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Canibet
2011.08.11 ▶ 2011.09.09
2011.08.11 ▶ 2011.09.09
한경우
Star Pattern Shirt mixed media, 2011
한경우
Corners of Loop surveillance camera, monitor, 2010
한경우
Green House wood, paint, wire, 2009
한경우
Red Cabinet mixed media, 2005
한경우
Tableau with Objects mixed media, 2008
한경우
Triangle, Circle, Square mixed media, 2008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Art Institute of Chicago의 Film, Video & New Media(MFA)학과를 졸업한 한경우는 설치작업과 함께 관람객을 참여자로 펼쳐지는 퍼포먼스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얼핏 옵아트(Optical Art)와 같이 사람의 시각에 의존하여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작업같이 보여지지만, 이번 전시 ‘Red Cabinet’은 시각적 트릭 배후에 작가가 추구하는 시각적 진실을 관람객 스스로 자각하도록 하는 CCTV작업 시리즈를 선보인다.
미처 정리 되지 않은 방에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설치작업은 일상적인 사물들이 질서 없이 늘어져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방 한 켠에 위치한 영상은 이 풍경과는 사뭇 동떨어진 느낌의 질서정연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몬드리안(Mondriaan)의 추상화, 화면조정시간에 나오는 컬러바(Color Bar), 또한 제스퍼 존스(Jasper Johns)의 성조기(Flag)이다.
한치의 의심 없이 작품 사이를 지나가는 순간 고정된 이미지 사이로 보이는 움직이는 자신의 형체는 평소 알고 있던 이미지로 인식한 화면이 현재 자신이 서있는 곳을 비추는 풍경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단순하고 익숙한 화면은 정지되어 있는 듯 하지만 실은 실시간으로 상영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설치장면인 것이다.
작가에 의해 제시된, 그 사물들을 바라보는 단 하나의 시점은 하나의 명쾌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명쾌하다는 것은 단지 우리가 인식가능 하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평소 우리가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 경험에 대한 믿음이며 얕은 지식의 함정인가. 무질서함 속에서 절대적인 한 시점을 만들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배열은 무수한 가능성으로 펼쳐지고 읽혀질 수 있는 현실 속에 오직 하나의 진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작가의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 세상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제가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참, 거짓을 가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명제’라 하지만 참과 거짓을 가리는 기준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한낱 인간이 만들어낸 분류표일 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윤택한 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자평하는 현 세대는 학습한 대로 인식할 뿐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인지하는 것도 어려운 눈뜬 장님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사람은 아는 대로, 본 대로 지식과 지각을 통해 받아들이지만, 각자의 경험에 따라 하나의 사실은 여러 경로의 해석의 여지를 갖게 된다. 이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이 한경우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시각적 유희가 아닌 시각적 진실을 추구한다. 의도된 트릭이지만 우리를 속이는 것은 작가가 아닌 관람객 자신임을 깨닫는다. 한경우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 진리에 대한 추상적 믿음이 아닌 선행적 지식과 경험의 그림자에 정작 눈앞에 있어도 인식하지 못하는 본질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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