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섭
Huntin trophy r_1 leather styrofoam mixed media, 70x80x63, 2009
최형섭
Huntin trophy r_3 leather styrofoam mixed media, 90x80x42, 2010
최형섭
Hunting Trophy bk_2 leather styrofoam mixed media, 49x94x60, 2010
최형섭
crazy dog leather styrofoam mixed media, 82x88x80, 2010
최형섭
Trophy plaster resin plexiglass, 105x105x7.5, 2010
탐욕과 욕망의 트로피
신승오(덕원갤러리 큐레이터)
최형섭은 이번 전시에서 개의 다양한 흉상을 만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그의 전시 타이틀에서와 같이 <트로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왜 개의 흉상으로 트로피를 만드는 것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그의 작업에 나타나는 개와 인간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개는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인간과 같이 지내온 개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으며, 인간을 가장 잘 따르고, 복종하고 항상 가까운 곳에서 같이 지내 오고 있다. 개의 역할은 과거에는 사냥을 하거나 가축들을 지키고 집을 지키는 일을 해왔다면, 현대 사회에서의 개는 어린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거나, 자식이 없거나 부부나 노인들에게 가족으로 받아들여져 같이 여행을 가거나 산책을 하고 미용을 받고, 옷도 입으며 사람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개들은 전 세계에서 사육되며 200여 품종이 있다. 이러한 품종들은 야생종이 세계의 몇 개 지역에서 별개로 가축화되면서 사람들의 선택과 그들 사이의 복잡한 교배에 의해 현재와 같은 다수의 품종이 생겨난 것으로 여겨진다.
작가는 여기서 개와 인간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초기의 개는 인간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다. 그러나 애완동물로 변모해 감으로 인해 개의 품종은 인간에 의해서 마음대로 조절하고 교배시켜 탄생되고, 또 이를 보존하기 위해 씨수컷들을 만들게 되고, 이를 통해 혈통을 만들고, 족보를 만들면서 고가의 귀족과도 같은 개들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이다. 또 이를 애견 대회를 통해 경쟁적으로 상을 주는 행사들을 벌인다. 이러한 인간들이 벌이는 종의 개발과 보존은 과연 개를 위한 일인가? 아니면 인간의 욕심과 욕망에 희생되는 개의 운명인 것인가? 최형섭의 작업은 이런 의문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 작업은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트로피라는 형식이다. 작가는 다양한 개의 품종 중에서 애완용으로도 키워지지만 경주용으로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명견인 그레이하운드를 선정하였다.
경주대회에서 출전하는 그레이하운드는 고대 이집트시대로부터 왕실에서 키워진 것으로 유명하며, 이렇게 개로서의 그레이하운드는 예로부터 명예와 영광을 얻지만 그것은 인간이 부여하는 순간적이며 가식적인 영광일 뿐이다. 작가가 만들어 내는 흉상으로 등장하는 그레이하운드는 마치 사냥꾼이 사냥에서 동물을 잡는 순간의 영광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자랑하기 위해 만드는 박제와도 같다. 이러한 박제와도 같은 개의 흉상은 형식적으로 다양한 색과 매끈한 여러 가지 가죽으로 이루어져 있고, 복잡한 패턴의 문양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머리에 구멍이 나는 순간 관모양의 꽃으로 표현되는 개의 흉상은 아름답고 화려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개들의 자세와 입과 눈의 표정을 보면 고통스러우며 괴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표정이 가득하다. 이러한 이중적인 표현들은 개와 인간의 가장 첨예하게 욕망과 탐욕의 대립되는 지점에서의 충돌되며 아이러니하고 기괴한 트로피들을 만들어 낸다.
두 번째는 이중적인 개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화려한 외관과 더불어 반복되는 장미의 패턴들이다. 이러한 화려하고 복잡한 장식들은 효과적으로 더욱 순환되고 복잡해지고 정해진 틀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가는 느낌을 더해준다. 개와 장미 상징과 패턴이라는 키워드로 구분되는 이번 작업에서 개와 장미는 그들의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전혀 없는듯하지만 인간이 짧은 역사 안에 무수한 변종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생명체이다. 지금은 많은 종이 각기 독립된 순종으로 여겨지지만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치와와가 황소만한 개와 교배 가능한 한 종이라는 사실과 다채로운 크기와 색을 뽐내는 각각의 장미도 길가의 작은 볼품없던 들장미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이들 사이의 차이는 없다. 이러한 반복적인 패턴들을 통해 개와 장미는 다른 종이지만 이들 사이에 인간이 존재하며 복잡한 패턴들의 반복으로 인해 인간의 숨겨진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욕망의 심연과 그 부조리함을 들어낸다.
결국 최형섭은 이러한 트로피를 통해 이러한 개의 만들어진 영광과 죽음이라는 시간은 이후의 인간에게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는 방식이지만, 개에게 있어서는 죽음의 그 찰나적인 순간이 인간의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과 탐욕에서의 해방이자 가장 행복한 환희의 순간일 수 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트로피들은 인간의 욕망의 상징이며, 다른 한편으로 개뿐만이 아닌 다른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탐욕과 욕망의 희생되는 것들에 대한 기념비적인 상징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겸허하게 우리 자신들의 탐욕과 욕망에 대한 스스로의 무지를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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