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무
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 캔버스에 혼합재료, 91x116.7cm, 2011, 개인소장
김형무
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 캔버스에 혼합재료, 116.7x91cm, 2010, 개인소장
김형무
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 캔버스에 혼합재료, 93x75cm, 2011, 개인소장
김형무
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 캔버스에 혼합재료, 72.7x60.6cm, 2009, 개인소장
어떤 낯선 공간을 만나게 된다. 언젠가 가봤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꿈속에서 보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곳의 사람들은 무심히 어디론가 가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며, 공중에 매달려 창문을 닦기도 한다. 또한 새로 산 구두를 의식하는 여인도 있고,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는 사람의 뒷모습도 있으며, 망연자실한 채 바닥에 주저앉은 사람도 있다. 이처럼 그 공간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각기 다른 표정으로 하나하나 나열되어 있는데, 우리의 일상을 엿보는 한 장의 풍경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뭔가가 어색하고 차갑다. 왜냐하면 이러한 공간과 사람들의 모습은 이 세상에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김형무작가의 작품은 이처럼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초현실, 혹은 비현실적인 낯선 공간과 사람들의 일상에 관한 모습을 한 화면 안에 조화시키고 있다.
김형무작가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이미지의 채집자로 정의하고, 잡지나 인쇄물에서 다양한 사진을 골라낸 후, 이를 통해 하나의 화면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10회 개인전 역시 기존의 작업과 일관된 맥락으로 채집한 이미지를 재조합하는 평면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잡지오리기놀이를 기억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미지를 찢고 오려내고, 이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창조해가는 기쁨은 누구나 체험해 본 신선한 재미이다. 이처럼 김형무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오리기를 반복하며,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작가의 흥미에서 시작한 작업은, 개인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들을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특정한 방법론에 애착을 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 특유의 조형적 사고를 내보인다는 것이자, 동시에 조형적 사고의 심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김형무작가의 기호와 의도에도 부합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작가들은 잡지나 사진 이미지를 자신의 작품에 많이 이용한다. 잡지 안의 다양한 이미지들은 현실세계를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무수한 욕망을 만족시켜주기도 한다. 그러니까 잡지 안에는 언제든지 소유할 수 있는 욕망들이 시각이미지로 환원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지 과잉 시대에, 새로운 이미지 창조라는 강박에 시달리는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잡지는 일종의 창작의 보물섬과도 같은 것이다. 그만큼 이미지 차용은 새로운 이미지에 목말라하는 작가들에게 손쉬운 창작의 방법이자,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전형이 된지 오래다. 김형무 역시 꼴라쥬기법을 활용해서 적극적인 이미지 생산자가 되었다. 채집한 이미지를 그대로 화면 안에 집어넣고 있는데, 그린다는 것이 작가의 손을 통해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방법이라면, 꼴라쥬기법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즉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때 작가의 기호로 선택된 다양한 이미지는 일종의 생각의 대리물이다. 그러니까 작가 개인의 사고에서 펼쳐지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잡지의 이미지로 포착해서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1995년 첫 개인전을 가진 이후, 김형무는 지속적으로 <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라는 명제로 이미지를 채집하는 방법론에 탐닉해 왔다. 작가는 <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라는 명제를 통해, 작가 개인의 무의식적인 생각의 편린을 시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의 작업이 공간 안에서 사물과, 사람, 혹은 자연물들을 조형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공간성에 대한 비중이 커지고 있다.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에 있을 것 같은 공간, 즉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흡사 무의식 꿈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언젠가 가보았던 실재의 공간처럼 보인다. 이때 기하학적인 면구성으로 분할된 화면은 앙상하게 뼈대만 남기고 서있는 건축 구조물처럼 존재한다. 거대한 단색으로 처리한 면분할은 안과 밖, 위와 아래의 경계 짓는 유일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러한 공간구성은 작가의 외부세계와 자신, 혹은 너와 나를 구분 짓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현실과 자신의 상상의 세계를 한 곳에 조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블루, 혹은 회색조로 표현된 면구성은 작가의 고독하고 쓸쓸한 내면의 심리적 표현을 한층 강화시킨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은 저마다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가 홀로 존재한다. 무리를 지어 모여 있는 인물의 모습이 아니라,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홀로 떨어진 인간의 모습은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 그리고 다양한 관계 안에서 지내지만, 어쩔 수없이 혼자인 인간의 실존적인 고뇌, 혹은 소외감을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품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제스쳐나 표정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의 사연을 담담하게 호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심리를 투영시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준다. 그러니까 스팩타클의 시공간 속에서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김형무 작품 앞에 서면 담담하게 각자의 모습을 반추하게 되는 것이다.
고경옥(이랜드문화재단 큐레이터, 예술학)
1964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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