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ohohoh Schmincke Acrylic with Special Medium on Canvas, variety size, 2010
김경주
ohohoh Schmincke Acrylic with Special Medium on Canvas, variety size, 2010
김경주
ohohoh Schmincke Acrylic with Special Medium on Canvas, variety size, 2010
김경주
ohohoh Schmincke Acrylic with Special Medium on Canvas, variety size, 2010
김경주
ohohoh Schmincke Acrylic with Special Medium on Canvas, variety size, 2010
김경주
ohohoh Schmincke Acrylic with Special Medium on Canvas, variety size, 2010
김경주
Parcel Out(부분) Chemical Implement Sodalime Glass and Disposable Petridish_PS_Sterile, variety size, 2010
김경주
Parcel out(부분) Glass and Disposable Petridish_PS_Sterile, variety size, 2010
김경주
Parcel Out(부분) Chemical Implement Sodalime Glass and Disposable Petridish_PS_Sterile, variety size, 2010
김경주, 그림과 문자의 이중주
김경주의 작업은 크게 설치와 평면으로 구별되는데 설치에서는 유리병 연작을, 평면에서는 글자 자체를 시각화하거나 글자의 이미지를 변형한 연작이 등장한다. 설치나 평면 모두 글자와 결부되어 있어 회화의 오랜 전통인 그림과 문자의 밀월관계를 다시한번 생각케 한다.
작가에 따르면, 지금의 작업을 있게 한 발단은 2002년 체코 프라하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부터였다고 한다. 그가 머물던 프라하 작업실에는 서가에 무수한 책들이 꽂혀 있었는데 그 안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단어들이 앞으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고 한다. 움직이는 글자에 주목하게 된 김경주는 그 후 궁리 끝에 지금과 같은 타이포 작업으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작가는 글자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수백 개의 유리병 안에 넣는다. 유리병은 마치 세포를 배양하는 실험실의 샘플병과 같이 글자의 ‘의미’를 배양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유리병을 사용한 것은 딴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투명성’을 선호하는 작가의 취향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투명의 매력은 “하늘거리는 여운과 응시의 시선, 보이지만 보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연관되어 있다. 미국 유학시절에는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하여 창문을 장식하거나 천이나 종이와 같은 소프트한 재질로 구겨지거나 변형되는 조형물로 시각적 효과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특히나 그의 유리병은 묘한 잔상을 남기며 조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그림자의 흔들림을 유발한다. 플라스틱을 이용한 타이포 작업, 골드나 실버가 두드러진, 번질거리는 회화작품에도 투명성이 골고루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마치 생물학자가 실험을 하듯이 종자병에다 글자가 새겨진 아크릴판을 넣어 바닥이나 벽, 탁자 등에 진열한다. 2008년에 열린 개인전에서 작가는 다섯 개의 단어(one, same, safe, young, with)를 넣은 유리병을 관객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전람회에도 역시 다섯 글자(united, unusual, certain, new, fans)를 넣어 관객에게 나누어줄 예정에 있다. ‘one’이란 단어가 들어간 유리병을 가져간 사람은 ‘united’란 단어가 들어간 좀 더 큰 유리병으로 바꿔줄 생각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참여의 즐거움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글자의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참여하고 교감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눠주고 후일 그것을 다른 것으로 다시 바꾸는 행위를 통해 관객의 호응을 적극적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작업은 초서의 빠른 속도감이 느껴지는 평면작업이다. 그의 평면작업 역시 글자와 관련되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드로잉 혹은 순수 추상작품으로 여기기 쉽다. 모종의 이미지들이 오선지위의 음표처럼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고저를 이룬다. 혹은 고대문자처럼 해독할 수 없는 기이한 형태로 우리의 시선을 자극한다.
화면에는 페인트를 통째로 부어 놓은 것처럼 물감이 흘러내린다. 기호와 물감이 엉겨 붙어 안개가 짙게 깔린 해변을 걷듯 어디까지가 글자이고 물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형체는 모호하지만 그 속에서도 일정한 규칙과 반복의 리듬을 유지하고 있음을 점검할 수 있다.
작가에 따르면 그 이미지는 ‘Oh’를 표현한 것인데 이 감탄사보다 사람의 다양한 심리를 표현하는 말이 없다는 데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오!’라고 말할 때 사람마다 장단과 음의 높낮이가 다르며 또한, 이를 말할 때의 표정과 몸짓이 다르듯이 작가는 이런 정황을 감안하여 ‘Oh’라는 말을 시각화한 셈이다. 그의 의도대로 그림은 각 사람의 심리를 반영하듯 높낮이와 길이가 다르다. 그런 표정과 자태를 통해 작가는 각 사람의 반응을 추측할 수 있게 만드는데 보는 사람의 반응이 어떻든 사람의 심리를 그처럼 ‘표정있는’ 글자에 실어내려고 했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그리하여 글자가 마치 감정이나 지닌 존재처럼 화면을 배회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의 회화작품 중에는 유리잔과 그 안의 글자조각을 표현한 것도 있다. 이 작품들은 유리병이 그때그때의 조명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듯이 빛의 흐름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였는데 영롱한 빛줄기가 시원스레 화면을 적시고 있다. 게다가 빛을 머금은 푸른 유리병이 싱싱한 투명함을 잃지 않으며 마치 오로라처럼 형형한 빛을 주위에 퍼뜨리기까지 한다. 조명을 받은 크리스탈이 현란한 빛을 발산할 때처럼 그의 그림은 시각적 효과와 함께 감흥을 자아내 청량한 기분을 갖게 한다. 붓의 속도감을 간직한, 유쾌하고 산뜻한 그림이다. ■ 서성록(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1997년부터 현재까지 나의 작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G.O.L.D.라고 정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금색을 의미하며 또한 캔버스와 작품에 나타난 이미지를 가리키는 색이다. 그러나 시각적인 색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GRAVIETY, OH!, LAB., Diaphanous, 다시 말해 ‘중력, 오!, 실험실, 투명성’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이 중에서 OH와 LAB을 테마로 하고 있다.
