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의 1950년대와 1세대 모더니스트들
2010.11.11 ▶ 2010.12.05
2010.11.11 ▶ 2010.12.05
백영수
게 Oil on canvas, 55x46cm, 1953
백영수
귀로 Oil on canvas, 91x116.8cm, 1989
백영수
무제 Water color on paper, 33x20cm, 1953
백영수
밤하늘 Oil on canvas, 130.3x162.2cm, 2005
백영수
불루쥬 풍경 Oil on canvas, 90.9x72.7cm, 2002
유영국
무제_미발표 유작 Oil on canvas, 65.2x50.2cm, 1953
유영국
무제 Oil on canvas, 65x53cm, 1953
이중섭
가족 Oil on paper, 41.6x28.9cm, 1953
유영국
무제 Oil on canvas, 100x80cm, 1956
이중섭
사계 Oil and pencil on paper, 19.3x23.8cm, unknown
이중섭
청기와 Oil on paper, 26x21cm, unknown
유영국
무제 Oil on canvas, 130x161.7cm, 1966
유영국
무제 Oil on canvas, 162x130cm, 1967
유영국
Work Oil on canvas, 91x73cm, 1981
유영국
Work Oil on canvas, 101x101cm, 1958
김환기
달과 매화 Oil on canvas, 80x100cm, 1959
김환기
푸른풍경 Oil on canvas, 32.5x23.5cm, 1951
장욱진
눈 Oil on canvas, 53x72.5cm, 1964
장욱진
배와 고기 Oil on canvas, 21.5x9.5cm, 1960
장욱진
어린이 Oil on canvas, 45.4x27.3cm, 1957
유영국의 1950년대와 1세대 모더니스트들
이인범 (상명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
‘유영국의 1950년대와 1세대 모더니스트들’이라는 타이틀 아래 유영국(1916-2002)의 최근 발굴작품5점과 함께 화가 김환기(1913-1973), 장욱진(1917-1990), 이중섭(1916-1956), 백영수(1922- ) 등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모더니스트 작가들의 1950년대와 그 이후 절정기 작품들이 출품된다. 이 작가들은 모두 조형이념에 기초한 우리나라 최초의 그룹이라고 일컬어지며, 특히 6・25 한국전쟁 전후 한국 미술의 지향점에 푯대가 되었던 <신사실파> 활동에 참여했던 화가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는 예술의 세계 안에서 이들 작가들이 어떤 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특히 민족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그 어떤 전쟁보다 많은 희생을 치렀던 6・25 한국전쟁이 그들에게 드리운 흔적과 트라우마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것들은 이 화가들의 예술세계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거꾸로 그들은 이를 어떻게 넘어서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는지를 살필 기회로 보인다. […]
이들 ‘1세대 모더니스트 화가들’이 마주한 세계는 진보와 더불어 제국주의, 파시즘, 전쟁에 의한 야만이 교차되던 격동의 20세기 현실이었다. 전쟁이 발발한 1950년 전후, 그들의 나이는 30대 중후반에 접어들던 때로서, 선명한 처신과 왕성한 활동으로 각각 독자적인 예술세계로의 진입이 예고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각각의 꿈과 계획은 전쟁으로 인해 여지없이 난파당하여 산산히 부숴지고 있다. 전쟁 중 월남한 화가 이중섭이 피할 수 없었던 가난과 고통, 처자식과의 생이별, 그리고 때이른 죽음은 폭력적인 전쟁과 마주한 한 예술가의 처절함의 상징적 서사로서 자리매겨진지 오래이다. 김환기는 그가 예술에서 취했던 진보적 태도로 인한 노선 갈등 속에 1949년 9월 서울대 교수직에서 사퇴하고 전쟁을 맞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영국의 경우는 1949년 가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참가하는 대신 여러 명의 30대 작가들과 더불어 경복궁미술관에서 1950년 7월 1일 개최예정으로 <50년 미술협회전>을 계획하지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 전시 참가를 둘러싼 당시 서울미대 학장 장발과의 불화로 직장인 서울대 교수 자리에서 사퇴하게 되고, 결국 전시에는 돌입되지도 못한 채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들 ‘1세대 모더니스트들’에게는 누가 뭐래도 난파당한 피난생활을 딛고 일어서게 하고 그들에게 진정한 실존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예술이었음을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다양한 예술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김환기, 백영수는 피난지 부산의 다방들(뉴서울, 밀다원, 녹원)에서 개인전을 각각 1회, 2회씩 열고 있다. 