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문展

2011.03.02 ▶ 2011.03.20

통인옥션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6 통인빌딩 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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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문

    glassscape 100701 80.3x80.3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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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문

    glassscape 110201 100x100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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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문

    glassscape 101011 91x60.6cm, 2010

  • Press Release

    투명한 유리병, 빛의 반짝임,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 굴절된 이미지와 실재, 뿌리칠 수 없는 장미의 유혹 등. 최경문의 화면에서 포착되는 몇가지 특징들이다. 화단을 술렁이게 만든 극사실 회화의 바람과 함께 등장한 최경문은 2003년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매년 두 세 차례씩 개인전을 열어왔는데 이것은 작가의 원기왕성한 창작열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최경문하면 언뜻 유리병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선 유리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작가에게 유리병은 각별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유년시절 어머님이 모으시던 예쁜 유리병을 바라보며 성장한 탓도 있겠으나 병 하나하나에 담겨진 사연이나 자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은 심오한 생각에 의해 촉발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사소한 경험에 기초하여 탄생하기도 한다. (꽃병, 와인 글라스, 크리스탈 컵, 향수병, 화채 쟁반 등 유리병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작가는 여지껏 보아온, 눈에 익숙한 것을 이제는 예술의 소재로 승화시키고 있다. 각각 담는 내용물에 따라 유리병의 용도가 달라지듯이 작가는 이 유리병에 자신의 시각을 담아 보는 이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의 <유리풍경>(Glassscape)을 살펴보자. 그가 유리병에 초점을 맞췄는지 장미에 초점을 맞췄는지 분명히 알 수 없지만, 대부분 유리병 안에는 형형색색의 장미가 놓여져 있다. 때로는 외로운 장미 한송이가, 때로는 여러 송이의 장미가 부대켜 그의 <유리풍경>을 장식한다. 유리병안의 장미는 이그러진 모습이나 밖으로 얼굴을 내민 장미는 온전한 자기 모습을 뽐낸다. 장미의 실재를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굴절된 장미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꽃잎의 윤곽을 살짝 뭉개고 또한 색깔도 연하게 하여 왜상(歪象)을 표현한다. 이렇게 하여 작가는 형태와 색깔이 변형된, 장미의 두 측면을 조명한다. 그의 작품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로는 아무래도 질감표현을 들 수 있다. 그림이 오감을 전부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적어도 ‘시각’과 ‘촉각’ 정도는 만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중 촉각은 작가가 유리병을 묘사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의 유리병은 무거운지,가벼운지,매끈하지,거칠은지,단단한지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듯이 생생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보는 것이 감각의 통로를 따라 촉각으로 전달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유리 표면에 매달린 물방물은 어떨까. 그의 작품에는 유리 표면에 이슬이 맺힌 듯 물방울이 송송 맺혀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풋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처럼 상큼함을 느끼게 한다. 흔히 사람의 감각은 새로운 것을 보고 놀라움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 볼때는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지만 두 번째로 볼때의 놀라움은 감소되고 흘려보내는 습성이 있다. 최경문의 그림은 이런 순간적인 감각의 속성을 거부한다. 그의 작품은 같은 감각에서 출발하였으면서도 보는 이에게 매번 즐거움을 허용한다. 화면에 넘쳐흐르는 시원하면서도 발랄한 색조, 실물을 방불케 하는 유리, 단편적인 이미지의 확대 등이 그의 작품을 옆에서 보조하면서 촉각성을 강화한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는다. 같은 레퍼토리의 반복 대신 매번 다른 조형적 시도를 추구한다. 실제로 작가는 화면에 똑같은 병을 등장시키는 것같지만 구도나 색상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르다. 이것은 최경문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그만큼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그런 작품으로 디지틀 칼라를 이용한 것과 패션 모델의 이미지를 기용한 것을 들 수 있다. 디지틀 칼라를 이용한 작품은 카디늄이 섞인 형광 물감을 사용한 것으로 현대인이 모니터색상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에 착안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디지틀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회화를 찾고자 하는 작가의 탐구정신을 느낄 수 있다. 또다른 작품으로 유리병안에 장미꽃을 넣는 대신 늘씬한 패션 모델을 등장시킨 작품패턴이 있다.

    종래에는 장미와 유리병이 동등하게 강조되었다면 여기서는 인물은 흐릿하게 처리하고 대신 물방울을 오롯하게 살려낸다.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심미적인 측면이 강한 편이지만 의미의 맥락에서 보면 현대인에 대한 무언의 암시를 담고 있다. 유리병 안의 굴절된 이미지는 사람들이 감추고 꺼리며 다른 무엇으로 덮어버리고 싶은 것을 표상하며, 이외에도 잠시 매달려 있는 물방울, 한철의 영화를 상징하는 장미, 현존하는 것을 예외없이 과거속으로 떠밀어 보내는 시계, 그리고 과시와 허영을 상징하는 향수(샤넬,아르마니,크리스챤 디오르,구치 등)와 패션 등을 통해 존재의 순간성을 직시하게 만든다. 밤하늘의 폭죽처럼 화려한 표현 뒤에는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애쓰는 현대인의 심리 또는 욕망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암시하고 있다. 최경문의 회화는 대단히 세련되다 못해 어떤 면에서는 탐스럽기까지 하다. 작가는 아름답지만 유한함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유리병속에 붙잡아두려고 한다. 그것들은 사라져버릴 것이기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눈앞의 것,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잊혀질 것에 쉽게 무너지는 것이 우리의 연약한 모습이다. 우리는 이러한 구조속에서 어디에다 시선을 두어야 할지 망설이며 살아간다. 아름다움을 추적하는 작가로서 한편으로는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경향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을 품안에 넣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다. 윌리엄 블래이크(William Blake)의 시처럼 “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고, 순간속에서 영원을 붙잡으면” 좋으련만...최경문은 감각의 유혹과 마음의 견고함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라고 이야기하는 것같다.

    - 서성록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전시제목최경문展

    전시기간2011.03.02(수) - 2011.03.20(일)

    참여작가 최경문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화요일 휴관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통인옥션갤러리 Tong-In Auction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6 통인빌딩 5F)

    연락처02-733-4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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