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Gems found in nature
2024.10.16 ▶ 2024.11.09
2024.10.16 ▶ 2024.11.09
이영수
Natural Image 2024, 100 x 50 cm, Oil on canvas
이영수
Natural Image 2024, 100x 100cm, Oil on canvas
이영수
Natural Image 2024, 72.7 x 72.7 cm, Oil on canvas
이영수
Fortune Chair 2024, 100 x 100 cm, Acrylic on canvas
이영수
Fortune in Ginkgo 2024, 37.9 x 37.9 cm, Acrylic on canvas
이영수
Fortune in ginkgo 2022, 31.8x31.8cm, Acrylics on canvas
세상과 나를 잇는 이영수의 제행무상 만화경
김윤섭 미술평론가
이영수 그림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의 명제를 쉽고 명징하게 보여준다.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은 순간순간 생멸하고 변화한다. 그 어떤 존재도 항상불변(恒常不變)한 것은 없다. 인간이 나고 늙고 죽는 과정의 생로병사 이치도 같다. 이영수는 물방울이나 낙엽, 활짝 핀 꽃에 삶의 본질적인 이치가 투영된 그림을 선보여 왔다. 세상에 나온 존재는 예외 없고 한결같이 사라지는 숙명임을 극적인 아름다움으로 일깨워준다. 이영수의 그림은 ‘소우주 품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만화경 환영’이다. 그래서 세상과 나를 새로이 되돌아보게 하는 묘한 끌림을 지녔다.
“빗방울에 / 풍경이 비치고 있다 / 물방울 속에 다른 세계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大江 健三郞)의 소년 시절 시(詩)에 나오는 문구이다. 작은 물방울에서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한 순수한 소년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물방울은 밤사이 이야기를 품은 침묵이다. 물방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디작은 몸체에 사방의 세상 이야기를 품어내는 신비로움에 감탄한다. 대하소설도 한 단어를 쓰기 위한 첫 획에서 출발하듯, 이영수의 물방울은 이미 온 세상을 비출 완벽한 빛의 유전자가 되고 있다.
간혹 그림은 다양한 감성과 감정을 한꺼번에 보여주기도 한다. 한 장면에서 모든 것을 다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수의 물방울도 세상을 바라보거나 만나는 창이며, 한편의 문학 작품 같은 역할을 한다. 그 물방울은 수행과 성찰, 회귀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그녀가 물방울을 그리는 과정 역시 기쁨과 분노, 평온과 불안, 설렘과 그리움 등 온갖 감정을 비워내고, 자신만의 고요함에 드는 명상적 행위이자 실천이다. 그렇게 인간 세상의 번뇌를 정화해 주는 적념(寂念)의 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 물방울이 땅에 닿아 대지의 향기로 공기를 가득 채우듯, 물방울 하나로 온 세상을 비추는 인드라망의 거울을 선물한다.
“물방울은 영롱함, 청초함, 순수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단어 자체가 힐링의 힘을 품고 있지요. 아마도 갓 태어난 아이가 세상을 만났을 때의 순결함에 비유될 만하겠습니다. 맑은 날에 만나는 물방울은 저 멀리 풍경까지 담고 있어, 마치 소우주와 같습니다. 한 인간으로 온갖 갈등이 빚어지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물방울을 통해 잠시나마 잊혔던 내면의 순수함을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의 맑은 기운을 담은 그림으로 지친 감성을 위로하고 정화할 수 있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이영수의 ‘내추럴 이미지(Natural Image)’ 연작은 작가의 유년 시절 감성을 대변한다. 6남매 막내였던 이 작가는 어릴 적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화단의 나무와 꽃에 물 주기를 즐겼다.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은 햇빛에 비쳐 보석처럼 빛났고, 주변의 풍경과 온갖 꽃들이 투영된 신비로움에 반할 수밖에 없었다. 오에 겐지부로 소년처럼, 순수한 소녀의 감성으로 ‘또 다른 세상’을 물방울 속 소우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 여러 상념을 이겨내야만 하는 지금도 ‘어른이(어른 아이)’ 감성의 곧은 뿌리로 재탄생한 물방울 그림은 그녀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되고 있다.
이영수의 ‘내추럴 이미지’ 시리즈 중 은행잎 소재의 그림 역시 자연이 전하는 삶의 지혜를 품고 있다. 특히 노란 은행잎이 빼곡하게 채워진 화면은 바라볼수록 생경하면서도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캔버스 천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지만 한국화의 수간 채색 기법처럼 맑고 투명한 색감이 압권이다. 비단에 엷게 수십 번 물감층을 쌓아 올리는 채색 기법을 응용하여 조화로운 채도와 밀도감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한 폭의 은행잎 그림은 수천수만 번의 붓질을 가미해야만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이파리 하나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붓을 들었을지언정, 그 붓을 내려놓으며 자아 성찰의 순간을 맞게 되는 셈이다.
가을의 단풍(丹楓) 중 은행잎만큼 문학적이고 시적인 소재가 또 있을까? 지극히 아름다운 꽃이라도 절정은 순간에 지나지 않고, 향기 역시 오래도록 머물지 못한다. 그에 비해 수만 개의 은행잎은 그 자체가 꽃이 되어, 노랑 빛깔의 새 세상을 열어준다. 온 세상을 덮은 첫눈 못지않게, 대지에 내려앉은 노란 은행잎 융단은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선사한다. 삶의 아름다운 절정보다, 그 삶이 지탱해 온 생의 숭고함을 직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영수는 노란 은행잎 책갈피에 시를 적어내듯, 무수히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수많은 은행잎에 투영하는 중이다.
노랑은 밝은 정서와 사고력에 연결되는 색감으로 알려진다. 괴테의 ‘색채론’에서도 노랑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부드러운 자극을 주는 색으로 꼽힌다. 외향적이고 활동적이지만 충동적이지 않고,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적 이슈에도 자주 사용된다. 마침 노랑은 좌뇌를 자극해 현실성이 약하거나 보호받지 못한 사람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전해준다고도 한다. 짙은 노란색은 억제되고 경직된 정서의 이완을 돕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영수의 최근 신작 중 벤치나 의자 형상을 노란 은행잎으로 구성한 화면이 등장한다. 지친 현대인에게 잠깐의 휴식과 정서적인 안정을 선물하고 싶은 작가적 바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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