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근
Water 4 film, plastic, light, 50x38x38cm, 2009
고명근
Stairway- 5 film, plastic, 36x50x39cm, 2009
고명근
Sea-2 film, plastic, LED light, 205x74x74cm, 2011
고명근
Dreams of Building-10 films and plastic, 69x32x38cm, 2002
고명근
Building-25 film, plastic, 42x30x30cm, 2007
고명근
Building-53 film and plastic, 60x45x30cm, 2009
고명근
Building - 54 film and plastic, 63x42x14cm, 2009
고명근
Building-57 film, plastic, 60x46x46cm, 2010
고명근
Building with Trees-7 film and plastic, 65x35x32cm, 2012
고명근
Building with Trees-8 film and plastic, 61x39x33cm, 2012
고명근
Room-17 film and plastic, 66x44x35cm, 2012
건축, 사진, 조각의 결합으로 보여지는 고명근의 작품은 3차원의 건축물을 발단으로 한다. 작가는 뉴욕 유학시절 주변에서 흔히 보던 낡은 건물에 매료되어 필름에 담기 시작하였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수집한 십만 장이 넘는 사진 중 작업에 쓰일 이미지를 신중히 골라 OHP필름에 출력한다. 그 뒤 인쇄된 이미지를 여러 장씩 겹쳐 플렉시글라스(plexiglass)에 압착시키고 각 모서리를 인두로 접합하여 구조물로 만든다. 입체에서 평면으로, 평면에서 입체로 변화하는 동안 대상들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섞어지고 합쳐진다.
이러한 3차원 콜라주와 같은 작품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가가 채택하는 재료의 투명한 성질이다. OHP필름은 겹쳐진 이미지들을 투영시켜 마치 본래 하나의 이미지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또한 전체의 작품을 바라볼 때는 구조물을 이루는 각 면이 투명하게 서로를 비춰 미세한 각도의 움직임에도 다른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이렇듯 하나의 공간 안에 담긴 여러 장의 이미지들은 허공을 감싸는 표면 위에 차분히 스며들어 관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작품에 사용되는 사진들은 작가가 과거 어느 시점에 마주했던 현실이자 경험, 또는 그에 대한 기억으로 보여진다. 고명근은 건물과 자연을 하나의 대상이 아닌, 인간과의 관계가 반영된 공간으로 인식한다. 몇몇 작품에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건물 이미지만으로 이루어진 작품 또한 프레임 밖 어딘가에, 혹은 건물의 두터운 벽 너머에 사람이 존재함을 상상하게 한다. 이와 같이 작가는 건물 자체를 조명하기보다 인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으로써의 의미를 들여다 보고 있다.
고명근은 자신이 바라본 공간에 대한 감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조각으로 만들어 박제한다. 머리 속에 품고 있는 인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고 잊혀지지만, 그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 안에 가둬진 풍경들은 실체화되어 그대로 남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품 안에서 겹쳐져 한 장을 이루고, 동시에 한 구조물을 구성하는 사진들이 사실은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온 풍경이라는 것이다. 즉, 그의 작품은 여러 시공간의 결합체이며 실재를 재료로 꾸며낸 환상의 공간이다.
재료의 투명성, 기억을 반영하는 이미지를 비롯해 고명근의 공간을 환상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요소는 빈 내부이다. 그의 3차원 조각은 2차원의 재료로 만들어진 까닭에 자연스럽게 내부에 물질의 부재가 발생한다. 표면에 드러난 풍경은 환영처럼 아른거리지만 실제로 만져지는 것은 없다. 본래 채워짐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의 이치를 거스르며 고명근의 공간은 비워지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무엇이든 채우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으로 이뤄낸 물질 과잉의 시대이다. 도시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건물들과 그 안에 가득한 사람들이 증명하듯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이는 인간의 욕망은 우리 삶의 여유를 빼앗아가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물질로 가득 찬 세상과는 대조적으로 고명근의 텅 빈 공간은 관객들에게 한 줌의 휴식으로 다가온다. 이 무(無)의 공간 안에서는 어떠한 근심도, 중력도 없이 그저 공기를 가르며 유영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작가는 작품의 내부에 물질을 담는 대신 감정, 기억, 정신과 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삶에 필요한 비물질적 대상을 채우기를 기대한다.
1964년 경기도 평택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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