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수 - It’s difficult for me to use
2012.09.12 ▶ 2012.09.29
2012.09.12 ▶ 2012.09.29
유화수
It’s difficult for me to use DVD mixed media, 250x200x250cm, 2012
유화수
a. s. a. p mixed media, 300x200x300cm, 2012
유화수
자신의 작업에 깊이가 없다고 한탄하는 Y작가의 작업실 mixed media, 가변크기, 2012
유화수
지난 여름 작업이 안 풀리는 소설가를 위한 선풍기 DVD mixed media, 50x50x60cm, 20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이하 인미공)에서는 2012년 신진작가 전시지원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5번째 전시로, 오는 9월 12(수)일부터 9월 29일(토)까지 < It’s difficult for me to use > 유화수 개인전을 진행합니다.
주변의 흔한 사물이나 도구들에 대한 작가의 세밀한 시선은 물건의 형상을 너머 사용자의 신체, 나아가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유추하게 합니다. 유화수의 작업은 때로는 개개인의 신체조건, 사적인 필요와 결부되어 본래의 기능과 형상을 개조하기도 하고, 노동을 동반하는 효용과 가치를 빌어 결국 대량 생산 현실에서의 획일적인 가치에 항변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오브제 자체의 용도와 형상에 대한 의미부여라기 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와 호흡하고 있는 익명의 구성원들의 입장을 공감, 교감 하기 위한 실험 입니다.
쓸모 있거나, 쓸모 없는 물건들의 어긋나는 양면성에서 현재 우리의 사회적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it‘s difficult for me to use
현시원_미술이론 (전시서문 중)
노동의 오마주. 유화수의 이번 작업은 누군가에게 가장 쓸모 있는 사물과 가장 쓸모 없어 보이는 사물 간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당긴다. 정형화된 사물의 틈새에 끼어든 유화수의 작업은 ‘누군가’를 위해 제 3의 다른 기능과 형태를 갖춰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도 그가 만드는 방식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이들의 노동을 오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거리에 너무도 쉽게 보이는 배달 오토바이의 각양각색의 모습들은 필요한 부분들이 덧대어지고 축적된 채로 제 몸뚱어리의 형상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그가 거리에서 찍은 이런 사진들을 자신의 컴퓨터에 ‘괴물 오토바이’라는 이름의 폴더를 만들어 바라보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괴물이 되는 것은 사물일까, 끝없이 움직이고 노동으로 여러 사물과 엮이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일까.
유화수는 이번 전시에서도 발을 딛고 선 구체적인 현실과 관계하는 것으로서의 ‘만들기’의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 그가 생활하는 가까운 주변에서 바라보았던 것들을 작업 재료와 주제로 구현하는 작가는 어떻게든 붕 뜬 사물을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로 곁에 있는 이들과 사물을 연관 짓는다. 그는 3년 째 영어 시험 텝스(teps)를 준비하고 있는 벗과 한여름 소설쓰기에 힘겨움을 겪는 소설가의 머리를 식혀주기 위한 선풍기, 그리고 결국에 작가 자신을 위한 사물을 표방하는 ‘제 3의 사물’들을 만든다. 기성품의 쓸모와 형상에서 빗나간, 게다가 그 대용품이라 할 자리도 차지할 의사가 없는 유화수의 사물들은 아주 개인적이면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용도(머리를 식혀주고 공부에 도움이 되는 식)와 작품으로서의 유일무이한 형태를 가진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다수가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물러나 제 3자가 된다.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 은 책 <장인>에서 사물과 인간이 교감하는 세 가지 단서로 변형, 존재, 의인화를 이야기한 바 있다. 사물의 재료와 질감을 변형시키고 그로 인해 사물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교감이 되며, 나아가 사물을 의인화 하며 감정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이걸 만드는 내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의식이 ‘존재’라면 인간의 특성을 떠올리며 물질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행위인 ’의인화’를 통해 인간은 사물과 관계를 맺는다. 유화수는 장인(craftman)과 후기산업사회의 대량생산을 배양하는 디자이너 사이에서, 만들고 쌓아 올리는 물건의 형태와 남다른 사용의 가능성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작가는 이미 세계에 존재하는 재료와 공구들을 데리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특정 용도로 제한된 사물을 만든다. 알파벳 약자로 이름을 가린 특정 친구를 위한 책상이나 예술가 자기에게 향하는 조롱과 다짐이 섞인 사물도 있으며, 오직 하나뿐인 공구를 가지고 자신이 습득한 방식으로 생활/생계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이에게도 작가는 대화를 청한다. 훈육과 지시 없이도 저절로 굴러가는 사용의 방식을 발굴해내는 유화수의 작업은, 가장 ’쓸모 없음’으로 쓸모 있는 것들의 틈새에서 오늘을 견디는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쓸모는 효용과 경쟁이 아닌 위로와 공감을 배태한다.
작가노트 _ 유화수
겉보기에, 사회에서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예술가들은 잉여의 존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전쟁인 작가들. 그들은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침묵을 묵묵히 견디며 그들이 서있는 자리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중략)…예술가들을 포함한 (일반적 사회적 요구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오브제들을 고안 할 것이다. 가령, '소설가의 머리를 식혀주는 오브제', '조형물을 간절히 원하는 조각가를 위한 드로잉' 등… 위의 것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기도, 구하기도 어렵다. 이런 것들을 흔히,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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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수단이다. …종국에는 각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수단이라는 의미에서, 둘은 결국 ‘도구적 인간’의 동일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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