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선
혼자 그러나 둘이 함께 혼합매체, cc카메라 빔 프로젝터, 관객 퍼포먼스, 가변 설치, 2010
고창선
Underground 3D 영상, 단채널 비디오, 2010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그가 뉴욕으로 떠난 지 7년 만에 그린 작품으로, 뒷면에 김광섭의 시가 적혀 있었다. 그림을 본 사람은 화면의 점들이 모두 별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나다가 여명과 함께 사라지는 별은 인간의 고독과 운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여 어둠 속 별과 같은 숙명적인 삶의 영웅적 인물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비약일까? 고창선의 단순하면서도 경쾌한 연출의 미디어작업 <혼자 뛰기>(2009)과 <혼자 뛰기 그러나 둘이 함께>(2010) 등을 보면서 문득 오래전 김광섭이나 김환기와는 다르면서도 동일한 귀적을 그리는 감각의 운동이 오버랩된다. 이 과거와 현재의 겹침, 시 이미지와 그림 이미지와 미디어아트의 겹침은 우리에게 어떤 은유적 도약을 가능하게 한다.
한 시기에서 다른 한시기로 넘어갈 때, 즉 전환기의 문턱에서 우리가 매 순간 숨이 턱 막히도록 느끼는 것. 그것은 완전한 고립, 자존(自存)의 과제를 떠안은 상태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어버리고 생을 영위한다. 고창선의 작업은 경쾌한 미디어아트 또는 키네틱아트의 사이를 왕복하면서 동시에 매우 시적이고 성찰적이다. 작가는 조금씩 전진한다. 진화한다는 표현은 다소 거칠지만 어째든 변화의 결을 만들어내고 있기에 이미 지나버린 세기말을 떠올린 후 바로 그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의 질문으로 나아간다.
-고창선 일곱 번째 개인전 서문 중에서 발췌- 김노암(아트스페이스 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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