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Farah(파라)1002 캔버스에 유화, 195×97cm, 2010
이태경
Matthias(마티아스)1001(오),Farah(파라)1001(왼) 캔버스에 혼합재료, 유채, 130×89cm, 2010
이태경
up in the air #3 캔버스에 아크릴, 유채, 60×120cm, 2010
이태경
up in the air #4 캔버스에 아크릴, 유채, 60×120cm, 2010
타인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심리적 변화를 발견해 가는 작품을 주로 하는 서양화가 ‘이태경’씨의 개인전이 10월 7일부터 16일까지 대구 봉산문화거리 소재 ‘소헌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계명대 서양화과와 프랑스 명문 파리 보자르(파리고등국립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파리에서 작업을 하다 귀국한 후 활발한 작품 활동을 계속해온 이태경은 익히 화단과 미술시장에 인기작가로 이름 올리기에 성공한 작가이다. 특별히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고 사랑하여 작가를 지원해온 대구 ‘소헌컨템포러리’(대표 원창호)에서 지역의 애호가들과의 각별한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7년 만에 고향인 대구에서 갖게 되었다는 이번 개인전은 자가로서도 또 다른 감회와 의의를 가질 것이라고 이성희 큐레이터는 말한다. ‘소헌컨템포러리’의 기획초대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인물의 심리적 변화와 감성적 소통에 주목한 작품 세계를 주로 선보이는데, 그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분위기를 단색 혹은 절제된 채색에 의존해 표현하며, 표현주의적 양식을 덧대 얼굴과 몸을 묘사한다. 특히 손과 관련한 묘사는 에곤 실레의 작품에 그로테스크한 변형을 가미한 것 같은 독특함을 띠고 있다. 그동안 이태경의 작품은 파리의 보자르 재학시절부터 2008년 영화 더게임(감독 윤인호)에 소품으로 출연하면서도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 사람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흡수해 이미지로 옮겨내 온 화가다.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사실적 재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거친 듯 동적인 붓 터치로 현대인의 심리가 중첩된 초상을 보여준다. 그가 창조한 이미지는 어쩌면 주변인들의 외형에 투영된 작가의 초상이라 할 수 있는데 자화상이되 특정 자아로 단정 지을 수 없는 특성을 보여준다.
특히 하나로 귀결될 수 없는 이태경의 다중자아 그림들은 영화 더 게임에의 출연을 통해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주제를 암시하기 위한 작품으로 나와 영화를 주제에 더욱 잘 부합하게 하는 작품으로, 등장인물들의 복합적인 상징성을 얻는데 성공함으로써 영화<더 게임>의 극적효과를 더하는 데도 크게 일조하기도 한다. 주변인을 자신의 화면으로 초대해 자신의 센서링과 필터링을 거쳐 투영된 자화상을 그리는 이태경은 영화 <더 게임>속 극중 인물들의 심리와 주제를 암시하기위한 소품으로 등장해 더욱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다. <더 게임>영화에 작품을 출연한 뒤로 영화의 주인공들인 배우들의 인물을 작품으로 옮겨 각종 기획전시에 출품하기도 하였는데, 그들 배우들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와 생김새를 가진 그의 작품 속 많은 인물들의 그림이 모두 작가자신을 표현한 자화상들이라 한다면 놀랄 일일까? 그동안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인 ‘크리키’, ‘알렉산드르’, ‘파스칼’, ‘쟈비에’, ‘시프리앙’ 등 그림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가 파리에 머물 때 이태경의 주변인들이었다. 1997년부터 수학한 파리국립미술학교(DNSAP)교내의 인물들을 모델로 삼았다. 최대한 자기살갗에 닿고 스며드는 인물들만 골라낸 것이다.
살롱 도톤느 파리(TROISEME PRIX), 살롱 도톤느 샤띠옹 심사위원상, 살롱드 몽후즈 현대미술전 회화부분에서 대상을 받는등 파리에서의 활발한 작품활동 이후에도 ‘오래 돤 만남, 파리로부터’ ‘스타워스 에피소드 1’, ‘프레쉬 레드 닷’ , ACAF 뉴욕, 상해아트페어와 여러 번의 KIAF 출품 등 다수의 유력한 기획전과 아트페어에 초대되었다. 작가의 작품 속 모델과의 만남은 직관과 무의식에 의존하는데 어쨋건 작가의 인물들이 하나같이 복잡 미묘한 어른의 머릿속과 같이 느껴지는 것은 그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이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가 포착한 인간의 본질은 웃는 인간 혹은 우는 인간이 아닌 ‘웃으면서 눈물 흘리는 인간, 즉 모순과 갈등속의 인간인 것이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일관하여 무언지 모를 중압감을 상대에게 안겨주던 인물인 ‘크리키’ 교수나, 어떻게 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을지를 노트에 매일 깨알같이 기록하던 외톨이 강박증 환자 ‘파스칼’, 흑인과 백인 부모사이에서 난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흑인엄마를 닮아 괴롭힘을 당하며 자라야했던 혼혈 부르주아 친구‘ 시프리앙’ 등 모두 갈등을 가진 존재들만을 그렸다.
초기에 그의 그림은 다소 음울하고 바라보는 인간의 본질이 과도하게 비관적이란 대중의 반응에 접하곤 했지만, 이태경의 그림이야말로 자신의 그림이 ‘폭력적’이라는 비판에 자신의 그림보다 ‘현실이 더 폭력적’이라고 말한 '프란시스 베이컨(Frances Bacan)'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태경의 경우에 있어서도 인간의 실존은 이태경이 보여주는 인간과 그림보다 더 참담할 수 있다. 미술비평가 ‘김소원’은 “그 누구도 햇살아래 피크닉 돗자리 위에서 인간 삶의 근원을 깨달을 순 없다. 멋지게 뻗은 나무는 음습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일정량의 습기와 어두움이 뿌리가 버틸 수 있는 조건이다.”라며 “작가 이태경이 모순과 갈등에 천착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것을 무던히도 극복하기 위함이며 더 밝게 웃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베이컨은 공포의 외침, 극단의 참상묘사를 반복하였지만 그의 그림은 그의 그림 속에 아이러니와 미묘한 장난기가 공존했기 때문에 오히려 미래의 힘과 새로운 웃음의 능력을 삶에 부여해 주는 것이라 역설되며 예찬되었다. 그래서인지 근래 이태경의 작품을 좋아하는 수집가들은 오히려 더욱 음울하고 비관적이거나 폭력적인 그의 작품들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차피 작가의 작품은 자기만의 그림판이니 조금 더 자유롭게 난장을 벌여보라 하는 바람마저 그 기대에 보태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제 울면서도 웃는 사람이 있는 작가 이태경의 그림에서 양면성이 우리 인간의 본질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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