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공유하다... 점토 및 혼합재료, 각30x30cm(x120), 2010
김희진
공유하다...(부분) 점토 및 혼합재료, 각30x30cm, 2010
김희진
공유하다... 점토 및 혼합재료, 각40x32cm(x12), 2010
김희진
공유하다...(부분) 점토 및 혼합재료, 각40x32cm, 2010
김희진
공유하다... 혼합재료, 각30x30cm(x10), 2010
김희진
공유하다...(부분) 혼합재료, 각30x30cm, 2010
김희진
공유하다... 점토 및 혼합재료, 각30x30cm(x6), 2010
김희진의 담다. 가지다. 공유하다.
미술공간現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소유 양식
에리히 프롬은 인간 생존의 양식을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으로 나누고 두 양식의 차이에서 새로운 인간과 사회의 가능성을 추구한다. 소유의 개념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기본적인 삶의 양식이다. 소유하는 생존 양식에 있어서 세계에 대한 나의 관계는, 소유하고 점유하는 관계로 나 자신까지 포함한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나의 재산으로 만들려고 하는 관계이다. 김희진의 <담다...>와 <가지다...> 작업은 이러한 소유 양식에 해당된다. 국·영문 신문이나 잡지, 고서(古書), 모눈종이 등 텍스트나 이미지가 있는 다양한 종이류가 화면의 대부분을 덮고 있다. 한 장씩, 때론 여러 겹으로 덮인 화면에 기형의 사발이나 도자기 그리고 즉흥적이고 무작위적인 선이 그려졌다. 무언가를 담는 용도의 그릇에 작가는 무언가를 담았을 테고 담긴 것은 작가의 소유물이 된다. 소유욕은 인간 본성의 욕구이기 때문에 보다 많고 다양한 소유물을 담기에 필요충분한 도구의 가변성과 확장성을 가져온다. 이런 이유로 등장한 그릇과 같은 정형적인 틀에서 벗어난 그물은 작가의 소유 양식의 지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도구가 된다. 드로잉으로 표현된 그물의 규모는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고 소유물의 제한 또한 무의미하다. 철사 또는 고형적인 형틀로 구성된 다양한 형태의 그물들은 재료의 속성과 소유한 주제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김희진의 <가지다...>는 그리거나 만들어진 그물들로 소유 양식을 대변하고 있다.
존재 양식
소유 양식에 있어 문제점은 내가 취득한 것을 지키기 위한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주장하기 때문에 타인을 배격하게 된다는 점이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 는 문장은 주체인 <나>와 객체인 <무엇>과의 관계를 나타낸다. 설령 내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나는 가지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사물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은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의 덧없는 한순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유하는 생존 양식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살아 있는 과정, 생산적인 과정에 의해서 확립되지 않는다. 주체와 객체 모두를 <物>로 만드는 관계는 살아있는 관계가 아니다. 존재 양식은 우리가 소유하지 않고 또 소유하려고 갈망하지 않으면서 대상을 살아있는 그 자체로 두고 보는 것이다. 그 어떠한 집착도 구속도 변화의 두려움 없이 끊임없는 성장을 의미한다. 고정된 유형이나 태도가 아니라 항상 유동하는 과정이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주고받으면서 서로 나누어 가지는 ‘살아있는’ 관계가 된다. 김희진의 <가지다...>에서 소유물을 둘러싸고 끌어올리던 그물의 어딘가에서 터짐 혹은 열림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여졌던 그물의 양끝이 끊어지거나 풀려진다. 그물을 구성하는 가는 실, 노끈, 철사, 전기선들이 본체를 떠나 다른 존재와의 연결을 시도하면서 생성된 하나의 크고 작은 연결 고리가 이번 전시 <공유하다..>에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물은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망(net)으로서 연결(link)을 시도한다.
연결은 주체와 객체, 자신과 타인과의 교류를 갖게 하고 그 무엇인가의 나눔을 가능케 한다. 이제 그물은 본연의 속성을 버리고 존재하는 생존 양식으로 변이를 이뤄내고 있다. 타인과의 교류를 경험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인간이라는 종족을 특정 짓는 존재 조건이자 인간 행동에 동기 부여하는 것 중에서 비교적 강한 편에 속한다. 현대사회에서 생존의 소유 양식은 인간 본성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변할 수가 없고 생존의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 모두를 인간 본성의 잠재요소로 봐야한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김희진의 작업세계, <담다...>, <가지다...>, <공유하다...>는 ‘소유 지향’에서 ‘존재 지향’으로의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존재 지향적 양식으로 살아있는 유기체적 관계를 보여준다. 끝으로, 마이크로 현미경으로 밀집된 세포를 관찰하듯, 분산되기 직전의 입자들로 화면을 메운 SHARE는 각각의 농담 차이에 의해 조금씩 움직이는 착시까지 느껴진다. 입자들의 미동은 조만간 분산되어 흩어질 것을 예고한다. 미립자들은 세상으로 흩어져 시공간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할 것이다. 묵(墨)의 입자들은 스탠바이 상태로 김희진의 사인을 기다린다. 사인이 떨어진 그 이후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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