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순: 빛의 서사

2024.10.23 ▶ 2024.10.31

장은선갤러리

서울 종로구 율곡로6길 13-3 (운니동, 노블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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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순

    빛-침묵의 대화 163×112cm, oil on canva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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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순

    빛을 담아내다 163×112cm, oil on canva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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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순

    빛 –가억의 잔상4 72×60cm, oil on canva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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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순

    살리데 라스도스 에르마나스 61×46cm, oil on canvas, 2024

  • Press Release

    전시서문
    빛의 서사 : Becoming space of time


    차분하고 은은하게 비춰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에 의해 드러나는 공간의 깊이를 색의 중첩으로 표현하는 최인순의 그림은 ‘잊고 있던’ 미술에 있어서 가장 근원적인 요소가 빛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각세계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빛은 예술가들과 철학자들에게 많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렘브란트는 빛을 이용해 화면에 극적인 효과를 부여한 최초의 화가였고 빛을 가장 드높은 정신세계의 대응물이라 칭송한 철학자 르네 위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빛이 그것을 비추어 반사해주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했다. 또 유년시절에 보았던 스테인드글라스의 황홀한 빛으로 가득찬 성당내부의 기억에서 영감을 받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는 그림을 적시고 있는 빛은 화가의 사고의 빛 그 자체이고 그 빛 속에 그려진 세계는 관객들로 하여금 화가의 생각을 관찰하게 한다고 쓰고 있다. 그림을 감싸고 있는 빛을 ‘화가의 사고의 빛’이라고 한다면 그림 속 빛은 메신저처럼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읽어야 할까?

    따뜻한 색감을 가진 잔잔한 터치로 가득찬 그림에서 가시적 형상성을 지닌 공간과 빛 그리고 그것을 중첩되는 터치로 표현한 행위에 주목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공간과 빛의 이미지와 반복되는 행위 사이에 ‘화가의 생각’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라는 것은 삶에 있어서 갖는 필연적 의미 때문에 여러 가지 은유적 의미를 가지는데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의미가 안식처이다.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에서 공간/집에 대한 우리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지향의 원천을 ‘요나 콤플렉스’에 기인한다고 하면서 공간/집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을 때 느낀 안온함과 평화로움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 각인되고 형성된 원형적 이미지라고 했다. 예술적 상상력이 평화로운 어떤 것을 찾을 때 본능적으로 모태회귀라는 범주 안에 머무르려 하는 속성이 있다고 할 때 최인순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메타포의 세계로 은유인 동시에 환유적인 이미지로서 작가 자신의 ‘잃어버렸던’ 또는 ‘잊어버렸던’ 평화로운 공간의 기억을 ‘지금 여기’에 겹쳐놓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보여주는 공간은 외경은 알 수 없는 실내공간이거나 디테일뿐인 닫힌 공간이다. 이렇게 닫힌 공간에 작가는 빛을 개입시킨다. 공간이 어둠 속에 감춰져 있을 때 그것은 어떠한 안식도 미적 대상도 되지 못한다. 빛이 없는 공간은 외부에서 들어와 내부를 비추는 빛은 닫힌 공간을 열어서 외부와 소통하게 하는데 내적인 공간과 외적인 빛이 만나는 이 지점이 내부지향인 동시에 외부투사를 지향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작가의 욕망이 만나는 지점이고 작가의 서사가 시작되는 곳이다. 마음속에 있는 의식은 상징을 통해 시각화되기 때문에 일견 빛이 중요한 상징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그림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요소인 터치에 주목해야 한다. 화면 위의 터치는 단순한 터치가 아니라 화면 위에 축적되는 삶의 순간들의 상징들이다. 즉 최인순의 터치는 경험된 시간의 물리적 응축인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마치 인생에 같은 순간이 두 번 오지 않는 것처럼, 터치는 반복되어도 색상은 반복되지 않는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마티스는 색을 선택하는 것을 생각을 표현하는 것과 동일시했는데 작가 역시 색 자체에 기억과 감정, 즉 ‘내면적 비전’을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작업의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순간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기억 속에 퇴적되어있듯이 캔버스 위에 찍혀지는 수많은 터치와 터치 사이에 존재하는 물리적, 시간적 중첩 사이에는 기억의 연쇄가 자리 잡고 있다. 중첩되는 행위가 만드는 그림과 지움, 드러남과 사라짐의 반복은 파편화된 기억의 단편들을 그 연속성 속에서 파악해 나가는 과정이고 형상성/공간을 만들어 가는 점진적인 과정은 삶의 총체성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색들의 터치들이 보여주는 혼돈 가운데서 드러나는 시적 이미지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내부/공간과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빛은 이제 단편적이고 이질적인 색/기억들을 관계 속에 엮어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단절된 채 닫힌 세계에 남겨 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와 연결시키고 그 연속성 속에서 의미와 서사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무수히 많은 점들이 개별적인 기억을 상징하는 색으로 표현된다는 의미에서 최인순의 작업은 일종의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살아온 삶의 표현으로서 고백은 내면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인데 정리되지 않아 불분명하지만 표현되어져야만 하는 삶의 경험들이라면 그 작업은 실존의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작업이고 또 우회적인 언어인 형상언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과 그 빛으로 충만한 공간 그리고 빛을 받고 서있는 꽃병 등은 이런 이유에서 언어의 형상성, 엄밀히 말해서 ‘잃어버린 언어의 형상성’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폴 드 만은 만일 언어가 형상에서 기원하며 기본적으로 은유적이라고 한다면 실재적 언어는 형상성이 잊혀진 형상적 언어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최초의 언어가 형상적이라고 한다면 언어 이전에 그리기가 있었고 그 몸짓, 반복되는 터치는 존재론적인 자기고백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최인순의 행위에서 부수적으로 생성되어지는 공간/풍경은 시간성을 가지는 터치의 중첩이 공간적인 시간으로 점차 변형되어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Becoming space of time, 공간화 되어가는 시간은 한 존재의 역정(歷程)을 언어와 언어 외적인 모든 세계, 즉 실재적 세계와 기억의 은유적인 세계와의 상호텍스트성으로 읽혀질 수 있는 것이다.

    최인순의 그림은 결국 ‘잃어버린’ 형상적 언어 즉 풍경이라는 외피에 가려져 있던 기표적 존재로서의 형상성을 이용하여 ‘잃어버린 혹은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일상적 언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만을 전달할 뿐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면서 은유의 힘만이 새로운 현실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했고 서두에 거론한 ‘요나 콤플렉스’ 이야기는 결국 요나가 고래 뱃속에서 탈출해 다시 빛나는 세상으로 돌아오는 ‘요나의 기적’으로 끝난다. 세계를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빛의 연금술’처럼 작가의 시선 역시 세계와 만나는 지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개입으로 다채로운 ‘시선의 연금술’이 발휘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노순석 (조형예술학 박사)

    전시제목최인순: 빛의 서사

    전시기간2024.10.23(수) - 2024.10.31(목)

    참여작가 최인순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일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장은선갤러리 Jang Eun Sun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6길 13-3 (운니동, 노블호텔) )

    연락처02-730-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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