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렬
침묵 Silence(설치컷) sharp pencil on paper,film on acrylic, 111×82cm, 2010
윤상렬
침묵 Silence(설치컷) sharp pencil on paper,film on acrylic, 123×182cm, 2010
윤상렬
침묵 silence(설치컷) sharp pencil on paper,film on acrylic, 59×82cm, 2010
윤상렬
침묵하는 표적 Silencing Target pencil leads and lens on acrylic panel, 109×109cm, 2010
윤상렬
Optical Evidence leads on light panel, OHP film, acrylic box, mixed media, 52×62×14cm, 2009
신체는 세계에 대한 존재의 전달수단이며 … 나의 신체는 세계의 축(轴)이다 … 나는 나의 신체를 수단으로 세계를 의식한다 … 메를로 퐁티,『지각의 현상학, 1945』
윤상렬은 자신의 두 가지 성향을 샤프심이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작업한다. 화살, 바늘처럼 뾰족하거나 돋보기처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물을 어릴 때부터 좋아해 왔고,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맞닥뜨린 심리적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손을 움직이는 행위(자동기술 드로잉)에 집착하였다. 상반되는 두 가지 성향은 LED 조명이 내장된 light panel 위에 샤프심을 배열하는 무의식적인 행위로 결합된다. 노동집약적인 샤프심의 배열은 결과적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나타내는 가는 직선형태의 선과 선이 만나 원형을 이루고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op art의 형식을 띄게 된다.
지난 작업들이 샤프심을 액정 판 위에 부착하여 빛에 의한 긍정과 부정에 대한 효과를 연출하고자 하였다면, 근작에서는 선긋기를 통한 신체적 행위로 표현의 수단이 전환되었다. 0.3mm부터 0.9mm까지 다양한 두께의 샤프심을 사용하여 무의식적으로 선을 긋다 보면 다양한 패턴의 선들이 생겨나는데, 이와 같은 과정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동력이 개입되고 일정한 패턴이 형성된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행위가 무수히 반복되는 극 지점에서 무중력 같은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일정한 선긋기로 형성된 작가의 심연에서 우러나는 관념작용의 행위로서 재현된 것이며, 또한 손의 노동력과 치밀하게 계산된 작가의 지각에 의해 생겨난 언어로 표기할 수 없는 여백이자 일루전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들은 무아지경에 가까운 미니멀 아트의 세계를 보여주며 마치 숨을 쉬며 움직이는 물체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는 작가의 신체의 일부와 같은 형상을 초래한다. 이처럼 윤상렬의 작업은 어떤 물질을 자기 신체로 변화시키는 현상학적인 관점에 관심을 두고, 역으로 일상에서 체험한 기억과 그 반대에서 경험한 기억을 샤프심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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