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개인전_물 속의 그림자 A Shadow In The Water
2024.09.27 ▶ 2024.10.13
2024.09.27 ▶ 2024.10.13
김현정
물의 얼굴 2024, oil on canvas, 53.0x45.5cm
김현정
곡선풍경 2024, oil on canvas, 90.9x72.7cm
김현정
물 속의 그림자 2024, oil on canvas, 130.3x97.0cm
김현정
물의 모습 2024, 60x60cm, oil on canvas
김현정 작가는 흥미로운 추상을 보여준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듯이 확장성을 의도한다. 선택된 하나의 색이 평면 밖으로 나가려는 태도로서 열린 결말은 겹침의 색이 보여주는 어울림으로 등장한다. 부드럽지만 강인하고 어느새 다가오는 느낌이 사람 같은 인상을 남긴다. 수직 수평의 대칭점을 이루는 면의 분할은 색과 어울려 간결하다. 고요하지만 나름의 격정을 준비 중인 자세를 머금고 있다. 최근엔 물의 표면 같은 추상이 주를 이루지만 그도 예전엔 사실적인 풍경을 그렸었다. 삶의 터전이기도 한 안동댐 주변 지역은 늘 바라보던 익숙한 곳이지만 어느새 색다르게 다가오는 체감이 뭔가 다른 것을 원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물 위에서 자신을 비춰보던 모습을 생각하며 풍경은 점차 추상으로 변모해 간다. 삶과 연관된 것을 투영하듯이 평면이면서 부조의 표면처럼 하이라이트의 색이 선으로 중첩된다.
삶의 고단함이 주는 현실을 자신만의 색으로 선택하고 간략화시켜 산과 호수, 나무의 형태를 테두리처럼 표현한다. 안과 밖의 구별처럼 데칼코마니의 구성으로 물 밖의 풍경과 물속의 풍경을 상상하여 드러낸다. 작가의 손을 통해 걸러진 형상의 드러남은 그 자신도 포함되어 우리를 보여주려 한다.
물은 다른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편안함과 단순함을 전제로 가득 채워진 형상으로 밝음은 하루아침에 나온 선택이 아니다. 결혼과 함께 출산으로 작가의 삶도 변화를 가져온다. 자라나는 아이가 컨트롤되지 않는 아이의 본성을 확인하며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완벽을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 억압이 되듯이 본인이 갖고 있던 강박을 작업에서 풀어낸다.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서서히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풍경을 상상하며 색을 써본다. 호수에 안개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로서 그림이 나타나기 시작하니 짙은 푸른색 보다 밝음이 있는 색감으로 평면이 태어난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물멍으로 인한 사색이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무겁지 않게 자신의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회화로서 작용된다. 행복에 대한 추구가 멀리 있지 않음을 확인하며 생각을 긍정적으로 돌려본다. 삶이 있는 한 결핍으로 찾아오는 감정들이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살아가는 자세를 가다듬는다. 우리는 그러한 작품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 가면 어떨까. 하루라는 반복되는 시간 속에 결합되다, 흩어지는 관계의 지향점이 형태로서 표현된다. 어떠한 방향의 제시보다 있는 그대로의 흐름을 제시한다.
작가노트
작품은 물을 관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물이 갖는 투영적인 속성에서 무언가를 비추어 보는 행위는 작가에게는 치유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삶과 현실에서 느끼는 완전한 모습에 대한 이미지를 물이라는 장치를 통해 무의식에 비친 형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데칼코마니로 표현된 작품은 마치 실재와 이상이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작가가 바라는 이상, 마음을 투영하는 물 위의 이데아가 되어 전해진다.
작품에서 물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모습은 개인의 세계와 이상 세계를 끊임없이 반영하는 일종의 매개체가 된다. 진공 상태의 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조각의 기법의 하나인 부조 형식에서 착안하여, 형상을 이루는 면과 배경의 면이 이중구조를 가지는 추상 기법을 보여준다. 색이 층층이 쌓여 회화로서 나타나는 부조 형식은 작품의 추상적인 깊이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러한 면들은 아득한 형태로서 시각적인 잔상으로 남는다.
아름다운 소년이었던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수선화가 되었다는 그리스 신화처럼, 작가의 작품에 비치는 물은 환각의 숲으로서 그려진다. 대칭에 대한 갈망과 더불어 이를 채우기 위한 허기는 마치 현대인이 끊임없이 좇고, 추구하고,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똑같이 대상화하고 싶어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이데아는 화면에 비추는 물 위를 유영한다.
회화는 수평선 너머로 의도적으로 반사되는 배경과 형상의 형태에서 삶의 모호함과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투영 관계를 찾고자 한다. 물 표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사색이 무색하리만큼 고요한 형태로 화면 안에 흐른다. 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복잡한 마음이 사라지게 되는, 소위 말하는 ‘물멍’을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작품 속 물 위를 비추는 잔잔한 마음의 빛살을 만끽하며,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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