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백
거울 거울, 90x114cm, 2011
연기백
그린하이츠 나무, 가변크기, 2011
연기백
박스 종이, 100x100x180cm, 2011
연기백
52-106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1
일상의 발견-그린하이츠
그린하이츠(Greeheights)는 작가 연기백이 살고 있는 건물의 이름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든지 그린하이츠라 명명된 공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랜 동안 수많은 장소에 사용되어 익숙해진 탓인지 그린하이츠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흔한 거주 공간에 붙여지는, 일상처럼 너무 편안해진 하나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러나 작가와 관계 맺음으로 해서 그린하이츠는 특별한 장소가 되고 의미 있는 이름이 된다. ‘그린하이츠’는 작가가 이전 집주인에게 물려받은 자개농이 주요 테마가 된다. 자개농의 나무 몸체와 거기서 떼어낸 자개 조각이 마치 한 세트처럼 오브제화 된다. 작가는 우선 자개농을 해체하면서 문짝을 하나하나 뜯어내었다.
그리고 문짝 표면으로부터 자개를 분리시켰다. 나무에 옻칠을 한 후 나전칠기 기법으로 무늬를 주어 완성되는 자개농의 공정만큼이나 자개조각 하나하나를 떼어내는 작업은 오랜 시간과 까다로운 노동을 필요로 한다. 네 짝의 문에서 자개 조각을 떼어내는데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보기에도 아교로 튼튼하게 부착된 자개를 뜯어내기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이제 자개가 곱게 붙여져 있던 곳에는 말라붙어버린 아교 덩어리, 옻이 벗겨진 나무의 거친 표면, 미쳐 떨어져 나오지 못한 하얀 자개의 속살들이 추억처럼 희미하게 원래의 풍경을 짐작하게끔 한다. 작가는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 작업을 이어간다. 자개농에서 떨어져 나온 자개 조각들은 실에 꿰어 다시 학이 되고, 사슴이 된다. 수직과 수평으로 놓여진 실 사이로 자개 조각들이 살아서 춤을 추듯 흔들린다. 작가는 자개농을 수놓았던 풍경들을 고스란히 공간 속으로 옮겨와, 또 다른 환상적인 세계를 눈앞에 펼쳐 보인다.
- SOMA 정나영 큐레이터
드로잉 단상
추운 겨울 해질 녘 산등성이를 따라 드러나는 나무들의 검의 선들은 이곳과 저 너머의 경계를 지키는 듯 산 정상에 줄줄이 늘어 서있다. 그 경계는 붉은 황혼에 찾아오다 어둠으로 스며들고 노란 해돋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다 또 다시 밝음 속으로 스며들기를 반복한다. 긴 주기로 자리바꿈 하는 나무들의 검은 '선(線)'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선을 하나 긋는다. 다음 날 또 하나를 긋는다. ...어제는 선을 지우고 오늘은 새로운 선을 긋는다. 흔적들이 남은 흰 종이를 내일은 받는다.
누군가의 길을 따라 걸을 때 똑같이 걷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따라 걷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슬쩍 보고 대충 따를 뿐이다. 그러는 사이 슬쩍 거리는 버릇이 몸에 배었다. 멍하니 가다보니 그 버릇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른 아침햇살에 비친 먼지 하나를 마냥 뒤 쫒다 지나는 바람에 날아가 버려 한 참 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또 다시 찾아온 무언가에 이끌려 다시 그 너머를 슬쩍 거린다.
- 연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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