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왕십리 현장에 페인트드로잉, 2009
이주호
왕십리 현장에 페인트드로잉, 2009
이주호
왕십리 현장에 페인트드로잉, 2009
이주호의 -2009년 왕십리展은 2009년 3월부터 철거가 진행 중인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작가가 주택, 건물, 담벼락 등에 페인트 드로잉을 하고 이것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퍼포먼스 결과물이다.
재개발 지역을 소재로 하는 다른 작가들의 작업과 다른 점은 철거공간을 직접 몸으로 기억하고 위로한다는 점이다. 작가의 자유로운 몸짓(페인트 드로잉)은 공간 안에서 노는 것이며 공간은 작가의 몸짓으로 쓰다듬어지고 보듬어짐으로서 공간자체에 대한 제의의 형식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사진과 영상 외에도 현장에서 채집한 문이나 창틀이 전시되어 현장의 기억을 돕고 있다.
공간의 안위(安慰)-몸으로 기억한 왕십리
이주호의 이번 전시는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 지역을 소재로 한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 130번지 일대에 해당하는 '왕십리 뉴타운'은 2009년 3월부터 철거가 시작되었다. 이주호는 2009년 10월 9일부터 12월 24일까지 세 달 여 동안 철거 중인 뉴타운 1지역에서 공장, 주택, 담벼락 등에 페인팅을 하고 이것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이번 전시는 뉴타운 퍼포먼스의 결과물인 셈이다.
이주호의 프로젝트는 임민욱의 퍼포먼스 영상 작업 「Portable keeper」(경기도미술관)이나 강홍구의 은평 뉴타운 재개발 사진 작업(몽인아트센터)과 소재적으로 겹친다. 그러나 임민욱의 작업은 폐허라는 공간이 기억과 관계의 배경으로 끌어들여지고 강홍구의 사진이 사라져가는 도시의 몸뚱이를 기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이주호의 작업은 도시 재개발의 공간을 쓰다듬고 보듬는다. 그곳은 제의가 치러지는 곳이다. 정확하게는 공간 자체를 보듬는다는 점에서 공간 자체에 대한 제의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엔 왕십리 뉴타운 철거 지역에 침입하여 "버려진 공간을 잠시나마 개인적으로 활용하고파서" 시작된다. 폐허가 된 공간에서 작가는 머뭇거렸던 처음의 몸짓에서 점차 자유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공간은 온전히 작가의 자유로운 몸짓에 내맡겨진다. 몸은 조그만 집의 내부에서 천장으로, 외부 담벼락으로 움직이고 확대된다. 몸은 "강아지처럼" 제어 없이 날뛴다. 공간은 작가의 몸짓으로 쓰다듬어지고 작가는 공간 안에서 논다. 제의의 형식인 것이다. 언뜻 이주호의 작업이 사적 소유나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흔드는 스쾃(squat)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주호는 공간을 잠시 점유하거나 빌리고자 하는 공간 담론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몸짓, 즉 퍼포먼스다. "날이 갈수록 점점 소음이 다가왔고 눈과 목이 불쾌해져 갔다. 우연히도 목격하게 된, 곤충 사마귀와 같은 기세로 집들을 장난감 부수듯 무너뜨리는 모습"에서 작가는 혼신의 힘으로 그 공간을 몸으로 기억하려 했다. 감정적 수사와 은유로 공간을 대했다면 그의 몸짓은 오히려 이성적이었을 게다. 그러나 누구나 아는 것처럼 예술은 삶의 표면에서 추동되지만 그 표면과 표면 아래 숨어 있는 것들이 육화되어 나타난 언어를 요청한다. 그래서 어느 시인의 말처럼 "바람은 딴 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는 법이다. 그가 재개발이라는 삶의 표면적인 공간을 선택한 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순간적일 수(바람) 있지만 그 표면의 심층엔 우리 삶의 총체성이 결박되어 있는 것(구원)이다. 재개발을 캔버스처럼 활용하고자 했던 작가의 무의식적 몸짓이 시나브로 정치적 색채를 띠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이전 표현주의적인 꽃 평면 작업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점인 것이다.
도시 재개발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개인적인 기억을 포함한 공동체적 기억의 소멸, 혹은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무한한 욕망, 존재론적 관점에서 타자의 배제 혹은 추방을 의미축으로 삼는다. 재개발과 폐허의 이미지가 세계의 실재를 드러내기 좋은 알레고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또한 배제된 타자와 관계의 위상학을 드러내기에 진부한 언어가 될 위험도 크다는 점 역시 틀림없다. 이주호의 이번 개인전 이후가 더욱 궁금한 이유다. 다음 프로젝트는 주거 공간이 많은 중계동 재개발 지역이다. ■ 정형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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