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경
개화만발 Acrylic on canvas, 90x130cm, 2008, 작가
오미경
Two chimneys Acrylic on canvas, 73x91cm, 2009, 작가
오미경
의자 Acrylic on canvas, 35x42cm, 2009, 작가소장
오미경
Raped Planet Acrylic on canvas, 42x35cm, 2009, 작가소장
오미경
불면증 Acrylic on canvas, 42x35cm, 2009, 작가소장
오미경
정물 Acrylic on canvas, 42x35cm, 2009, 작가소장
오미경
무제 Mixed Media, 41x31.8x12cm, 2008, 작가소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작가날개달기프로젝트는 시각예술분야에서 다채로운 시각으로 문화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작가를 공개모집‧선정하여 대중과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준비된 사업입니다.
2009년에 선정된 여섯번째 전시로 오미경 작가의 <연기나는 여자_ WOMEN IN SMOKE> 를 소개합니다
작가 오미경은 여성을 떠올리는 물체 ‘빨간 하이힐’을 통해 여성성을 탐구하고 여성 스스로의 욕망을 재해석하는 회화와 입체작품을 선보입니다. 뾰족하고 높은 굽을 가진 하이힐, 이는 우리 사회 여성들이 처한 심경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마냥 좋아보이는 아름다움 속에 내포된 허무와 불편함을 작가적 상상으로 다양하게 풀어낸 이번전시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박현경
빨간 하이힐의 이미지, 새로이 구성되는 여성
2010년 새해를 맞아 서울여성플라자에서는 오미경의 작업으로 첫 전시회를 마련하였다. ‘2009 여성작가날개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 오미경은 ‘하이힐’이라는 문화적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 굽 높은 구두, 하이힐은 ‘빨간’ 이라는 형용사를 동반하면서, 양가성(兩價性)을 지닌 핵심적 이미지로 등장하고 있다. 작가의 작업 안에서 강한 생명력을 발산시키는 붉은 색과 삶의 불모성을 숨기면서 무화(無化)의 의지를 드러내는 붉은 색은 모순되는 하이힐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있다. 외면화된 빨간 하히힐은 잠들어 있는 의식을 각성시키는 불꽃이지만(<달리는 집>, <연기나는 여자>, <의자>), 내면화된 빨간 하히힐은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강탈된 행성>, <불면증>, <정물>). 그래서 하이힐의 높은 굽은 정신의 치열함과 연관되지만, 하이힐 굽이 차지하는 좁은 바닥은 물질적 조건의 한계와 관계 맺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빨간 하이힐의 시각적 이미지는 청각적으로도 작용하면서(걸어가는 하이힐은 ‘똑,똑,똑’, 달려가는 하이힐은 ‘따다닥’ 소리로 보게 된다) 하이힐의 모순된 이미지를 증식시키거나 교란시키기 때문에 하이힐의 실체는 이중화되고, 하이힐의 의미는 결코 단순하거나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복합적이면서 무규정적으로 지연된다. 작가는 빨간 하이힐을 통하여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현실 ‘안’에서, 욕망의 영역 속에서 투영하지만, 동시에 현실 ‘밖’에서 그 투영된 현실에 대한, 물신주의 매커니즘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오미경의 작품에 등장하는 굽 높은 구두, 하이힐이 대부분 동적(動的)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다리에 붙어서 하이힐은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전이를 허락하고 세계와의 통로를 만든다. 이런 동적 이미지의 선택은 작가의 세계 이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닫혀진 달팽이집 안, 도피처에 머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위협에 직면하여 흔들리면서 불완전하게 이리저리 길을 내는 과정 속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구하고 있다. <강탈된 행성>과 <달리는 집>을 통해 정적(靜的) 대상의 이미지로 묘사되었던 세계가 <연기나는 여자>에 이르러 흔들리고 불안한 연기(작가 자신은 이것을 ‘기체의 공간’이라고 말한다)의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연기처럼 피었다 사라지는 세계에서, 달팽이집을 머리에 얹고 달리는 빨간 하이힐들에게는 여성을 성적(性的)으로 대상화한 전형적인 이미지인 꽃들도 회화적 공간에 투영된 그림자일 수 있다.
그런데 작가는 왜 구체적이고 실재하는 존재로서의 여성 대신에 ‘빨간 하이힐’이라는 이미지로서의 여성을 선택한 것일까? 우리는 점차 이미지가 규정하는 세상, 이미지로 환원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미지의 지배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이미지의 통제도 강화되어왔다. 반면 이미지가 지시하는 대상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 희미해지고 있다. 작가 오미경은 이 이미지시대 ‘여성 이미지’들이 여전히 관음증과 물신주의의 매커니즘에 묶여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정체성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직접적이며 일관되게 모순없이 읽힐 수 있는 의미체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그녀로 하여금 구체적이고 실재하는 여성을 재현해내는 일 대신에 작가 자신의 이미지, 작가 자신을 위한 이미지를 조작하고 생산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생성해가도록 이끌고 있다. 오미경은 빨간 하이힐을 물신화시켜 쉽게 기억에서 사라져버리게 하는 대신, 스스로 빨간 하이힐의 이미지가 되어 여러 연기를 펼침으로써 지배적인 스테레오 타입의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운 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임 정 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자문위원, 연세대 겸임교수, 미학·미술비평)
1973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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