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현
무제 B 캔버스에 유채_콜라주, 145.5x112cm, 1965, 국립현대미술관
하종현
탄생 67-1,2 캔버스에 유채_콜라주, 200x300cm, 1967
하종현
대위(對位) 신문, 1971
하종현
작품 73 패널에 철조망, 60x60cm, 1973
하종현
접합 74-25 마포에 유채, 200x100cm, 1974
하종현
접합 74-98 마포에 유채, 225x97cm, 1974
하종현
접합 7 마포에 유채, 120x220x(3), 1982, 국립현대미술관
하종현
접합 92-45 마포에 유채, 194x260cm, 1992
하종현
접합 97-040(B) 마포에 유채, 194x260cm, 1997
하종현
이후접합 10-1 캔버스에 유채, 244x366cm, 2010
● 한국추상미술의 대표작가, 하종현의 화업 50여년을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대표작 85점 출품
● 신체와 물질이 만나는 <접합> 연작으로 한국적 추상미술의 정체성 모색한 선구자
국립현대미술관은 6월 15일(금)부터 8월 12(일)까지 《하종현》전을 개최한다. 한국현대미술사를 정립하기 위해서 선구적인 원로작가들의 독창적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해오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올 해는 국내 화단의 대표적 추상화가 하종현의 삶과 예술을 회고해보는 전시를 마련하였다.
이번 하종현 회고전은 그가 화업을 시작한 1960년대부터 청년화가의 도전적인 실험정신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1970년대의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시절, 그리고 하종현의 독특한 추상회화인 <접합>이 전개되고 정착된 전성기, 그리고 최근의 신작 <이후접합>에 이르기까지 전 작업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물감과 마포의 만남으로 빚어지는 하종현의 <접합> 연작은 1974년 처음 시작되어 2009년까지 35년 남짓한 세월 동안 제작되며 작가 하종현의 작품세계를 대표하였다. <접합>은 그림의 표면에 물감을 칠한다는 기존의 회화적 고정관념을 깨고, 화면 뒤에서 안료를 밀어내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이 굵은 마포의 뒷면에서 물감을 힘있게 누르면, 천의 거칠고 성긴 틈 사이를 통해 앞으로 물감이 배어나오는 것이다. 평론가들은 하종현의 <접합>을 두고 진흙과 거친 지푸라기로 바른 시골집의 흙벽, 한약재를 짤 때 삼베 사이로 나오는 진액 등에 비유하기도 했다.
<접합>에서 하종현의 관심은 물질과의 대화에 있다. 캔버스와 물감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표정을 드러내기 위해서 시각 뿐 아니라 촉각에 의한 과정을 거듭한다.
2010년부터 시작된 <이후접합> 연작은 팔순에 가까운 그가 여전히 실험정신을 추구하며 성장을 중단하지 않는 현재진행형의 작가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회고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후접합> 작품들은 작가의 표현대로 "만선(滿船)의 기쁨"을 희열에 찬 원색의 대형 화면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편 하종현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40여년간 재임한 교육자이자, 서울시립미술관 관장(2001~2006)을 역임한 행정가로서도 큰 활약을 해왔다. 그의 대표작들이 선보이는 이번 회고전을 통해 지난 50여년간 한국현대미술계에서 치열하게 작품세계를 일구었던 작가 하종현을 재조명하고, 더 나아가 한국 추상회화의 반세기 역사를 짚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기간 중에는 연계 대담회로서 “하종현과 삼담(三談)”이 준비되어 하종현의 예술세계에 대한 국내외 비평가들의 강의, 동료작가들과의 대화, 관객과의 대화 등이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1960 - 1969 앵포르멜과 기하추상
하종현은 미술대학을 졸업한 1960년대초 앵포르멜 회화 작업으로 화단에 등장했다. <작품 C(1962)>로 신상회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1965년 파리비엔날레에 <부적 A, B>를 출품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의 작품은 갈색, 회색 등 어두운 색의 물감을 두텁게 채색하여 거칠게
주름진 고목의 표피 혹은 전쟁의 상흔을 연상케 한다. 특히 캔버스 위에 콜라주된 실 등 이질적인 재료들은 작가가 이미 초기부터 '물질'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법은 1966년경부터 시작된 기하학적 추상회화에서도 이어져 실타래를 붙이거나 캔버스를 가늘게 잘라 돗자리처럼 손으로 엮은 <탄생> 연작이 등장한다. 한편 <도시계획백서> 연작은 1960년대 후반부터 안정을 회복하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역동성과 도시건축의 기하학적 형태를 회화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종현은 우리나라 최초로 기하추상회화를 제작함으로써 앵포르멜 회화로 획일화된 한국화단에 새로운 미적 가능성을 제안했다.
