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 습식 (Wet Corrosion)
2010.10.05 ▶ 2010.10.16
초대일시ㅣ 2010-10-05 18pm
2010.10.05 ▶ 2010.10.16
초대일시ㅣ 2010-10-05 18pm
이진영
습식(濕蝕) C-Print from 4x5 inch Collodion Wet-Plate negative (Ambrotype), 102.5x82cm, 2010, 개인소장
이진영
습식(濕蝕) C-Print from 4x5 inch Collodion Wet-Plate negative (Ambrotype), 70x60cm, 2010, 개인소장
이진영
습식(濕蝕) C-Print from 4x5 inch Collodion Wet-Plate negative (Ambrotype), 70x60cm, 2010, 개인소장
이진영
습식(濕蝕) C-Print from 4x5 inch Collodion Wet-Plate negative (Ambrotype), 60x70cm, 2010, 개인소장
이진영의 ‘잠재된 풍경의 심상’
사진술은 흔히 ‘복제예술’이라 불리어 지는데 그래서 그 것의 예술성을 논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의 개념으로 들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진작업은 매우 과학적인 논리에 의해 이루어 지는데 이러한 과학이라는 논리와 그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사진작품과의 교집합은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물체의 형상을 표현하는데 있어-회화에서 재현성과 같이-그 리얼리티를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현재성(actuality)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수용자(viewer)로 하여금 표현된 세계로의 감정이입을 일으키게 하는데, 다시 말해 대리체험을 하게 된다. 가령 유럽의 어느 도시를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 도시에 있는 듯한 감정을 촉발시키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추상적 풍경의 심상(心像 image) | 작가 이진영의 사진 작업에는 그녀만의 정서적 농도가 짙게 배어난다. 최근 작품에 들어있는 풍경이나 인물들은 때묻지 않은 신선함을 가지고 있으며, 의식적 깊이에서의 환상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일련의 작업들에 있어서 피사체와 렌즈와의 거리감을 통해 왜곡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세한 진동은 렌즈의 초점을 흐리게 하고 그로 인해 피사체의 상이 여러 겹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작업에 수용한다. 이것이 작품 안에서 유동적인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시각의 착시적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전 작업 중, 다리 위에 설치된 방화 유리 벽 120개가 어떠한 외부 충격으로 깨어진 현장을 발견한다. 이 깨어진 사건을 담아낸 작품 <로덴키르헨의 다리 Rodenkirchener Brueke, 2004 >은 단순한 사건 현장을 담은 사진이지만, 자세히 보면 촬영된 사진 배경이미지는 각각 다르다. 동일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연속된 이미지로 설치됨으로써 한 작품 안에서 이중적이며 복합적인 공감각이 형성된다. 또 다른 작업 중, 폐차 장을 돌면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일그러지고 부서진 사고 차량을 촬영을 한
작품
유기적 풍경의 심상(心相) | 작가 이진영은 암브로타입(Ambrotype)의 아날로그 방식을 매개체로 작가의 기억의 파편을 이미지픽셀로 모아 솔직하게 드러내며 매우 직접적인 방식으로 상당히 부합하고 있는 방식이다. 드러내놓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드러내 보이려는 과감한 시도에도 주위에 흐르나 보이지 않는 기운과 현상들이 어우러져 주관적인 이미지의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직접 필름(유리판) 홀더를 나무로 제작하고, 그 안에 콜로디온(collodion) 용액이 발라진 유리판을 넣고 은용액에 넣어 감광성을 부여시킨 후에 담아낼 이미지에 일정시간 노광을 시킨다. 노광되어진 이미지는 암실의 현상과정을 거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리에 새겨진 음화 형상은 희거나 투명해 보인다. 검정 천을 유리판 뒤에 데면, 이 네거티브 이미지는 포지티브의 완전한 이미지로 보여진다. 이전의 작업방식과 대조적인 표현방식으로 콜로디온(collodion) 용액이 젖어 있는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콜로디온 용액의 질료적 속성에 충실하며, 건조되기 전까지 신속하게 이미지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건조되기 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마치 유리판은 물을 머금고 있는 유기적 생명의 박동을 유지 하려는 듯 하다. 앞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실질적 형상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지 어떠한 상황과 사건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사진 속 인물들이 응시하는 곳, 바로 나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착각을 일으키고, 타인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과의 소통방식을 반대로 찾게 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며, 스스로의 심상(心相)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어떠한 사물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 방식에 주저 없이 작업 안으로 들여놓음으로써 일련의 작품시리즈의 표현영역을 확대해 간다. 작가 이진영에게 있어서 사진 작업은 단지 예술적인 표현방법의 수단이 아닌, 현실세계를 재현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닌, 새로운 우연한 것들, 관습적으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은 발견하고 작품에 생동하는 생명력을 담아내는 것이다. 또한 상이 맺혀 유리판에 건조된 상태의 영상들은 언제든지 다시 생명력을 가지고 탄생 될 수 있다는 잠재된 상태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다시금 언젠가는 새롭게 다시 그 생명력을 살릴 수 있는 심상-마음의 바탕이 되는, 즉 주관적인 영상 기록작업으로 해석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바로 죽음의 두려움을 느껴보고, 감정이 배제된 사건 현장을 다큐멘터리형식의 기록영상, 인체(몸)의 부분을 클로즈업하여 형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지만, 다시 그것의 원형을 추적하게 만드는 이유, 그리고 동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모습, 풍경을 솔직히 들어내 보이지만 실제적으론 어두운 배경으로 묻혀버리는 일탈 감, 이러한 다양한 이유와 결과는 충분히 작가 이진영의 작업들은 유기적으로 이어지고 작가의 심상으로 표출되는 숙명적인 관계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3차원의 현실 공간을 평면의 이미지로 담아 전달되는 표현 매체로써, 인간의 시각 범위 안으로 보여지는 다양한 이미지를 렌즈를 통해 축소해 담아내는 작업이다. 현상된 이미지는 또 다시 인간의 시각에 의해 새롭게 확대되거나 해석되고, 새로운 이미지 영상으로 보여진다. 바로 보여지는 주체(Subject)를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수용하는가에 따른 결과론적인 해석의 차이가 생긴다. 사진 작품의 예술성을 논하기 이전에 그 매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선택적 방식으로 행하는 가 하는 ‘능동적’사고 행위를 거친다면, 사진도 예술성의 가치를 충분히 논 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적인 면보다 내용적인 면에 집중함으로 해서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근원에서 출발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작업에 묻어나는 즉, 작가 정신이며, 객관적 사실을 주관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이를 다시 객관적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을 거친다. 이러한 검증을 통해 사진예술성도 또한 반드시 그 논의의 중심에 있을 것이다. 작가의 실험, 도전정신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것을 다시 재현해 낼 수 있는 필연적이고 우연적인 과정을 능동적으로 행하고 있는 작가 이진영의 사진세계는 이러한 점에서 충분히 그 가치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은정 갤러리터치아트 실장
1973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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