에 모아 재배열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 ‘핑크빛’ 풍경들은 인간의 이상향에 대한 욕망을 투영하는 듯 보인다. 다시 말해, 이 풍경은 실재보다 매혹적인 이미지의 집합체로, 이를 꿈꾸고 살아가는 지금의 갈망과 겹쳐진다.
이처럼 약 30년에 걸친 정소연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핑크빛 순간'은 실재가 아닌 허상이지만, 마치 진짜인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 빛나는 순간은 실재에서 이미지가 파생되고 또 파생된 이미지로 인해 새로운 실재가 창조되는, 실재와 이미지가 엮여있는 현재의 모습을 토대로 한다. 그렇기에 이 순간은 현재의 뉴미디어 시대가 강화시키는, 단순한 하나의 이미지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사회문화적 현상이며, 복수의 의미로 요약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정소연의 가상과 실재에 대한 탐구를 동시대적 맥락에서 살펴보며,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이미지와 이면의 작동 방식이 오늘날에는 어떤 시선으로 감각하고 인지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남은혜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사
In this era where daily life is dominated by mass media images, such as dazzling products portrayed in glitzy advertisements, identities crafted through social media images, and feelings expressed with emoticons, The Pink Moment aims to highlight the sensation of virtual images replacing reality through Soyoun Jeong’s works. The artist has observed that myriad visual images are omnipresent and have an absolute influence on the public’s social awareness. Consequently, she questions the structures of myths and relationships with specific power entities beyond reality as she continuously explores a wide range of representational systems. The exhibit on the first floor, Uncanny Garden (2024), is a project that expands Jeong’s methodology into space-time and represents the results of her comprehensive study on the interplay between virtuality and reality, which the artist is ultimately seeking to explore. Her exploration goes beyond merely distinguishing between virtuality and reality, as it aims to explain the present, where countless diverse images collide with, shatter, and generate new possibilities.
In her early works, which originated from her personal narrative, Jeong focused on keywords such as women, marriage, and sexuality—topics that are personal to a woman—while explaining different aspects of society at the same time. She exposes (un)conscious standards and biases toward women by highlighting elements like the glamorous dresses representing wedding culture, glittering desserts served as snacks to eat with drinks, and women’s eyes that are reminiscent of genitalia. These works reveal that the images emphasized by mass media are significantly distanced from reality. Nevertheless, they also reflect how these images set standards and create new forms of women. In essence, Jeong’s body of work portrays images fixed by mass media, rather than reflecting the actual daily lives of individual women and all the intangible contexts that reinforce these images in “pink.”
Around 2010, the artist shifted her focus, from the autobiographical experiences of being a woman to examining the phenomenon where virtual images replace reality, through the medium of painting. For instance, just as certain icons express abstract emotions, identities, and anniversaries, and similar to beautiful plants in illustrated plant books providing a substitute for real plants, she prompts us to recall the original objects through images. Instead of presenting these images individually, Jeong collects and rearranges them on a canvas to create new landscapes. These “pink-colored” landscapes, which do not exist in reality, seem to reflect a human desire for an ideal world. In other words, these landscapes are collections of images that are more enchanting than reality, overlapping with the current longing in which we dream of such landscapes.
Indeed, through Jeong’s body of work, which spans about 30 years, the “pink moment” revealed is an illusion, not reality, even if it appears almost real. This shining moment, more realistic than reality itself, is based on the contemporary intertwining of reality and images, where reality spawns images and new realities are created from these derivative images. Thus, this moment represents a complex, multilayered socio-cultural phenomenon that cannot be explained by a single image reinforced by the new media era and is summarized in multiple meanings. Through this exhibition, we aim to examine Soyoun Jeong’s exploration into virtuality and reality within a contemporary context, considering how—that is, from what perspective—the images that move between those two realms and the workings behind them can be sensed and perceived today.
Eunhye Nam
Curator, Sungkok Art Museum
전시 연계 프로그램
작가 도슨트 1
일시: 2024년 9월 7일(토) 오후 2시
장소: 성곡미술관 2관
작가 도슨트 2
일시: 2024년 10월 12일(토) 오후 2시
장소: 성곡미술관 2관
[강연] 핑크의 분석: 정소연 작품 세계
일시: 2024년 9월 28일(토) 오후 2시
진휘연(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 미술사학자, 평론가)
장소: 성곡미술관
1967년 서울출생
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 초상
리움미술관
2024.07.18 ~ 2024.11.24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서울대학교미술관
2024.09.12 ~ 2024.11.24
Mindscapes
가나아트센터
2024.10.16 ~ 2024.11.24
부산 청년예술가 3인전 《응시: 세 방향의 시선》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2024.10.26 ~ 2024.11.24
송준: Blue Eclipse Episode 3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2024.11.14 ~ 2024.11.24
Wherever : 순간이 새겨진 곳
이응노의 집
2024.10.29 ~ 2024.11.24
꽃 보다: 이철주의 작품세계
이천시립월전미술관
2024.09.26 ~ 2024.11.24
송영규: I am nowhere
갤러리 그림손
2024.10.30 ~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