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
현상(설치컷) 2010
남지
현상(설치컷) 2010
몸과 현상적 공간사이의 기계적 오브제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 운생동건축대표, 갤러리정미소 대표)
인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 그러나 자신의 몸이 수행할 수 없었던 것을 외부로 투사하며 연장을 만들어 냈다. 망치, 칼, 과 같은 원시적인 도구에서 자동차, 비행기와 같은 근대의 복잡한 기계들을 통하여 인간의 욕망을 성취하였다. 기계에 대한 변화의 물결은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테크놀러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재에 바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기계환경이 인간의 노동을 해방시켜줄 것이라는 믿음으로부터 무한복제의 생산성과 대중성을 향한 유토피아적 세계의 해방을 상상하게 되었다. 기계의 인간의 신체의 확장과 욕망으로 출발하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인간의 종속관계에 머무르지 않고 컴퓨터 환경과 같이 독자적인 기계의 존재를 예측하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예술도 이러한 기계와 테크놀러지의 속성의 영향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남지 작업의 근본적인 시작점은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구성적 정신적 측면을 모두 대변하는 예술과 테크놀러지, 기계 사이의 관계로부터 출발하여 새로운 이슈를 제공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술에서 발생되는 기계의 본질은 우주와 인간 자신의 신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시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하여 정신성과 결합되기를 열망하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멈포드(Lewis Mumford)에 의하면, 예술이 인간의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을 대변하며 내면적인 상태를 드러내고 투상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정의하며, 테크놀러지는 반대로 인간 삶의 외적인 요인들을 조절하고 대처하는 장치로서의 역할로 정의 한다. 남지의 일편의 작업들, Portable Assembly (포터블 어셈블리), visibility(가시성), visibility,unawares (가시성, 자신도 모르게), Expose & Peep (드러내다/들여다보다) Like A Clockwork Doll, 을 통해서 내면적 정신성과 기계장치가 만들어내는 연속적인 갈등구조의 생성에 의해서 현상적 상황, 기계와 결합된 신체, 사이보그적 변종과 변위 정도의 이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확장, 관계로서의 공간의 확장이라는 다양한 이슈로 확대된다.
근대적 미학이 나날이 발전하는 새로운 테크놀러지와 결합됨으로서 그 중심에 있는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조차 공격받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미래적인 테크놀러지를 통하여 인간을 대체하는 사이보그적 대체물을 예측하고 경험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남지는 <포터블 어샘블리> 작업을 통하여 기계화되는 인간의 전형을 상상하며 제시한다. 들루즈의 인간이 동물화되는 과정을 거쳐서 더욱더 계량화되고 강력한 변종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치닫듯이, 기계화되는 인간의 단면을 신체의 확장과 변위, 변형, 교체를 이루어내는 제3의 신체로 결합해 낸다.
이러한 마치 남지의 작업이 테크놀러지의 종착역에 존재하는 완벽한 인간복제의 완결성을 향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사이보그적인 방향을 해체하고 부정하는 그리고 단순한 기계가 아닌 소통장치로서의 기계를 제안함이 흥미롭다. 항상 몸에 지니는 휴대폰과 같이 다른 외부와의 즉각적인 소통의 생활을 가능케 하는 신체의 확장을 이루는 다각적인 방향을 성취해내고 있다. 작가는 2인 혹은 다수가 함께 사용하는 기계적 장치인 <포터블에셈블리 시리즈>를 통하여 인간 몸 안의 소리, 체취, 분비물을 서로 공유하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소통을 제시한다.
인간의 신체 또는 대상적 몸체의 변형과 불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같고, 부재, 결핍, 변형,... 등의 현대적 삶에 대한 특별한 소통의 재구축을 형성하는 장치로 변환되었다. 남지가 제안하는 기계화된 시대의 새로운 인간이 첨단적이고 이상적이며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존재로 나타남이 더욱 빛을 발한다. 근대 초기 가장 실험적인 건축가그룹인 아키그램이나 슈퍼스튜디오에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게, 오히려 인간의 침, 손톱, 분비물을 가장 사적인 부분을 공유함으로서 가장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인간의 본질을 만들어 낸다. 기술적인 진보가 성취될수록 반대적인 인간의 원시성이 제안된다. 원시적이고 일상적인 몸을 통한 서로의 교감을 확인하는 것과도 같았다. 남지의 작업은 더욱더 공간적이며 장소적인 이슈를 포함한다.
공간의 기본적인 요소는 인간의 신체라 할 수 있고, 반대로 신체를 둘러싼 부분들이 공간을 형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터블 에셈블리>의 작업은 신체를 둘러싼 신체의 확장 이면서 동시에 공간의 확장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을 대신하고 둘러싸는 공간적 쉘터를 구축하는 현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신체의 부분을 따라가면서 구성하는 다양한 공간적 기계장치가 필요에 의해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원시적인 욕망을 대별하는 가장 기본적인 쉘터의 형상이 된다. 인간과 주위의 자연적 인공적 환경사이에 개입되는 남지의 기계는 신체를 둘러싸는 공간적 장치로 시작되었지만, visibility(가시성), visibility, unawares (가시성, 자신도 모르게), Expose & Peep (드러내다/들여다보다) 등의 일련의 작업을 통해서 인간의 신체를 제거한 독자적인 기계장치를 구축하는 듯 보인다.
<포터블 에셈블리>의 작업에서 보였던 어휘들이 더욱더 기계적인 형식으로 강화되며 스테인레스 스틸의 바디, 카메라를 탐지한 살아있는 눈, 모니터,...등의 기계자체로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현상을 완성한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신체로부터 독립적인 오브제화를 이루는 기계적 욕망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 예술과는 관계없는 물건이나 한부분을 본래의 일상적인 용도에서 떼내어 절연함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재된 욕망이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기능의 물체를 제공한다. Expose & Peep (드러내다/들여다보다)에서와 같이 극단적인 눈과 모니터의 모습을 통하여 지금까지 상상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계적 오브제를 완성해냈다. 서로 바라보고 감시한다는 극단적인 환상과 욕망의 단계를 신화적인 상상력에 근거하는 새로운 오브제로 탄생시키고 있다.
visibility(가시성), visibility, unawares (가시성, 자신도 모르게), Expose & Peep (드러내다/들여다보다)의 작업은 본인이 의도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현상학적 구조를 동시에 포함하는 듯 보인다. 현상phenomenon 이라는 용어는 어원은 <자신을 내보여 주고 있는 그것><드러나는 것>이라는 뜻과 자기 스스로를 내보이고 있는 것의 총체를 의미한다. 남지 작품의 결과적인 부분과 텍스트를 통해서 너무 극명한 현상적 개념이 연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계적인 부속과 장치들의 총합을 통해서 신체에서 공간, 공간에서, 장소, 장소에서 도시로 연결되는 거대한 관계들의 오브제를 완성시키고 있다. 남지는 현상화된 작품들을 그대로 나열하고 설치하는 낯선 행위의 오브제를 구축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서로간의 세계의 체험과 인식을 통하여 우리의 존재라는 관념을 생성시킬수 있다는 퐁티Ponty 언급처럼, 서로간의 존재를 인식하고 관계 맺는 거대한 그물과 같은 결과를 완성해내기를 바라며, 남지가 생성한 스토리의 구조에 참여하고 스스로 생성해 나가는 가상화된 신체의 일부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1975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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