그들을 포함하여 이중섭, 이규상, 장욱진 등은 종군 작가단 활동을 하며 전시를 여는가 하면, <3・1절 경축미술전>등에도 출품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전쟁의 절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미래를 향한 야심찬 ‘예술’ 기획은 1949년 가을 전시 이후 단절되었던 <신사실파전>을 다시 복구하는 데에서 절정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린 그 3회전엔 기왕의 동인이었던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장욱진 등 4인 이외에 월남하여 고초를 겪고 있던 화가 이중섭과 여러 차례 개인전과 다양한 문예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이즈음 30세가 갓 넘기 시작한 백영수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미술계에서 그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휴전회담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던 시기에 개최된 이 제3회 <신사실파전>(1953. 5.26-6.4)에 참가하고 있는 여섯 명의 작가들 가운데에서 새롭게 가담하고 있는 사람은 이중섭, 백영수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부산 피난지를 중심으로 한 그 동안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멀리 강원도 울진에서 양조장으로 생업을 삼고 있던 화가 유영국의 참여가 오히려 이색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유영국은 고향인 강원도 울진에서 전쟁기를 화단으로부터 고립되어 보내고 실로 오랜만에 이들과 접속하여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새롭게 발굴된 ‘한국 추상화의 거장’으로 불려 온 화가 유영국이 한국전쟁기에 제작한 작품 5점은 우리의 눈길을 끌만하다. 태평양전쟁, 해방공간 등 어수선했던 시절이지만, 6・25전까지 <독립미술협회전>, <자유미술가협회전>,
그렇다면 아마도 이 두 작품을 포함해 나머지 작품들도 같은 해 봄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제3회 <신사실파전>은 그에게 1950년 경복궁미술관에서 열기로 계획했으나 전쟁으로 무산되고 말았던 <50년미술협회전> 이후 3년 만에 처음 맞는 전시였다. 전시 리플렛에 따르면, 이 전시에 그는 <산맥>, <나무>, <해변에서 A>, <해변에서 B> 등 모두 4점의 작품을 출품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몇몇 증언에 따르면, 이 전시를 위해 여러 점의 작품들을 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이들 가운데 남아 있는 작품은 지금까지 한 점도 확인된 것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굴 작품들은 이 전시 출품작품이나 이 때 제작된 작품들 가운데 일부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발굴된 5점의 작품들은 모두 유채물감으로 그려진 것으로, 그 가운데 4점은 캔버스에 그려져 있다. 그 가운데 서명이 있는 65.2×50.2cm, 65×53cm 크기의 두 작품은 나무를 추상화한 것으로 제2회 <신사실파전>(1949. 11. 28 - 12. 3, 동화화랑) 출품작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작품 1점(<직선 있는 구도> A-D 중 한 점으로 추정됨)과 유사성을 보여주며, 그런 점에서 제3회 <신사실파전> 출품작인 <나무>와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45.5×33.5cm 크기의 작품 1점은 나무를 소재로 하였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53.2×46cm 크기의 작품 1점은 바다에 떠 있는 배 두 척을 추상화한 작품이어서 출품작 중 <해변에서>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들 캔버스 그림들은 바닥 천이 흔히 캔버스용으로 사용하는 삼베나 면이 아니라 올이 굵은 것으로 보아 곡물 포대용 천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그가 양조장에서 사용하던 곡물 운반 보관용 포대를 활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앞의 네 작품이 해방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자연의 형상성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데에 비해, 33.3×27cm 크기의 나머지 한 작품은 추상적인 구성작업의 성격을 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의 도쿄시절의 기하학적 추상작업을 환기시켜 준다. 