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욱
웃음5 oil on canvas, 53x45cm, 2009
최진욱
엄마와 아들 oil on canvas, 130x194cm, 2011
최진욱
서울의 서쪽 oil on canvas, 182x227cm, 1994
최진욱
북아현동3 oil on canvas, 97x130cm, 2011
최진욱
드로잉 pencil on paper, 150x90cm, 1991
최진욱
소묘2 종이에 잉크, 65x85cm, 1987
기획글
독자적 행보. 주로 정치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다. 소속해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기 보다 개인의 고유한 방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여 행동할 때 자주 쓰인다. 대중의 지지여부에 따라 독자적 행보는 리더십의 절대적 우위에 자리하기도 하고,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기도 한다. 독자적 행보를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는, 실행자의 주장, 선언, 행동 등이 타당하고 적합한지 스크리닝(screening)하는 절차가 우선될 것이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독자적 행보는 기본적 조건이자 소양이다. 하지만 여느 분야와 다르지 않게 옅게나마 큰 집단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예술가는 때론 한 집단의 일원으로, 때론 독자적 방식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표현한다. 미술계에 그 집단이 있다면 민중미술과 모더니즘 혹은 구상과 추상 등으로 나누기가 가장 쉬운 분류법인데, 사실 이것도 이제는 더 이상 의미없는 분류이다. 오늘날에는 미술, 즉 회화 자체가 독자적 행보를 함으로써 주목받아야 할 형편이다.
최진욱. 민중미술계도 모더니즘계도 자기 식구라고 품어주지 않고 작가 자신도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리얼리즘으로 모더니즘을 말하고 모더니즘으로 감성을 추구한다. 그의 독자적 행보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을 조합한 장면을 그린 최진욱의 그림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라는 사물을 시작으로, 자화상, 화실풍경, 수업풍경, 동네풍경, 경복궁, 불국사, 상해임시정부 장면들을 그려왔다. 말하자면 주변을 관찰한 사실주의 풍경들인데, 대중적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잘 그린 풍경은 아니다. 선은 거칠며 터치는 정교하지 않고 절대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장들이 한 화면을 구성한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생각이 복잡해진다. 이 그림은 회화의 종말, 회화의 회복, 재현의 회화가 아닌, 회화의 또다른 무엇이란 말인가.
예술가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대중으로 하여금 타성에 젖은 가치관에 대해 돌아보고 깨닫게 하는 역할을 지닌 사람들이다. 최진욱은 그림을 통해 경직되어있는 사고체계를 유연하게 변환시키고 싶어한다. 회화 자체만의 유연함 뿐 아니라 사회의 유연함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평론가 심광현에 의하면 최진욱은 예술과 사회, 예술과 정치, 추상과 구상, 생태주의와 현실참여 속에서 지그재그 운동으로 반복한다고 한다. 동일한 듯 보이지만 동일하지 않은 반복을 통해 변증법적 변화가 생겨나는 과정, 이를 통해 최진욱 고유의 리얼리즘이 형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최진욱과 심광현의 관계도 변증법적인 쌍 중의 하나이자 그 자체가 회화적 목적을 위한 스크리닝의 과정일 수 있겠다.
일민미술관의 이번 전시에는 과거의 작품들과 근래의 신작들이 함께 보인다. 과거작으로는, 대표작이거나 그를 유명하게 한 작품 중심이 아니라 즉, <할아버지 말씀>(1991), <아침이슬>(1993), <동북아문화-정체성>(1997), <북한A>(2000) 등 이데올로기적 개념이 드러나는 작품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무심(無心)한 듯한 작업들 위주로 선정했다. <연희동 습작>(1991), <홍은동 습작>(1993), <서울의 서쪽>(1994), <제부도>(1996), <나의 생명>(2004) 등 이다. 아울러 자화상 형식의 작업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술(記述)적 변화도 함께 보려했다. 기존의 최진욱에 대한 경직된 평가에서 벗어나, 다르게 말하면 최진욱 스스로 갇혀있던 정치적 회화의 틀에서 벗어나 회화 본질의 유연함, 사고의 유연함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전시는 완성본이 아니라 최진욱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무심한 풍경이라 해도 최진욱의 작업은 현실을 담은 기록이고 사회적 리얼리즘이 잠재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 신작 상해임시정부, 북아현동(그가 재직하는 학교가 있는 마을이다)을 거쳐 <북한C/하이라인>(2011)이 있다. 그것은 작가가 꿈꾸는 깊은 바램의 미(美)적 드러냄이다. 앞으로의 진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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