1969 - 1974 AG 활동시기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는 1969년에 창립되어 1974년까지 지속된 청년작가 및 평론가들의 모임으로서 전위미술을 기치로 오브제, 설치, 추상, 개념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였다. "전위 예술의 강한 의식을 전제로 비전 빈곤의 한국화단에 새로운 조형질서를 모색 창조하여 한국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선언문처럼 AG는 전통과 기성질서에 대담하게 도전하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당시 30대 중반의 하종현은 AG협회장으로서 그 실험의 선봉에 섰다. 그는 용수철, 철사, 철조망, 나무, 밧줄 등을 사용하여 재료의 물질 자체가 지닌 강렬하고 자극적인 힘의 역학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실험적인 오브제 작업을 시도하였다. 금속성의 차갑고 폭력적인 재료인 철조망은 마치 육체를 찌르듯이 화면을 파고들면서 고통, 상처, 억압의 감정을 환기시킨다. 이는 비상계엄령, 유신헌법선포 등 1970년대를 유린했던 군사정권에 대한 소리 없는 저항의 표현이었고, 작가는 그가 사는 시대와 사회를 상징적으로 고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1974 - 1979 접합
하종현의 작업세계를 대표하는 <접합> 연작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74년이다. <접합> 연작은 그림의
표면에 물감을 칠한다는 기존의 회화적 고정관념을 깨고, 화면 뒤에서 안료를 밀어내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올이 굵은 마포의 뒷면에서 물감을 힘있게 누르면, 천의 거칠고 성긴 틈 사이를 통해 앞으로 물감이 배어나온다. 작가는 도구를 사용하여 물감을 부드럽게 혹은 강하게 쓸어내리며 마치 수풀이 가득한 여름 초원 위를 바람이 쓸고 지나가듯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빚어낸다. <접합>에서 하종현의 관심은 물질과의 대화에 있다. 캔버스와 물감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표정을 드러내기 위해서 시각 뿐 아니라 촉각에 의한 과정을 거듭하는 것이다.
1980 - 1989 접합
1980년대의 <접합>은 뒤에서 밀고 앞에서 누르는 힘이 화면 전체에 고루 배분되어 전체적으로 세밀하고 균일한 표면 효과를 보여준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고요한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마대천의 올 자체가 지닌 육감적인 물성(物性)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시기의 <접합> 연작은 결이 고운 모래나 거친 흙 알갱이, 단단한 바위, 부드러운 파도의 물결 등 자연의 풍경을 기억하게 한다. 평론가들은 하종현의 <접합>을 두고 진흙과 거친 지푸라기로 바른 시골집의 흙벽, 한약재를 짤 때 삼베 사이로 나오는 진액 등에 비유하기도 했다.
1990 - 2009 접합
1990년대부터는 주조색을 이루었던 흙색, 흰색 외에 오래된 기왓장 같은 짙은 청색 등 어둡고 선명한
색채가 사용되기 시작한다. 움직임이 크고 활달한 붓질의 흔적 혹은 상형문자 같은 기호가 등장하여
작가의 행위가 부각되기 시작하는 것도 이 시기이다. 하종현의 전성기 <접합>에는 '손맛'과 물성(物性)이 있다. 규칙적이면서도 불규칙하고 우연적이면서도 논리적인 행렬을 창조하는 것은 오랜 세월 축적된 손의 기억이다. 작가의 손은 그림의 면적과 무게, 밀도, 비례를 조절하고 물질의 진실을 드러낸다.
2010 - 현재 이후접합
2010년부터 현재까지 하종현은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이후접합>이라고 명명한 그의 최근작에서는 이전의 <접합> 연작에서 지배적이던 중성적이고 차분한 색상에서 벗어나 세상의 모든 색들이 폭발하는 듯한 원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접합> 연작의 숙성되고 발효된 맛이 아닌, 채 익지 않은 신선한 색채의 물결로 뒤덮인 <이후접합>을 일컬어 작가는 "만선(滿船)의 기쁨"에 비유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이전과는 다른 선과 색을 이용한 작업을 해보려 한다. 그동안 한 곳을 보았는데, 이전에 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통해 나를 완성시키고 싶다. 내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작가의 글
“내가 현실에 대해 발언한 대표적인 작품은 신문과 철조망 작업이다. 특히 철사 작업은 군정권의 압력에 대한 반발의 태도가 담겨 있다. 마대와 철조망은 예술가의 억압에 대한 항의의 요소로 작용했다. 이러한 작업은 내 스스로를 가두는 작업이다. 작가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기보다는 그 당시의 시대상황, 아픔을 되씹어서 소화시켜 표현해야 한다.”
“나는 마대를 보통의 캔버스 기능보다 마대의 올과 물감의 물성을 중시하는 작업을 했다. 최소한의 인위적인 행동을 억제해서 마대와 물감, 작가의 상상력이 함께 공존하려는 생각을 가졌다. 최근작들은 그 마대의 표면에 물감의 자국들을 남겨 작가의 행위를 강조하고 있다.”
“마대와 물감은 내 신체와 연관을 맺고 변화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준다. 마대 위로 나온 물감을 지우고 밀어내면 그 스스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뒤에서 밀려나온 물감이 마대 캔버스와 만들어내는 비정형적인 이미지는 자연과 가장 닮아 있다. 자신의 재주를 숨기면서 표현하려는 내용을 충분히 담는 것이 예술이다. 기술이 튀면 그것만 보이는 법이다. 단순해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다. 계속 단순화하고 제외하고 정수만 남기고 싶다.”
“예술가에게서 예술은 종교같은 것이다. 작가가 예술에 몰입할 때는 단기적인 결과보다 인생을 통해 그것을 성취하려는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내가 추구하는 변화는 나이를 먹었다고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예술에는 완성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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