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Catacombe installatin, 2009
이상준
Catacombe installatin, 2009
이상준
Catacombe installatin, 2009
이상준
Catacombe installatin, 2009
이상준
Fiction 5 Acrylic on canvas, pastel, mixed media, 97x16x10cm, 2009
GATE-GATE-GATE
신승오(덕원갤러리 큐레이터)
이상준은 조각적인 언어와 표현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탐구한다. 이전 작업에서 실낙원을 주제로 조각의 실재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조각이라는 것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GATE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GATE라는 것은 우리말로는 대문이자 통로이며 이는 어느 한 공간과 다른 공간을 구분 짓거나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그 실체는 이 두 공간의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고 그 사이에 존재한다. 그는 이러한 이중적이며 경계 짓는 공간적인 상태를 전시장에서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작가는 우선 전시장이라는 공간과 그곳에 전시되는 작품들 사이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전시장이라는 장소는 전시를 하기 위해 설정된 공간과 작품이라는 사이와 틈을 만들어 낸다. 작품이라는 것은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들어와서 공간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는 분리된 독립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작가는 이 공간의 GATE의 의미를 줄 수 있는 것인 공간의 벽에 주목한다. 전시 공간은 은박테이프에 의해서 바닥과 벽을 채워져 나간다. 이렇게 은박테이프를 부쳐나가는 방식은 초현실주의자인 막스 에른스트에 의해 사용되어진 프로타주의 기법과도 같은데 벽과 바닥의 표면을 얇게 덮음으로 인해서 오히려 공간 자체를 더욱 부각시켜 보여준다.
그리고 이 작업은 다른 한편으로는 조각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다시 고찰하게 만든다. 조각은 건축의 일부분의 장식적인 부분으로서 존재하다가 독립적인 장르로서 존재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작가가 표현하고 하는 조각은 건축의 부분으로서의 조각 그리고 건축물이라는 공간 안에서의 전시되어지는 조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간자체를 작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공간의 벽을 이용한 프로타주의 기법은 벽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친구나 동료들과 나누게 되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을 녹음하였다. 녹음된 대화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나누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여과 없이 담고 있다. 작가는 이를 편집하여 수정하지 않은 채로 전시장에 틀어 놓음으로써, 공식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내용을 다듬고, 정리하여 매끄럽고 논리정연한 대화가 아닌,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소리들을 들려줌으로써 작가의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프로타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평소에 나누는 대화들은 작가를 통해서 작업이 되고, 또 다른 것들로 변이되어 나가며, 이런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구축됨으로써 또 다른 담론들이 만들어 진다.
이러한 공간은 다시 좁은 GATE를 통해 또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러한 좁은 GATE는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에 의해 성스러운 중세의 성당과도 같으며, 그 통로의 수직적인 형태는 공간으로 보이기도하며 그 빈 공간자체가 하나의 수직적이며 남근적이고, 욕망이 분출하며, 권위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수직적인 공간은 물질성이 없는 비어있음으로 여성적이며, 그 통로의 안에 공간은 자궁으로 보여 진다. 이러한 통로를 통과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공간속의 평면 작업은 회화에서 나타나는 캔버스에 얹혀 진 레이어가 쌓여가면서 나타나는 조합이 아니라, 작가가 사용하는 알루미늄테이프, 에폭시, 아크릴 등등 그 재료의 질료적인 본질적인 모습들을 구축해 나가는 조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의미’로 지시된 미술이 잃고 있는 실체적 위상을 재고하고 규정된 사물이 가진 형식의 틀과 기호의 허구성을 잘 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이 모든 설치와 평면의 조각 작업, 그리고 사운드는 모두 하나의 GATE로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통로로서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기도 하고 각각의 독립된 작품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이상준은 다양한 통로들을 만들어내어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강요하고자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의미나 내용에 대해 침묵하고 마치 많은 방문 앞에 서서 어느 방문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같이 관람자인 우리 스스로가 선택하고 느끼기를 바란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작가의 의식이 작품에 침투하여 관객들에서 스며드는 방식이 아닌 기존의 오브제들이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기표와 기의의 분리에 의한 오브제들이나 재료의 지시성을 제거하고 작가 자신만의 그 자체의 순수한 의미를 찾아내고자 하는 그의 의도이다. 작가는 이렇게 지시성 없는 오브제에 행위를 통한 작업과정에서 그 의미를 찾으며 관객들이 좀 더 순수하고 진실 된 것을 스스로 통로를 통해서 경험하고 발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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