이 작품은 캔버스가 아니라 5mm 정도 두께의 하드보드 종이에 그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발굴작품들의 상태는 모두 전쟁 중 그가 얼마나 그림 재료 획득에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에 새로 발굴된 5점의 작품들은, 우선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유영국의 한국전쟁시의 작품 세계를 확인하는 매우 유의미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이 작품들이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작품의 성패를 떠나 전쟁 이전의 작품세계와 ‘모던아트협회’ 창립으로 이어지는 1950년대 후반의 작품세계 사이의 빈자리를 메울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현재로는 이 작품들 이전의 것으로 가장 가깝게는 1949년 <신사실파전> 출품작 1점이, 이후의 것으로는 1955년 작품 3점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전시인 <유영국의 1950년대와 1세대 모더니스트들>은 제목이 말해 주는 바대로 ‘1세대 모더니스트들’의 전쟁 체험들이 어떻게 상호영향작용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이 시기의 작품들이 자신들의 작품세계의 절정기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더불어 이번에 발굴된 유영국의 작품들을 바로 그것들의 기원이 되는 역사적 맥락으로 되돌려 확인하고 우리 근현대미술사 안에서의 그 위상을 조명할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6・25 한국전쟁은 같은 역사를 경험한 ‘1세대 모더니스트 화가들’을 그 세대 나름의 공통된 하나의 이슈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그 각박한 현실에서 예술을 통해 그들은 무엇을 꿈꾸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은 그렇듯이 하나만으로 표상되는 것은 아니었다. 전쟁은 이들 작가마다 각각의 상이한 스펙트럼으로 투영되고 있다.
고향 울진에서 생업으로 전쟁기를 보낸 유영국이 그 고립을 두고두고 자신의 화업에서 잃어버린 시간으로 회고하고 있듯이, 전라남도 기좌도가 고향인 김환기, 일본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귀국한 홀홀단신의 백영수, 일본인 처를 둔 월남화가 이중섭, 충남 연기를 고향으로 둔 장욱진 등의 전쟁체험은 각각 다양한 편차와 온도 차이를 드러낸다. 그렇듯이 그들의 전쟁 체험은 각각 다르게 주어지고 있고, 그 체험의 차이는 이후 또 다시 자신의 갈 길과 현실을 초극하는 나름대로의 비전을 찾아 나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화가 김환기는 1956년 파리 유학길에 올라 새로운 예술을 찾아 나섰다.
유영국은 그 공백을 디딤돌로 삼아 한국미술사에서 모더니즘 미술의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모던아트협회>를 결성하여 구태의연한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중심의 미술계에 대안을 제시하며 그룹전시대를 열고 도래하는 앵포르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장욱진은 전쟁의 상흔을 치유라도 하려는 듯이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백영수는 삽화, 인테리어디자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중섭은 일찍 세상을 떴다. 이렇듯이 이들 ‘1세대 모더니스트들’에게 한국전쟁은 하나의 트라우마로 각인되고 있지만 이후 자신들의 새로운 예술의 절정을 향한 짙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두 큰 난리를 거친 이후 특히 소중화 사상에 함몰되는 등 자기 정체성을 폐쇄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급급했던 우리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동일하게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도 변화와 혁신을 자신들의 행동양식으로 일으켜 세우며, 구태의연한 일제시대의 재현미학을 뛰어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아젠다를 세우는 선구자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1916년 경북 울진출생
1913년 전남 신안출생
1922년 수원출생
1916년 평안남도 평원출생
1917년 충남 연기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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