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의 조각과 글 part 4 《누구를 위해 창작하는가?》
2025.01.15 ▶ 2025.03.23
2025.01.15 ▶ 2025.03.23
전시 포스터
지난 세기 서구 문화비평가들 사이에서 자본주의가 심화할수록 문화가 산업화하리라고 우려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1월 23일 모 방송국에서 “국내 미술시장 매출액, 사상 첫 1조 원 돌파”라는 제목의 뉴스를 방송했고, 10월에는 “‘미술시장 1조 원 시대’ … 백화점도 지역 유망 작가 발굴 나선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렸습니다. 미술계 뉴스는 어느새 전시보다는 시장 동향이 주가 되었고, 그만큼 작품은 상품이 된 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작가와 생산자’의 갈림길에서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겁니다. 작가이면서 교육자였던 김종영도 생활인이었으므로, 이러한 문제를 직면했고 깊이 성찰했습니다.
최종태 명예 관장의 회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개인전을 마치고 이러한 고민으로 선생을 찾아갔습니다. “그림은 어떻게 팔아야 할까요?” 그는 느닷없이 선생께 여쭸습니다. 선생은 바로 “다다익선이지.”라고 답했습니다. 그러고는 수평선과 수직선을 긋고는 그사이에 사선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일은 일로서 족하다.” “부귀영화를 어찌 혼자서 다 얻겠는가?” 마치 선문답처럼 들리지만, 제자는 퍼뜩 깨달았습니다. 각자 처지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는 답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일화가 있습니다. 미대 학생회 일을 하던 제자에게 ‘志在不朽(지재불후)’, 풀어쓰면 ‘썩지 않는 거에 뜻을 둬라.’라는 의미로 휘호 해주었습니다. 그는 졸업 후 청년 작가를 위한 갤러리를 운영했는데, 사무실에 이 휘호를 걸어놓았습니다. 이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있는 듯합니다.
김종영은 이 문제를 내밀히 성찰하며 생각의 여정을 비망록으로 남겼습니다. 그의 결론은 간명합니다. 한마디로 본말을 분별하라는 겁니다. 작품과 상품은 엄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을 상행위(商行爲)로 생각하지 않던 김종영은 말년에 누가 본인 작품을 사겠다고 하자 ‘작품은 파는 게 아니니 기증하겠다.’라고 했고, ‘기증에 합당한 답례를 하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종영은 자신의 선택을 제자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처지가 다르므로 여건을 고려해서 소신껏 작업하라고 했습니다. 다만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동서고금을 통해 예술적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헛된 노력’에 일생을 바쳤다는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를 감내할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작품은 자신을 위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모든 공리(功利)를 초월해서 솔직하게 제작하는 것입니다.
시장 중심의 미술이 된 지금, 금전적 가치가 작품 평가의 척도가 되다 보니 작품은 상품이 된 듯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김종영의 성찰은 지금 모든 미술인에게, 더 나아가서 전 지구화한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전시제목김종영의 조각과 글 part 4 《누구를 위해 창작하는가?》
전시기간2025.01.15(수) - 2025.03.23(일)
참여작가 김종영
관람시간10:00am - 05: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장르회화,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김종영미술관 Kim Jong Young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30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본관)
연락처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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