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현
Tension mixed media on canvas, 116.8x182cm, 2010
강석현
Absorbing acrylic on canvas, 80x80cm, 2010
강석현
Absorbing acrylic on canvas, 80x80cm, 2010
강석현
Karma mixed media on canvas, 162x130cm, 2010
강석현
Un-masked mixed media on canvas, 19x24cm, 2010
강석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말할 때 꾸준히 추억(기억)을 언급해왔다. 이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픽션의 공간인 컷만화 풍의 화면을 설정하고(“Comic” series) 구조적 한계를 지닌 현실적 실제 공간을 캐릭터들(기억의 상징물)과 병치 시키면서 낯선 시공간적 상황을 생성(“Tension” series) 해간다. 이후, 유년기의 환상 또는 일련의 사건들을 기억해 내는 과정 속에서 완성형으로서의 현실을 기억의 재구성 과정에 병합(“Absorbing”, “KARMA” series) 시키는데 이는 마치 앞서 언급한 기억의 재구성 체계와 유사하다. 내적 네러티브와 현실 세계의 충돌 장면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작가의 청소년기와 유학 생활 중 아끼는 것들의 부재를 채워주었을 바느질이라는 행위의 상징성과 그 행위의 대상인 인형들 사이의 관계, 로봇으로 상징되는 외적 세계와의 사건을 단순히 상징의 배치가 아닌 이야기화 시키면서 독특한 구조를 형성한다. 이 서사는 스스로 이야기의 맥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실제가 아닌 공상과 어울릴법한 사태로 진전 되어 나가는등 그에 따른 결론을 열어두고 있는 개방적 상태이다. 새로운 이야기의 개입이 발생한다면 작가는 다시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의 벽을 허물 것이다.
미국의 여류작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1의 소설 ‘BELOVED, 1987’ 의 등장 인물 ‘Sethe’는 노예농장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을 죽이고(비참한 노예의 삶을 대물림 하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은 다시 사로잡힌다. 노예해방 이후 트라우마의 상태로 돌아온 딸의 유령과 대면하며 이면의 무의식 속에 감추어져 있던 떨쳐내기 힘든 갈등과 마주선다. 동시에 은폐되어있던 삶의 문제들이 그녀의 삶의 표면으로 드러나고 고통스런 기억을 하나하나 재기억(re-memory)2 하는 동시에 이를 일상 속의 서사로 치환하며 치유로 향하는 여정을 걷는다. 이처럼 이야기(storytelling)라는 것은 기표(상징)를 통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강석현 작가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자신을 괴롭히거나, 혹은 스스로 억압하고 감추어 두었던 경험을 표상3하게 된다. 이로써 미해결된 과거의 추억(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내포한)을 완결지음과 동시에 해소시킨다. 작가는 스스로 이번 전시의 부제인 ‘Storyteller’가 되어 자신을 향한 임상실험을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이야기 방식은 프로이트로부터 시작된 정신분석학4 의 치료 요법의 방식과도 그 궤를 같이 하는 듯 보이나 기존의 학설과 아귀를 맞추고 동일시 하기보다는 ‘스스로 하나의 설정된 치유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겠다. 작가는 애초에 정신분석을 작업에 응용한 전례가 없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작품과 함께 조각 작업 그리고 작가가 새로이 시도하는 영상 작품이 전시 된다. 어렵지 않게 그 속내를 내어 비치는 ‘Masked’, ‘Un-masked’ 라는 귀여운 회화 시리즈와 관람자가 소지한 스마트폰의 기능을 접목시켜 관객 자신의 이야기 스피커 역할을 하는 조각 작품 또한 전시될 예정이다. 작가가 등장시키는 캐릭터들은 전시를 거듭하며 그 종류와 역할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는 약 16 종류의 캐릭터가 탄생 되어있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개별로도 존재하고 끊임 없이 이종교배, 접합, 절단, 변질을 일으키며 증식 중이며 이는 기억이 현실과 조응하며 재기억 하는 과정을 증거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마주침이라는 응시의 대화를 통한 치료를 간절히 기대하는 강석현 작가의 봉제 인형들은 시공간 너머 어딘가에, 혹은 무의식의 기저. 아니 이 캔버스 위에서 ‘이야기 되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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