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 SOMEWHERE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2024.11.20 ▶ 2024.11.26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제1전시관(B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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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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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호박잎 Acrylic on canvas, 145.5×112.1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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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Somewhere_어딘가 Acrylic on canvas, 89.4×145.4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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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Somewhere_어디나 Acrylic on canvas, 89.4×145.4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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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웃자라버린 Acrylic on canvas, 60.6×50.0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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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이 곳에만 흔한_칸나 1 Acrylic on canvas, 53.0×45.5c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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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검질들의 욕망_하늘을 향해 Acrylic on canvas, 162.2×130.3cm, 2024

  • Press Release

    삶의 흔적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개인에게는 저마다 주어진 삶이 있다. 사람과 동물, 식물 등 숨이 붙어있는 존재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모두 의미가 있다. 이 의미는 주체가 생활하는 주변 환경과 실질적인 요소에 깊이 반영된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는 수많은 변수를 곁에 두며 결코 부동하기를 거부한다. 김지혜 작가는 스스로 이러한 삶의 영향력을 몸소 깨닫고 개인적 경험으로 얻은 시간의 연속성을 작업으로 실천한다. 작가는 익숙하고도 친밀했던 거주 공간이 바뀌며 연고 없는 새로운 곳으로부터 출발하는 시작과 낯선 곳에서 이루어졌던 적응기 또는 과도기를 거쳐 마침내 돌아오게 된 터전에 대한 시각을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그렇게 본인의 발자취와 흔적이 짙게 묻은 정신을 모아 그동안 마주해왔던 삶의 흐름과 사뭇 다른 차원을 생성하고 관객과 작품 고유의 철학을 공유한다.

    생을 겪어가는 모든 대상이 으레 그렇듯 태어나면서부터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는 정착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종종 생소한 무언가에 둘러싸이면서 쉴 틈 없는 변화를 감지한다. 작가는 현실을 한 걸음씩 내디디며 짧고 긴 순간들의 결합을 점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찍어 나가는 점은 멀리서 가까이서 전부 선명히 정체성을 주장한다. 마치 이 점은 처음부터 여기 이곳에 찍혀 있어야 함을 당연한 순리로 여겨 온 듯한 절대성마저 느껴진다. 이는 화폭 안에서 형상의 모습을 띠며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표상하는 매개로 작용한다. 점은 매우 작고 미세하지만 다량으로 모이면 웅장한 존재감을 나타내며 큰 터치 하나보다 더욱 밀도 있는 깊이를 선사하기도 한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되는 단계적 확장은 작가가 본인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작업은 분주하고도 한 치 앞을 모를 인생에서 다양한 기억으로 꾸려져 온 단편 조각들이 근본이 되면서 개인의 삶으로 비추어진 거대한 파노라마와 같다. 시각적인 재미에서 나아가 바탕재 위에 그림자 같은 자리를 남기면서 차곡차곡 쌓이는 자국은 단 하나도 허투루 그어지지 않는다. 그 자국은 가령 소중히 간직해 온 지난 사진첩을 꺼냈을 때 바로 펼쳐 볼 수 있는, 말하자면 일정한 페이지의 어느 구석을 채우는 필름인 것이다. 김지혜 작가는 스스로 선택한 생의 방향과 리듬을 응집하여 자아의 존재를 되새긴다. 때로는 고난과 시련이 닥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 있는 땅을 밟고 이 순간을 살아가는 가치가 있음을 고스란히 전한다.

    산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오롯이 몸을 맡기는 과정이다. 동시에 몸을 맡기기만 하는 것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과 동일한 주체가 되어 앞날을 운영해 가는 항해이기도 하다. 각각의 시간과 공간에서 자리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도 오늘의 하루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인 삶은 작품 속 점처럼 깊은 마음 한편에 담백하지만 쉬이 사라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 김지혜 작가는 지나온 과거와 현재,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아울러 포용하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소리 없이 이어져 오는 작품 세계는 이번 전시에서 많은 이에게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스스로 정체되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딜레마를 거치는 중이라면 작품을 통해 역경을 딛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채 잔잔한 안정감을 선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 뿌리 내리며 마음을 온전히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모색하고 작가가 가져다주는 생의 울림과 파동을 만끽해 보기 바란다.