빛을 실험한다. 투명 셀로판테이프, 물감, 아크릴 재질로 만든 타이포 조각을 잇거나 붙이는 작업, 유리 재질의 종자병으로 설치작업을 하는 것은 결정적으로 빛을 말하는 것이다. 빛의 탐구는 첫 번째 개인전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빛에 관한 작업은 투명성으로 귀결된다. 이번 전시는 지속적인 빛의 실험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전시명은 ‘일루미네이트(Iluminate)’.
일루미네이트는 ‘비추다, 빛나다, ,…에 ’ 등등의 뜻을 보더라도 빛과 관련이 깊은 단어다. 다른 의미에서의 일루미네이트는 ‘빛깔 무늬 장식 등으로 채색하다, 장식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서양 중세시대 종교화에 종종 쓰였던 기법으로 배경에 금과 은색을 채색하여 숭고, 거룩, 엄숙, 찬양, 찬미라는 의미들을 극대화 시켜 숭고한 빛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고전적 의미인 숭고나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해 화면에 금·은색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나만의 또 다른 의도를 숨겨놨는데 일종의 역설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가볍고 장난스러운 감탄사 ‘Oh’의 의미와는 상반된 일루미네이트 기법을 화면에 표현함으로써 텍스트 ‘Oh’를 더 강조하기 위해 선택한 시각적 장치인 것이다.
OH! OH! OH!
‘Oh’라는 감탄사는 음절의 형태지만 그에 반해 다양한 감정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 기쁨, 화남, 슬픔, 즐거움은 말하는 사람의 장단, 음의 고저, 표정, 몸짓으로 서로 통하지 않는 언어체계를 가진 사람들끼리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단어이다. 현재 내가 선택한 ‘Oh’는 즐거움의 'Oh’이다. 처음의 의도는 ‘Oh’의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슬픔, 화가 난 상태’를 작업에 연결시키려 해도 완성 되었을 때의 ‘Oh’는 즐거움과 장난, 유머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설치하는 것은 나에게 ‘즐거움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Laboratory
Lab은 사전적 의미로 순수하게 실험실을 의미하는 것이 있고 또 다른 의미로는 필름 현상소라는 뜻이 있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사용한다.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전형적인 실험실 이미지와 시간에 따른 빛과 그림자 변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필름 현상소가 본인의 작업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시간과 시각 언어 연출을 위한 설치작업으로 ‘작은 의미들이 병에 채취되어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어떤 개체로 자라날까?’ 라는 가벼운 상상이 이 작업을 시작하게 했다.
실험실의 유리병 시리즈는 2008년 ‘한 글라스 파란네모 갤러리’에서 시작된 설치 작업으로 다섯 개의 글자 one, safe, same, young, with를 지정하고 세 번의 전시를 통해 이 단어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포함하는 작업이다. 세 번의 전시에서 보여지는 혹은 보여질 글자들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너와나 하나이고, 안전하고, 같고, 그러면서 영원히 좋은 시절을 함께하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항상 희망하는 사안으로 외롭지 않기 위한, 그러기 위함을 대변하는 말들인 것이다. 첫 번째 Lab실에서 작은 크기의 유리병에 담겨있던 글자들은 새로운 의미와 더불어 조금 더 큰 유리병에 담겨 두 번째 Lab실에서 등장한다. 2010년 ‘미술공간現’ 에서 이뤄지는 Lab 시리즈는 그 단어들의 크기와 내용이 2년 전에 비해 자라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라난 내용물에 따라 실험실의 유리병도 달라진다. 100mm의 샘플병에서 150mm의 종자병으로 새로운 자리로 옮겨진다.
또한 이전에 사용되던 단어들 one, safe, same, young, with 가 보다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칭하는 의미인 united, unusual, certain, new, fans 란 단어로 바뀌어 외형상으로나 내용면에서 자란 것이다.
각각의 단어들이 가진 의미 군 안에서 개별적 작업처럼 보여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작업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표면적으로 보이는 투명성은 시각적으로 일맥상통한다. 빛과 투명성. 빛이 없다면 이 투명함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표면에서 보이는 1차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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