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희
산 비디오 퍼포먼스, 싱글채널, 3min 16sec, 2009
조소희
강 비디오 퍼포먼스, 싱글채널, 3min 10sec, 2009
조소희
발 설치, 재봉실, 실패, 가변크기, 2009
조소희
휴지 귀걸이 아티스트 오브제, 두루마리 휴지, 925 정은, 42x11cm, 2008-2011
조소희
편지 설치, 노방, 거즈, 면 아사, 트레싱지, 요리지, 액자, 책상, 의자, 계단, 설치, 2011-2012
조소희
<두루마리 휴지 위에 타이프치기><리본 짜기> 진행형 프로젝트, 설치, 2003
조소희
예술과 기어 싱글채널 영상, 9min 49sec, 2012
조소희
빛 만들기/색 만들기 드로잉, 종이 위에 잉크, 102x70cm, 2011
조소희
손 재봉실, 스테인 선, 실패, 가변크기, 2012
조소희
편지 노방, 거즈, 면 아사, 트레싱지, 요리지, 액자, 책상, 의자, 계단, 설치, 2012
조소희
비과학적인 촛불의 시학 나무, 스테인 봉, 전선, 양초, 51x34.5cm, 2011
가벼운 존재의 무거움 그리고 시간>
신승오(선 컨템포러리 디렉터)
조소희의 작업은 개인의 특정한 사적 공간 속에 있는 오브제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였다. 이는 항상 눈여겨보지 않았던 중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공간의 물건들을 찾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서 앞뒤가 다 보일 수 있는 투명한 액자에 넣어 전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거시적인 관점이 아닌 미시적인 관점으로 한사람의 공간에서 나온 물건들을 세세한 것까지 모두 들춰내어서 보여주는 작업을 통하여 일상 안에 숨어있는 작은 것들에서 큰 의미들을 읽을 수 있으며, 이들을 한 공간에 펼쳐놓음으로써 새롭게 발견하여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의미들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기존의 작업이 어떤 공간을 채워나가는 설치의 형태를 띠게 되면서 작가는 존재론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가볍고 얇고 버려지기 직전의 무게감이 없고 연약한 것들이 작가의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하나의 형태를 가지고 그것들이 쌓여감에 따라 무게감을 가지는 작업이다. 여기서 작가는 아무리 미미한 것들이라도 시간이 흘러 증식되면 어떤 공간을 채우는 존재가 되어가며 그것들의 존재를 새롭게 재확인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번에 전시하는 <사(絲)적 인상>이라는 타이틀의 전시도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이전의 작업들에서부터 현재의 작업들 속에 지속적으로 맥락을 같이하는 부분들을 찾아내서 살펴보는 것이 조소희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가볍고 미미한 존재들이다. 이는 재료로서 사용되는 실이나 휴지, 냅킨과 같은 가볍고 훼손되기 쉬운 재료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작업에서는 미시적인 것을 끌어내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집중하였다면, 그 이후의 실로 만들어지거나, 타이프를 치는 작업에서는 이러한 미시적인 것들을 단순히 발견하여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잘 것 없고 약하며, 가벼운 것들을 직접 손으로 다루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에 조그마하게 시작된 작업은 작업이 지속될수록 반복적인 노동 행위를 통해서 커다란 공간을 차지하는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하고 기록물처럼 수북이 쌓여가기도 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그것은 형태적으로는 속옷이 되기도 손이 되기도 발이 되기도 할뿐만 아니라 드로잉, 설치, 기록물, 액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결국 작가는 모든 노동집약적인 단순한 행위의 반복 작업을 통해 아주 가볍고 하찮은 것들이 쌓여서 하나의 거대한 존재를 가지는 담론을 만들게 되며, 또 다른 새로운 존재로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이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같이 맞물려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간은 조소희에게 중요한 요소이며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노동집약적인 작업 방식을 통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인 실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는 반복적인 과정이나 휴지와 같은 얇은 종이에 타이프를 계속해서 쳐 나가는 행위들을 시간의 축적일 뿐만 아니라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며, 그들의 의미를 새롭게 하거나 상대적인 것들을 동시에 현존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작품에서 살펴보자. <편지>는 속이 훤히 비치는 봉투 속에 휴지위에 어떤 단어로 이루어진 이미지들이 들어있다. 이 단어들은 작가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 단어이거나 혹은 그때그때 관심 있게 떠올리는 단어들로 타자기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새겨져있다. 편지는 대상을 가진 목적을 가진 소통의 도구이다. 그러나 이를 대상없는 편지로 만들고 그 편지를 반복적으로 쌓아감으로써 그 의미를 변화시키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운 소통을 추구한다. <손>은 하나하나의 실을 엮어 나갈 때의 그 반복적인 행위들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러한 작업이 손이나 발로 나타나는 것은 작가가 이야기 하듯이 자신의 생각과 의도가 모두 외부로 표현 될 때에 가장 직접적으로 그 세상과 맞닿게 하는 그 행위의 시작점이 손과 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행위의 반복은 어떤 형태를 이루고 그 형태는 완벽하게 채워지지도 비워지지도 않은 거대한 존재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서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형태를 구현하게 되었다.
또한 <비과학적인 촛불의 시학>, <산>, <강>, 그리고 <예술과 기어(綺語)>는 작가의 예술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비과학적인 촛불의 시학>에서는 완벽하게 전기코드까지 갖춘 등은 전깃불이 아닌 촛불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산>, <강>의 영상작업에서는 자연이라는 거대 담론적인 상징위에서 엄숙하고도 장엄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종이배를 접어 강에 띄우거나 풍선을 불어 하늘로 날리는 소소한 일들을 하고 있다. <예술과 기어(綺語)>는 구상 시집의 <시와 기어(綺語)>라는 시를 인용하여 ‘시’라는 단어를 ‘예술’로 바꾸고 타이프로 휴지에 분절된 단어를 한 단어씩 타이프를 쳐서 책으로 만들고 영상을 통하여 읽어나간다. 이 모든 작품들은 예술이 모두 거대하고 거창한 논리와 구조 속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소소한 것들과 아주 작은 것들에서 시작되고 이러한 것들이 축적되었을 때 나타나며, 이는 다시 해체되고 또 다시 축적되는 반복적인 과정 속에서 기존의 논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빛을 발한다는 작가의 예술관이 드러나는 작업이다.
결국 조소희는 기존의 논리라는 거대한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를 찾아내고 그것을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시간을 축적하여 그 존재를 각인시키고 확산시켜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작지만 거대하고,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이고, 꽉차있지만 비어있는 것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대립사이에서 부유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안으로 받아들여 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조소희의 작품은 관객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며 공유할 수 있으며, 이미지는 강렬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그 인상의 여운은 잔잔하게 남아있게 된다. 이는 아마도 미술은 누구나 가지고 놀 수 있으며, 그것으로 어떤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그리고 항상 거기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채워져 증식되어 나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7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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