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봉선
매화 천수묵채색, 44x69cm , 2010
문봉선
매화 친수묵채색, 145x299cm, 2010
문봉선
매화 친수묵채색, 147x475cm , 2011
문봉선
매화 지본수묵채색, 34x46cm , 2008
매화는 천하에서 으뜸가는 꽃으로 지혜로운 사람, 어리석은 사람, 어진 사람, 불초한 사람을 불문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꽃이다. 또한 매화의 운치와 품격은 줄기가 옆으로 뻗고(橫), 구불구불하게 뒤틀리고(斜), 성글고 야윈 것(瘦), 기괴하게 생긴 모양(怪)이라 하였다. 묵매화는 첫째로 ‘체고體高’라 하여 노매老梅에서 느끼는 오랜 세월 속에 풍상을 겪은 듯 그려야 하고, 둘째는 ‘간괴幹怪’라 하여 늙고 오래된 줄기가 뒤틀려 기괴한 모습으로 그려야 하고, 셋째 ‘지청枝淸’이라 하여 매화는 가지가 곧고 맑아야 하고, 넷째 ‘초건梢健’이라 하여 어린 햇가지에 힘이 있어야 하며, 다섯째 ‘화기花奇’라 하여 드문드문 피어있게 그려야 한다.”
- 문봉선 -
최근 들어 다양한 미술재료가 범람하고 과학과의 조우를 통해 미술의 영역이 확장하는 지금 문봉선은 동양의 미술재료 중 3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먹(墨)’이라는 전통적인 방법을 오랜시간 연구하여 현대적인 예술세계로써 발현하는 방법을 고수하는 몇 안되는 작가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먹’ 사랑은 현장에서의 사생에 임함에 있어 여타 다른 작가들이 손쉬운 재료를 택하는 것과 달리 먹으로 사생함으로써 현장에서 느꼈던 심상을 그대로 화폭으로 옮기는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문봉선은 20년간 연구해 온 매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백매화, 홍매화뿐만 아니라 노매에 이르기까지 산하 곳곳의 고매와 명매를 찾아다니며 선운사와 광양 매화농원을 거쳐, 김해 농고와 지리산 단속사, 화엄사 구충암 등 이름난 매화가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 화첩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남경의 매화산 아래서 한 시절을 보냈고 일본 오사카성 매원과 후쿠오카의 신사, 사찰과 농원을 샅샅이 다니며 연구하고 붓끝으로 그려낸 매화들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문봉선 작가의 붓끝에서 살아난 매화의 풍미와 다양한 매화의 모습을 관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문봉선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사생했던 화첩들도 공개되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생생한 현장의 묵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문봉선은 사군자 다시 보기 <새로 그린 매란국죽> 제1권 2권을 펼쳐 낸바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수년간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군자의 정확한 모습을 화첩에 사생하는 과정에서 얻은 산물이다. 옛 화보를 답습하거나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식물에 대한 정확한 사생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것과 다른 독자적인 우리 사군자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바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매화, 한국 수묵화에 대단한 애정을 가진 작가이다.
문봉선의 매화 중 어스름한 기운의 달빛아래 꿈틀거리는 모습을 담은 매화의 모습은 긴 겨울을 잘 이겨내고 이제 곧 봄이 오리라는 계절의 신비한 첫걸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밖에도 매화가 막 피어나기 전의 찰나의 모습과 오랜 풍화를 이겨내 시간을 흠뻑 머금은 듯한 매화의 웅장함 그리고 설(雪)의 차가운 기운을 비범한 의지로 뚫고 나오는 홍매화의 당당함 등 작가의 인고의 시간을 통해 붓끝으로 탄생한 매화의 시간적 그리고 다양한 형태적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한지 위에 먹으로 풀어내는 것이 수묵화의 정석으로 알려져 있는 기존의 방법론을 확장하여 또 하나의 방법론으로 수용하면서 더욱 간결하고 필치가 더욱 분방해 졌다. 백매, 홍매 등 색을 품고 있는 매화의 특징을 염두하여 선택한 이 방법론은 『지본수묵』, 『지본수묵채색』과 그리고 『천 수묵』, 『천수묵채색』, 『모시수묵채색』 등으로 오랫동안 수묵화를 보여줬던 문봉선의 작품에서 만나 볼 수 없었던 예술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작가는 서른 즈음에 우연히 1990년 봄 화실 구석에 놓인 주간지에서 선암사의 홍매(紅梅) 사진을 보고 ‘매화를 직접 현장에서 그려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바로 다음날 전라선 야간열차에 몸을 실으면서 매화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후로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씩 절에 기거하면서 관찰과 사생을 반복했다. 이러한 관찰과 사생은 대상에 대한 생태적 이해를 통해 가지의 골격과 매화의 품종 그리고 관찰력 화론에 대한 깊은 탐구력으로 생태에 대한 이해의 바탕 위에 인문학적 의미 부여가 결합되는 지점에서 탄생시켜 매화에 대한 다양하고 새로운 해석을 통해 예술 세계의 지평을 열고 있다.
196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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