    작가 노트

    이 전시의 주제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 < Here > 에서 나 < I am > 에 대한 얘기로 시작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점들로 연결해 작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점은 삶의 순간순간이 만들어낸 방점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 방점들을 조금씩 캔버스에 옮겨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12년 개인전 이후 시간의 공백은 나로 하여금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통 알 수가 없게 만들었다. 삶은 자꾸 나를 붙잡아 걸음을 멈추게 했고 의도했던 연속성을 끊어 버렸다. 그때마다 어떻게 이 단절을 연결하면서 단단하게 손에 잡히는 무엇인가로 응집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만 했다. 여러 시도 끝에 찾게 되었다. 점들은 그 하나만으로도 완전해질 수 있으며 시간의 단절을 숨기고 연속적 형태로 응집되어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작은 점에서 연속성과 연결성을 찾은 것이다.

    점을 찍는 작업은 극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펜이나 붓을 꾹꾹 눌러 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면 머리는 비어지고 점을 찍는 행동만이 남아 어떤 형태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손이 지나간 자국을 남기려고 힘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행위는 분주한 삶에서 나를 떼어 내었고 단순한 반복으로 내게 붙어있는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준다.

    그리고 바탕색과 대비를 이루고 있는 점들이 모여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은 색을 단순화하고 점을 찍는 행위를 통해 형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극한의 대비를 통해 형태의 실루엣을 살리고 또 그 작품만의 색을 부여하며 노란 하늘에 에메랄드색의 점이 모여 야자나무가 되기도 하고 검정색의 바탕에 회색 점들이 응집해 공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대학 진학이후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했었다. 그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것은 결혼을 하면서이다. 결혼은 나를 돌아오게 만들었고 내 삶의 형태를 새롭게 변화시켰으나 나를 쉼 없이 허둥대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향은 낯설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을 수중식물처럼 부유하며 지냈다. 땅에 뿌리를 내려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늘 서툴러 삐그덕 거리기 일수였는데 이제 10년을 조금 넘기고 나니 뿌리를 내리고 삶의 형태를 찾아가는 것 같다.

    어느 날 농장에서 귤을 따다 화려한 잎의 모양을 자랑하면 무성하게 번지는 검질(잡초)을 봤다. 얕은 뿌리를 땅에 내리고 무엇이든 되어보겠다고 한껏 몸을 부풀리며 꽃을 피우고, 번식이 삶의 목적인 듯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은 많은 씨를 달고 있는 것이 꼭 나의 모습 같았다. 검질들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리기 위해 저리 힘쓰는데 나도 이제는 이곳에 맘을 두고 퍼져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 이제야 이 땅의 색이 보이고 구름 모양을 살피며 돌담 사이사이의 구멍이 눈에 들어온다. 감귤 밭을 둘러싸고 있는 쑥대 낭 사이의 햇살이 보이고 유년의 기억과 섞여 그것을 다시 조립해 내기도 하고 각기 다른 형태로 뻗어 나가는 나무들의 특징을 찾아내 보기도 또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야자 잎을 작품에 담아 보기도 한다.

    그런 방법으로 나는 이곳의 삶을 사랑하고 나를 둘러 싼 풍경 속에서 더 깊이 뿌리 내리려한다. 더 깊이 흔들리지 않게 뿌리를 내려 그 형태와 그림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 것이다. 그 속엔 생명이 있고 나무와 풀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나에게 괜찮다고...... 말을 걸어 주기도 한다.

    한 점, 한 점 찍어내는 작업으로 점들이 만들어낸 선들과 그 선들이 만든 면들을 통해 나를 그려내고 내 삶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점을 찍을 때마다 내 삶의 작은 순간들 속에 숨어있는 내 삶의 전체 그림을 기억하고 그것을 그려내고 있다.
    돌아보면 내 삶이 변해왔던 시간 속에서 내 그림도 함께 변화해 왔다. 그리고 그 그림들이 또 나를 변화시켜내고 있는 것이다.

    전시제목김지혜 : SOMEWHERE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전시기간2024.11.20(수) - 2024.11.26(화)

    참여작가 김지혜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제1전시관(B1F))

    연락처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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