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령
비빕밥-고백 광목에 바느질, 울, 136x166.5cm, 2010
장의령
잔치국수-초대 광목에 바느질,무명실, 69.5x99cm, 2010
장의령
소반- 부재(부분컷) 광목에 바느질, 100x130cm, 2010
장의령
뻥이~요~ 공간과 자유에 대한 보고서 뻥튀기 위에 자수, 4x2m, 2010
가까운 꿈
장의령은 실로 드로잉을 한다. 그의 실 그림 속엔 흰 쌀밥만 가득 놓인 소반, 실들이 엉켜있는 국수 한 그릇, 삼단 웨딩 케잌이 신기루처럼 수놓아 져 있다. 작가에게 일상은 삶의 전투장이자 작업을 끌어내는 발굴지이기도 하다. 실과 섬유라는 따뜻한 감성의 재료를 사용해 일상의 일부를 발췌하여 해학을 담은 작업의 시작은 역설적으로 공동체로부터의 고립감, 소외감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진학을 미루고 사회활동에 몸을 담으면서 그는 10년 남짓 정기적으로 인도여행을 떠나다가 현재의 영국인 남편을 만났고, 서른이 넘어 대학에 들어가는 등 그의 삶의 궤적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흔히 말하는 ‘타자’의 위치로 물러나게 되었다. 작가에게 나이란 무의미한 것이라지만, 요즘처럼 예술계가 젊어진 적도 없었을 것이다. 대중문화 속 아이돌 광풍처럼 미술계 역시 젊은 작가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그는 비교적 늦은 데뷔를 한 사실 또한 어떻게 보면 다시금 타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계기일 지도 모르겠다.
인생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은 삶은 의미가 없다면서, 대신 내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라고 말했다. 장의령이 걸어온 삶의 길이 한국사회의 인습 상 보편적이라 말할 순 없으나, 그를 타자로 위치하게 만든 건 세상의 잣대고 사회의 통념이다. 그렇다고 그가 이런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작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그는 주변의 사라진 이웃들, 마을과 공동체의 삶에 대한 희망을 실로 엮으며 인생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가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집에 들어가는 길에 우연히 보게 된 뻥튀기 아저씨의 “뻥이요!” 소리에 깜짝 놀라 불현듯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회귀한 작가는 이 우연한 일상의 사건을 바탕으로 <뻥이요>란 설치 작업을 한다. 실제 뻥튀기 과자를 이용해 그 위에 마치 아이처럼 실로 선을 긋고 원형과 삼각형을 만드는 무의미한 행위에 빠진다. 여기서의 의미-없음이란, 다른 말로 순수한 감각적 쾌를 즐기는 것으로 바꿔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장의령이 추구하는 삶과 작업이란 이렇듯 일상을 나누고 여러 가지 사회적 기준이나 편견으로 구별하지 않는 세상이다. 도시화의 삶에서 점점 소멸해가는 뻥튀기의 맛과 그 행복한 소음처럼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 장의령은 다양한 삶의 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어서 오세요”라고 반길 준비를 한다. 그의 잔칫상엔 소박한 밥상이 차려져 있고 여러 색실로 엉킨 평상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우리가 평상 위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더 단단하고 질긴 실이 촘촘히 엮여야만 우리, 사라진 이웃이 그 위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그가 바라본 이웃과 인간관계는 조금은 위태롭고 연약하기 때문이다.
정현(미술비평,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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