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
사다리 02 캔버스에 유채, 230x170cm, 2010
박진아
그림을 바라보는 네 여자 캔버스에 유채, 230x178cm, 2010
박진아
원형갤러리에서 다림질하는 남자 캔버스에 유채, 230x155cm, 2010
박진아
저 위 조명 캔버스에 유채, 181.5x184cm, 2009
박진아
스크리닝을 기다리며 캔버스에 유채, 260x200cm, 2010
박진아
수평재기 캔버스에 유채, 135x182cm, 2010
비생산의 재현, 박진아
과거 회화는 구상에 회화적 의미를 부여하던 몇몇의 ‘종교적인 가능성들’에 의해 조건지어졌지만, 현대 회화는 무신론적인 유희이다. - 프란시스 베이컨
‘오늘부터, 회화는 죽었다!’라고 폴 드라로쉬는 1839년 사진의 전신인 다게레오타입의 발명에 대해 외친다. 20세기 초 뒤샹은 예술 활동의 대안적 형태를 추구하기 위해 ‘회화를 금한다’라고 선언하며 망막적 예술의 전통을 비평한다. 이미지를 재현하는 테크놀러지의 발명들로 인해, 현대 회화는 과거 회화에 속했던 문서적 기능을 더이상 충족시킬 필요가 없으며, 회화가 전통적으로 추구하던 미학적 자율성은 현사회의 동시대적 이슈들과 거리를 두는 경향을 초래한다. 어떠한 가능성들에 여전히 재현적 이미지를 창조하는 오늘날의 화가들에게 가능한가. 21세기 회화는 현대 사회와 어떠한 새로운 미학적 관계를 맺는가. 박진아는 2004년부터 3여년간 로모크래피라는 카메라로 작가 주변의 아티스트나 친구들을 촬영한 장면들을 몇 편의 시리즈로 그린다. 사진을 사용하는 것이 작가가 사건의 현장에 다가가는 고리이지만, 사건을 기록한다는 의미가 작가에게 중요하지 않다. 박진아가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회화적 공간과 현실의 순간이 오버랩되는 지점이다. <문탠(Moontan)> 시리즈는 로모그래피 시리즈로 변화되는 첫 작품으로 작품 제목이 말해주듯 해를 대신하여 밤의 달빛으로 태닝을 한다는 멜랑콜리함과 땅거미진 잔디밭, 여기서 파티를 하는 고독어린 젊은이라는 존재들이 있다. 공기 중에는 하얀 무언가가 떠다닌다. 네 개의 캔버스에 벌어진 사건들 사이에는 어떠한 점진적 진행이나 서술적 내러티브도 내포하지 않는다. 이는 자신만의 시간적 리듬을 갖는 순환적인 구성의 회화이다.
이를 소개했던 개인전 제목인
<테이블을 사이에 둔 두 남자> 시리즈에서는 박진아는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두 장면을 그린다. 한 명은 자신의 작품을 하얀 천으로 뒤덮고 있으며, 다른 이는 검은 옷을 입은 채, 바닥이나 뒤를 돌아보며 서 있다. 흰 천을 덮은 작품은 마치 그 죽음을 알리는 하얀 관 같아 보인다. 이러한 관의 이미지는 또다른 작품인 <그랜드 피아노>에서도 등장한다. 검은 천에 뒤덮인 그랜드 피아노는 그림 한 가운데에 존재한다. 연주되지 않는 피아노와 이를 둘러싼 사람들. 이들의 얼굴초차 유령처럼 보이며, 갤러리의 흰 벽은 공허하게 느껴진다. 작품을 덮은 흰 형상이나 그랜드 피아노의 검은 형상은 3차원적 물질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윤곽으로 존재한다. 윤곽만의 부피감을 가지고 전체 그림 속 환경과는 격리된 그 안의 세계가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모든 화가는 각자의 방식대로 회화의 역사를 요약한다. 박진아는 빈 공간과 빈 순간을 캡쳐한다. 대상이 부재한 장소와 비생산의 순간을 그림으로써, 현대 회화가 갖는 재현의 문제, 미학적 자율성에 관한 질문을 하며, 관객에게 그 여가의 순간을 건낸다.
글: 양지윤(독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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