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훈
Dual skin of project-자동차 Stainless Steel,led조, 640x2100x1350cm, 2009
최태훈
dual skin of project-쇼파 Stainless Steel, LED, 110x840x960cm, 2009
최태훈
dual skin of project-옷 Stainless Steel, le, 400x150x1000cm, 2009
최태훈
Skin of Time Stainless steel, 20x87x26cm, 2009
조각을 조각하는 최태훈의 빛조각
최태훈의 용접조각들은 조각에 관한 상투적인 감성을 뒤흔들며 조각 고유의 가치들을 교란한다. 그는 견고한 물질 세계로서 매스의 실재성과 볼륨의 일루전 사이를 오가는 조각 개념에 대해 체계적인 성찰을 시도한다. 최태훈 스타일 특유의 구멍 뚫린 철판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은 볼륨을 통해서 일루전을 생성하는 조각의 안정적인 기표체계를 넘어서게 한다. 그의 근작은 주거공간 안팎의 사물들, 그러니까 자동차와 소파, 욕실, 침실에 이르기까지의 사물들을 용접조각 작품으로 재현한 것이다. 나아가 그것은 자동차나 소파, 옷가지, 침대 등과 같은 평범한 사물에 시각적 판타지를 부여한다. 최태훈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여타의 사물들과 그 사물에 관한 우리의 인식이 매스와 볼륨, 바깥과 내부, 있음과 없음 등의 이원적 구조가 공존하는 변증법적 관계에 놓여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그것은 획일화 한 겉모습에만 주목하는 우리들의 시각적 장애를 지적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의 조각에는 예전부터 두 가지 이상의 요소들이 공존하곤 했다. 초기작의 나무와 쇠의 결합이 그러했고, 근작의 형체와 빛이 그러하다. 속과 겉의 존재를 동시에 드러내는 교차시각 또한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이 전시는 비스듬한 사선으로 잘려나간 자동차 앞부분을 시작으로 각 층마다 독자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첫 번째 공간은 소파와 테이블, 재떨이 담배, 자켓 등이 등장하는 거실이다.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듯이 최태훈은 그 막막한 작업 여정에 사물의 실제 크기에 맞게 동일한 사이즈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거대한 선인장은 개방된 2층 공간까지 뻗어올라간다. 두 번째 공간은 욕실이다. 거울과 세면대가 있다. 물론 잘려나간 공간은 정직한 수직, 수평선이 아니다. 비스틈하고 불안하게 잘라놓은 구획선이 이 작가의 감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거울, 세면대 욕조, 그리고 투명폴리로 만든 사람이 등장한다. 세 번째 공간은 침실이다. 슬리퍼와 옷걸이 그리고 침대가 등장한다. 비스듬하게 사선으로 잘려진 침대라는 물질이 공간 속에서의 금속 오브제가 빛의 시간 변화에 의해 매우 육화한 시각 체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최태훈은 이 전시를 스테일레스 스틸을 잘 다루는 용접 조각가일 뿐만 아니라 그가 사물을 바라보고 인지하는 예민한 감성의 이면을 성찰하도록 해준다. 그는 조각의 안팎 조명을 극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조각 작품에 대한 몰입의 강도를 높이다. 용접조각을 밝히는 외부의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동시에 조각 내부에서 나오는 빛을 밝게 조정함으로써 외부의 조명을 받았을 때의 조각과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조각 사이의 극적인 대비효과를 살리는 것이다. 조각 작품 감상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산만하게 관람객 주체의 자의적인 동선에 따라 유동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최태훈의 이러한 조명 조절 전략이 상대적으로 작품에 대한 몰입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깊은 사려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부 조명을 줄이면서 내부 조명을 밝히는 방식의 조각 보여주기는 최태훈의 언어이면서 동시에 그의 메시지이다. 하여 그는 관람객과 대상물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개입을 통해 조각이라는 상황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유도한다. 하여 최태훈은 견고한 물질적 존재인 조각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물질과 빛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든다. 이를 통해서 최태훈은 자기 작업의 목표를 조각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까지 끌고나간다. 요컨대 최태훈은 용접조각을 빛의 조각으로 확장하면서 조각(이라는 상황)을 조각하는 셈이다. -김준기(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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